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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미국이 빠지는 중동 방산, 한국에도 기회가 오는가

중앙일보

입력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한 이집트가 도입한 라팔 전투기. 사진 이집트 정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한 이집트가 도입한 라팔 전투기. 사진 이집트 정부

2021년 5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사이에 또다시 전투가 벌어졌다. 이번에도 하마스는 다양한 종류의 로켓을 이스라엘 도시를 향해 발사했다. 이에 대응한 이스라엘은 로켓을 요격하는 동시에 민간지역에 숨어든 하마스 로켓을 찾아 공습했다.

하마스 로켓탄을 막아내 주목을 받은 아이언돔은 이스라엘 방위산업의 뛰어난 기술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술력을 자랑하는 이스라엘도 수백 달러(수 십만원)짜리 로켓탄을 한 발에 약 8만 달러(9000여 만원)나 하는 첨단 요격체로 계속해서 막는다는 것은 재정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이런 상황을 타개해준 것이 미국의 지원이다. 2011년부터 미국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시스템에 16억 달러(1조 8000억원)를 지원했다. 아이언돔 외에도 이스라엘의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성하는 ‘애로우 2’, ‘애로우 3’ 그리고 ‘다비드 슬링’도 미국은 공동 연구와 함께 재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등 대등한 적들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미사일 방어용 레이저와 신형 ‘애로우 4’ 미사일 요격체계 등을 공동 개발하는 등 지원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개발한 애로우3 미사일 방어 시스템 시험 발사 장면. 사진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개발한 애로우3 미사일 방어 시스템 시험 발사 장면. 사진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

미국은 무기체계 상호 연동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데, 지난해 7월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시스템)와 아이언돔을 통합하는 데 합의했다. 사드와 아이언돔의 통합은 최근 미 육군이 해외 기지 방어를 위해 아이언돔 2개 포대를 도입하면서 추진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든든한 뒷배, 미국의 군사 원조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과 협력은 미사일 방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 ‘질적 군사적 우위(QME, qualitative military edge)’를 명문화하고 있다.

QME를 위해 10년 단위로 막대한 예산 지원을 법적으로 정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1946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2018년까지 군사 원조액은 979억 770만 달러(111조원), 경제 원조는 343억 2600만 달러(38조 9000억원)였고, 미사일 방어 원조도 64억 1140만 달러(7조 2600억원)에 달했다.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던 1999년부터 10년 단위 장기 원조 계획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첫 기간이던 1999~2008년에는 군사원조만 213억 달러(24조 1370억원)가 배정되었다. 두 번째 기간인 2009~2018년에는 300억 달러(33조 9960억원)로 늘었고, 현재 진행 중인 2019~2028년에는 380억 달러(43조원)를 지원하기로 되어 있다. 군사원조에는 미사일 방어 원조는 제외되었기에 실제 원조는 더 늘어난다.

하마스 로켓을 요격하면서 이름을 알린 아이언돔. 사진 라파엘 어드밴스드 시스템

하마스 로켓을 요격하면서 이름을 알린 아이언돔. 사진 라파엘 어드밴스드 시스템

이스라엘은 이 돈으로 미국에서 F-35 등 첨단 전투기를 도입하여 주변국보다 우월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에서 도입한 F-35에 자체 개발한 전자전 장비 장착하고 자국에서 정비하는 것을 허용받는 등 다른 F-35 공동 개발국들도 허용되지 않은 특권까지 누리고 있다.

주변국에 대한 미국 차별, 벌어지는 간극

그동안 미국의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UAE의 관계는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을 향할 수 있었고, 비싼 돈을 들이면서도 미국제 무기를 도입해왔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의 대가로 1979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으로부터 510억 달러(57조 7900억원)의 군사 원조를 받았다. 군부의 무르시 축출로 인해 미국과 관계가 잠시 악화했지만, 군사 원조는 재개됐다.

이집트는 원조를 바탕으로 소련제 무기체계에서 탈피해 M1 전차와 F-16 전투기 등 미국제 무기 체계로 개편했다. 이집트에 대한 군사 원조는 미국의 대외 군사원조에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도 미국제 무기를 대량으로 도입했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에서 기념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에서 기념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 원조에 의지하던 이집트가 무기 도입선을 바꾸고 있다.

이집트는 프랑스가 러시아에 판매하려 건조했던 미스트랄급 상륙함 2척을 사 갔다. 전투기도 프랑스제 라팔을 도입했고 추가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제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미국 정부가 제재의 엄포를 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제 무기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집트의 불만은 예견된 것이었다. 이집트 공군 F-16 전투기는 미국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20 암람(AMRAAM) 대신 미국에서 오래전에 퇴역한 AIM-7 스패로우만 장착한다. 장거리 정밀 순항미사일은 운용조차 못 한다.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을 없앤다는 명분에서 이집트 군사력의 기능을 제한했지만, 이스라엘 외 다른 주변 위협에 제대로 대응 못 하게 만들었다.

230mm급 다련장 ‘천무’ 발사 장면. 사진 한화

230mm급 다련장 ‘천무’ 발사 장면. 사진 한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미국이 자국산 무인공격기 MQ-9 리퍼를 판매하지 않자, 대신 중국제 무인공격기를 도입해서 예멘 등에서 사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서 조종 편의 장치인 디지털 플라이바이를 갖춘 F-15SA를 샀지만, 이는 이스라엘이 F-35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한 뒤에 가능했다.

UAE는 이스라엘과 맺은 에이브라함 협정 덕분에 F-35 전투기를 도입할 길이 열렸다. 협정을 근거로 바이든 행정부는 판매를 승인했다. 하지만 미 의회에서 판매를 취소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미국이 F-35를 UAE에 판매하더라고 이스라엘이 탐지할 방법을 마련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들 지역에서 미국제 대신 유럽제 무기를 선택하게나 심지어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와 밀착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이 지역에서 최대 무기 수출국의 지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 국가에서 나오는 미국제 무기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은 방위산업 수출 증대를 노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미국제 무기의 대안으로 꼽히는 프랑스와 러시아제 무기의 사례를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최현호 밀리돔 대표·군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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