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바닥 아냐" 비트코인 매물폭탄 온다…돈나무 언니는 줍줍

중앙일보

입력 2021.06.26 08:00

업데이트 2021.06.26 10:05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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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하락이 시작된걸까. 전날까지 상승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내리막길이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6일 오전 8시 5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8.08% 내린 3만 180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2일 이후 계속되던 상승세가 멈췄다.

이날 비트코인은 심리적 저지선인 3만 달러가 붕괴했지만 곧바로 반등한 후 꾸준히 가격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25일까지 계속됐다. 3만 달러 붕괴라는 충격을 투자자들이 저가매수의 기회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만 달러 선까지 내려갔으니 이제 바닥을 치고 오를 거란 기대감이다. 하지만 하루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비트코인 가격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비트코인 가격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이 바닥이 아닐 거란 의견이 많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락의 주요 원인이었던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채굴 규제보다 더 큰 악재가 시장에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관련 세계 최대 펀드인 디지털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에 대한 우려다.

JP모건 “6~7월 GBTC 매물 쏟아질수도”

지난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경제매체인 배런스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GBTC와 같은 대형 비트코인 펀드를 샀던 투자자가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에 비트코인 관련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GBTC는 운용 순자산만 219억 달러(약 24조 8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펀드다. GBTC는 현재 65만46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다. 이는 전체 비트코인의 3%가 넘는 규모다. GBTC 투자자들은 이 펀드의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된다. 주로 당국의 규제나 내부 규정 등으로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할 수 없는 월가 금융회사들이 GBTC를 사들여 간접 투자하고 있다.

JP모건은 이달과 다음달에 GBTC 매물이 대거 쏟아질 수 있다고 봤다. JP모건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 초에 GBTC 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던 걸 고려하면 6월과 7월 두 달간 주식을 대규모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조원 중 일부 팔아도 비트코인 하락”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그레이스케일 홈페이지 캡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그레이스케일 홈페이지 캡처]

이는 이른바 보호예수(락업) 기간 때문이다. 처음 투자하면 6개월간 락업이 걸려 주식을 처분할 수 없다. 비트코인 붐이 일었던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GBTC에 집중투자한 이들의 락업 기간이 풀리는 게 이달과 다음 달이다. 니콜라오스파니기르초글로우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GBTC에 순유입된 자금만 각각 20억달러(약 2조2650억원)와 17억 달러(1조9250억원)”라며 “월별 순유입액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하면서 GBTC의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게 JP모건의 생각이다. JP모건은 락업이 풀리는 4조원이 넘는 자금 중 일부라도 팔린다면 GBTC의 가격은 물론이고 나아가 비트코인 가격에도 큰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마이클 소넨샤인 그레이스케일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 대부분은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며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 급하게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거두지 않고 있다. 근거로 삼는 건 활성 주소 및 총 전송량이다. 암호화폐 통계사이트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비트코인 활성 주소 수는 3월부터 5월 사이 최고치인 116만개에서 현재 24% 하락한 88만개로 감소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일종의 계좌로 여겨지는 고유 주소가 부여된 지갑에 파일 형태로 저장된다. 이 활성화 주소가 줄어든 건 결국 거래량이 급감한다는 뜻이다. 션 루니 발키리 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고점에서 급락하는 추세를 볼 때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도 비트코인, 투자 늘린 ‘돈나무 언니’

ARK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 [아크인베스트 홈페이지 캡처]

ARK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 [아크인베스트 홈페이지 캡처]

최근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는 큰손도 있다. ‘돈나무 언니’라 불리는 캐시 우드가 운용하는 아크 자산운용은 최근 GBTC 펀드를 추가로 매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털 기업 안데르센 호로위츠는 지난 24일 22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투자 펀드를 만들기도 했다. ‘크립토펀드III’라는 이름의 이 펀드는 암호화폐 관련 벤처 펀드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의 긍정적 전망의 근저에는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이 자리한다. 최근 급락세는 암호화폐 전체가 겪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비트코인의 시장 지배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불안한 알트코인보다 가장 믿을만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매튜 딥 스택 펀즈 공동설립자는 코인데스크에 “지금 최선의 암호화폐 투자 전략은 비트코인을 사고 알트코인을 파는 것”이라며 “시장이 하락하거나 상승할때 모두 비트코인이 알트코인보다 하락 폭이 적고 빨리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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