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人들]흙과 불로 빚어내는 시간... 국내 유일 김창대 제와장

[장人들]흙과 불로 빚어내는 시간... 국내 유일 김창대 제와장

중앙일보

입력 2021.06.26 07:30

불 좀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자만심이 산산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건방짐을 버리고 가르쳐 달라고 매달렸습니다”

불을 때는 시간동안은 가마 앞을 지켜야만 한다.

불을 때는 시간동안은 가마 앞을 지켜야만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91호 김창대(49) 제와장은 지난 1998년 당시 유일한 제와장이었던 한형준 제와장(2013년 타계)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의 가마로 무작정 찾아갔다. 도자를 전공했기에 흙으로 빚고 구워내는 능력만큼은 자신했었지만, 잡목으로도 불길을 마음대로 조련하는 한 제와장의 모습을 보고 처음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창대 제와장은 국내 유일의 국가무형문화재 제와장이다.

김창대 제와장은 국내 유일의 국가무형문화재 제와장이다.

제와장은 건축물 침수와 부식을 막고 외관을 치장하는 기와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을 의미한다. 김 제와장은 현재 국내 유일의 보유자이다. 전통 기와는 기계로 만들어낼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곡선과 건물과 어우러지는 색감이 특색이다. 공장 기와보다 수분 흡수율과 통기성도 뛰어나다. 기능과 미감에서 더 우위에 있는 것이다.

건조를 위해 기와를 쌓고 있는 김 제와장.

건조를 위해 기와를 쌓고 있는 김 제와장.

가마에 불을 넣기 전에 입구를 막고 있다.

가마에 불을 넣기 전에 입구를 막고 있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 봄날 전남 장흥에 있는 김 제와장의 가마를 찾았다. 이날은 내년까지 교체 예정인 종묘 정전의 기와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종묘 정전 지붕에 올라갈 기와.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종묘 정전 지붕에 올라갈 기와.

“탁탁탁탁탁” 암키와와 수키와를 성형하는 비닐하우스 작업장에는 흙을 두드리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이어졌다. 흙을 밟고 성형하며 계속 두드리는 것은 기와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흙과 흙 사이 기공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기포가 제거되지 않으면 흙이 견디질 못한다. 건조와 굽는 과정에서 갈라지고야 만다. 전통적인 기와 제작공정은 원토 가공, 담무락 치기, 성형, 건조, 불 때기 등 총 39단계를 거친다. 흙이 한장의 기와로 탄생하기까지 35~40여일이 걸린다. 과정 자체에 가치를 두는 작업인 것이다.

흙 원료 다지기부터 성형 과정까지 기포를 없애기 위해 두드리는 과정의 연속이다.

흙 원료 다지기부터 성형 과정까지 기포를 없애기 위해 두드리는 과정의 연속이다.

흙과 불,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말림 불이 진행되고 있다. 본 불전에 습기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말림 불이 진행되고 있다. 본 불전에 습기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다진 흙을 잘라내는 담무락 작업.

다진 흙을 잘라내는 담무락 작업.

흙 원료 다지기부터 성형 과정까지 기포를 없애기 위해 두드리는 과정의 연속이다.

흙 원료 다지기부터 성형 과정까지 기포를 없애기 위해 두드리는 과정의 연속이다.

기와를 만들 때 유기물이 많은 검은질과 철분이 함유된 붉은질 등 5가지 흙을 섞어서 사용한다. 스승이었던 한 제와장의 방식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낮은 온도로 구워야 하는 작은 불에는 편백, 높은 온도의 큰 불에는 소나무를 쓴다. 이렇게 해야 가마 안에 골고루 불길이 닿고 균일한 색의 기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김 제와장은 잘 익은 불을 ‘맑은 달빛’이라고 표현했다. “또 하나의 달이 나오면 이번에도 잘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지켜보는 것 이상으로 불길이 만들어내는 작은 차이도 알아챌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최소 200번 이상 가마를 때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무망치를 두드려 청음 검사를 하고 있다. 균열없이 잘 구워진 기와는 맑은 소리를 낸다.

나무망치를 두드려 청음 검사를 하고 있다. 균열없이 잘 구워진 기와는 맑은 소리를 낸다.

다음날은 말림 불 작업이 이어졌다. 불을 놓기 전 가마를 향해 큰 절을 하고 “종묘 네 번째 불 들어갑니다”라고 고했다. 습기제거를 위한 말림 불은 약한 불로 가마 안을 골고루 때우는 것이다. 불량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본 불은 36시간에서 48시간 정도 진행된다. 이후 가마에서 꺼낸 기와는 나무망치를 이용해 하나씩 두드려 소리를 확인한다. 잘 구워진 기와에는 ‘통통’거리며 맑은소리가, 균열이 생긴 기와는 ‘턱턱’ 둔탁한 소리를 낸다. 문화재표준 지방서를 충족하는 청음검사 과정이다.

성형을 마치고 건조중인 수키와.

성형을 마치고 건조중인 수키와.

가마안에 암키와를 쌓고 있다.

가마안에 암키와를 쌓고 있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국보 1호 숭례문의 재건, 창경궁 숭문당, 창덕궁 부용전, 서울 흥천사, 안성 청룡사 등의 기와 수리가 김 제와장의 손끝에서 빚어졌다. 이전에는 문화재 수리에 공장 기와를 주로 사용했으나 지난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로는 중요한 지정문화재 건물 지붕에는 수제 기와만을 써야 한다. 현재 작업 중인 종묘 정전 기와는 일부 재활용 수량을 포함해 약 7만장이 김 제와장의 기와로 교체될 예정이다.

스승 한형준 제와장과 함께 복원한 숭례문. [사진 조선와요]

스승 한형준 제와장과 함께 복원한 숭례문. [사진 조선와요]

창경궁 숭문당. [사진 조선와요]

창경궁 숭문당. [사진 조선와요]

경복궁 향원정 복원 기와. [사진 조선와요]

경복궁 향원정 복원 기와. [사진 조선와요]

국보 숭례문 암막새. [사진 조선와요]

국보 숭례문 암막새. [사진 조선와요]

옳은 기와를 올릴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마에서 꺼낸 기와를 살펴보고 있다.

가마에서 꺼낸 기와를 살펴보고 있다.

스승이었던 한 제와장의 가르침이라고 했다. 옳은 기와라는 것은 만들어진 시대를 반영하고 건물의 보호하며 가치를 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새로 올린 기와가 옛것과 어우러져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보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역사에 흔적을 남기는 작업이기에 후대의 평가가 가장 두렵다고 덧붙였다.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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