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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어머니 계좌 빌려 주식투자, 입금·출금 때 이중 증여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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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84)

Q 주씨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주식으로 꽤 큰 수익을 올렸다. 국내 증시 뿐 아니라 해외 증시에서도 좋은 종목을 골라 투자한 둔 덕에 주식 잔고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문제는 주씨가 본인 계좌 뿐 아니라 가족들 계좌도 사용했다는 점이다. 가족들 계좌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했다면 증여세 문제는 어떻게 될까? 대학생인 자녀 계좌로 두 배 이상 불린 주식은 자녀의 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일까?

자녀 계좌에 입금한 즉시 ‘증여’로 간주  

A 주씨가 본인 계좌뿐 아니라 가족들 계좌를 사용해 주식에 투자했다면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주씨가 가족들 명의를 빌려 이른바 ‘차명계좌’를 사용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씨가 가족들에게 투자금을 증여한 뒤 가족들을 대신해 운용해 준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증여세 문제를 피하기 위해 주씨가 가족들 계좌를 사용했지만 사실상 모두 주씨가 직접 운용한 것이고 가족들은 계좌만 빌려준 것일 뿐 증여받은 것은 아니라고 가정해 보자.

주씨 자녀가 대학생으로 주식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아버지인 주씨가 자녀의 계좌를 빌려 주식을 대신 운용해 온 것일 뿐 정작 자녀는 주식 매각 대금을 받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을까?

그러나 세법에서는 이러한 차명계좌 사용을 근절하기 위해 자녀의 계좌에 부모의 돈이 입금된 즉시 ‘증여’한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를 매긴다. 즉, 증여 의도 등을 따지지 않고 일단 국세청은 주씨가 자녀 계좌로 입금한 사실만으로 증여한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증여세를 피하려면 계좌 개설 경위, 자금 운용 및 관리 내용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세금 회피 목적 없이 단순히 명의만 빌린 차명계좌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러한 입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진 pxhere]

증여세를 피하려면 계좌 개설 경위, 자금 운용 및 관리 내용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세금 회피 목적 없이 단순히 명의만 빌린 차명계좌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러한 입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진 pxhere]

주씨가 자녀 계좌로 1억원을 입금했으니 자녀는 증여공제(성인 5000만원) 후 증여세로 500만원과 가산세를 내게 될 것이다. 그럼 지금 주식 잔고로는 2억원이 넘는데 이러한 주가 상승분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주씨가 자녀 계좌로 입금한 1억원만큼만 증여한 것으로 보고, 그 이후 주가 상승분은 자녀의 투자수익에 해당하므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차명계좌’ 입증하면 증여세 피해  

주씨가 자녀 명의로 운용한 계좌에서 수익이 많이 난 것은 주씨에게는 사실 큰 걱정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자녀에게 목돈을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주씨가 어머니 계좌도 빌려 운용했다는 점이다. 주씨는 당초 어머니 계좌에 2억원을 입금해 운용했는데 지금 주식이 4억원으로 올랐다. 만일 당초 어머니 계좌로 2억원을 입금한 것을 증여로 본다면 20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고, 앞으로 주씨가 어머니 계좌에서 4억원을 찾아온다면 이 또한 증여로 보아 60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증여세를 피할 수는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씨가 어머니 명의의 계좌만 빌렸을 뿐 그 차명계좌를 직접 운용한 것은 주씨이며, 실질 소유자 또한 주씨라는 점을 소명할 수 있다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좌 개설 경위, 자금 운용 및 관리 내용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세금 회피 목적 없이 단순히 명의만 빌린 차명계좌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러한 입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어머니가 차명계좌에서 일부 자금을 사용했거나 입출금을 하는 등 직접 관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역이 있다면 사실상 어머니를 실제 소유자로 볼 가능성은 더 커진다.

차명계좌 입증해도 금융소득의 99%가 세금

차명계좌가 적발될 경우 증여세를 내든, 소득세를 내든 둘 중에 하나로 결정된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거액의 세금이 추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차명계좌가 적발될 경우 증여세를 내든, 소득세를 내든 둘 중에 하나로 결정된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거액의 세금이 추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설령 차명계좌로 인정받아 주씨가 증여세를 피해가더라도 실제 소유자인 주씨에 대해 소득세가 추징될 수 있다. 그동안 어머니 명의로 된 차명계좌에서 이자나 배당소득 등이 발생했다면 이는 사실 주씨의 금융소득이므로 당초 주씨의 금융소득이 과소신고 된 셈이다. 만일 주씨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추가로 몇 년 치의 소득세와 가산세가 추징되면서 세 부담이 꽤 커질 수도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융실명법에 의하면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대해서는 그 실소유자인 주씨에게 금융소득의 99%(지방소득세 포함)를 과세하게 되어 있다. 물론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이 많지 않다면 추징되는 세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차명계좌의 금융소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요량으로 차명계좌라고 주장했다가 오히려 더 큰 소득세가 추징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차명계좌가 적발될 경우 증여세를 내든, 소득세를 내든 둘 중에 하나로 결정된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거액의 세금이 추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향후 자녀에게 종잣돈을 마련해 줄 목적으로 자녀 계좌로 주식을 운용하려 한다면 가급적 미리 증여세 신고를 해두기를 권한다. 그래야 그 후 주식이 불어나 제법 큰 금액이 되더라도 괜히 불필요한 의심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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