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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최재형도 못피한다, 與보다 혹독할 ‘내로남불 테스트’ [윤석만의 뉴스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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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2013년 10월 21일 국정감사.

최재형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제청하라는 감사원장에 주어진 헌법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2020년 8월 24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대통령과 여당을 견제하고, 정권에 충성하지 않던 두 사람의 기개는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키웠습니다. 윤석열은 조국 사태 후 청와대와 여당의 끈질긴 비토에도 묵묵히 맞섰습니다.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죠.
 최재형도 마찬가집니다. 그가 주도한 원전폐기 감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정권의 시한폭탄입니다. 그 역시 여권의 압박을 꿋꿋이 버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사법적 독립기관의 수장이라는 점입니다.

추미애가 때릴수록 큰 윤석열

 추미애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검찰총장 스스로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보와 언행을 한다는 건 상당히 심각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 2020년 11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20년 한 해 동안 법무부 장관 추미애는 검찰총장 윤석열을 괴롭혔습니다. 몇 번을 내쫓으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죠. 그 때 제기한 명분이 정치적 중립성 위반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추미애의 공격이 과했다는 걸 인정합니다. 법원이 윤석열의 편을 들어준 것도 같은 이유였죠. 그러나 윤석열의 대응이 완전히 정치적이지 않았다곤 할 수 없습니다. 정권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맞서는 공정과 상식의 개념, 절묘한 메시지 타이밍 등 그는 이미 정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정권이 키운 최재형

 소병철 "정치적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한 감사가 많았는데, 대선에 출마한다면 감사 사안들을 전부 되짚어봐야 한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의도를 갖고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 2021년 6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장 퇴임 후 대권도전이 예상되는 최재형도 마찬가집니다.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을 놓고 최재형은 “이념이 나라를 망친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청와대는 김오수를 감사위원으로 제청해달라고 두 번이나 요청했지만, 최재형은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월성 원전 감사 때도 청와대와 여당의 전방위 공격을 받았죠.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임종석은 “집 지키라고 했더니 안방을 차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최재형을 키운 건, 그리고 윤석열을 스타로 만든 건 다름 아닌 문재인 정권입니다.

집권세력보다 혹독한 비판 견뎌야

 선관위도 여당을 내로남불과 위선, 무능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집권세력이 없었다면 이들은 조용하게 공직자로 퇴임했을지 모릅니다. 대권 출마 의도가 처음부터 있던 건 아니란 이야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합니다. 물론 공직선거법상 90일전에만 사퇴하면 출마 제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위법이 아니라고 괜찮은 게 아닙니다. 집권세력의 내로남불, 불공정을 앞장서서 비판했던 이들이기 때문에 그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청년층이 여권에 등 돌린 건, 적폐청산을 한다면서 스스로 더한 적폐가 됐기 때문입니다. 대권에 도전한 윤석열과 최재형은 더욱 엄격하고 혹독한 잣대를 견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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