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조민·한인섭 증언 거부···'서울대 세미나 영상女'는 누구

중앙일보

입력 2021.06.26 05:00

업데이트 2021.06.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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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두겁을 쓰고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까. 반드시 법적 책임 묻겠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지난해 조씨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빨간 원에 있는 여학생이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조민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지난해 조씨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빨간 원에 있는 여학생이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조민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30)씨가 25일 법정에 서기 약 30분 전. 조 전 장관은 법원에 출석하는 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과 자녀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삽화를 성매매 범죄 기사에 사용한 언론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겁니다. 법원 앞에선 조 전 장관의 지지자와 반대자 수십 명이 외친 “조국 수호” “조국 체포” 등 정반대의 구호가 뒤섞였습니다.

[法ON] 조국 부부 2라운드 ⑧

조민 "고교·대학 활동 파헤쳐졌고 부정당했다" 증언 거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 마성영·김상연·장용범) 심리로 열린 조국 부부의 11차 공판은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 심리를 위해 딸 조민씨를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재판 시작 후 조 전 장관의 딸 조씨는 증언대로 나와 “부모님이 기소된 법정에서 딸인 제가 증언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적정하지 않다고 들었다”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재작년부터 검찰수사를 받으며 저와 제 가족은 시도 때도 없이 고난을 받아왔다”며 “저의 고등학교, 대학시절 활동이 다 파헤쳐졌고 부정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당시 다른 학생들처럼 학교 측과 가족이 마련해준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했을 뿐”이라며 “이런 사태 벌어지리라고 생각도 못 했다”라고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조민씨의 증언거부권 행사를 수용하며 증인신문을 30분 만에 종료했습니다. “증언거부는 부모가 처벌받는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한 것으로 보이고 법정에서 일일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답변을 듣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조씨에 대한 신문 시간만 2시간을 계획했던 검찰은 입시 비리 혐의 입증 과정에서 고비를 맞게 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뉴스1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뉴스1

한인섭도 증언 거부…"조민 만난 적 없다" 檢 진술은 인정 

이뿐만 아닙니다. 두 번째 증인으로 나온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도 이날 법정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검찰 조사가 끝난지 만 2년이 다 되어가는데 검찰이 수사종결 처분을 하지 않아 증언에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증인신문으로 인해 자신이 피고인으로 전환될지 모른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9개의 질문 중 검찰이 한 원장으로부터 받은 답변은 하나. 한 원장이 조씨 인턴증명서 관련 2019년 9월 20일 참고인 진술 조서에 대한 진정성립에 동의한다였습니다.

한 원장의 당시 진술 조서는 "2009년 5월 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주최 '동북아시아 사형제도' 국제학술대회 세미나에서 조민을 만나거나 조국 교수로부터 조민을 소개받은 기억이 없고, 조민에게 전화해서 스터디를 하라고 지시한 기억도 없다"고 진술한 내용입니다.

진정성립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작성한 진술 조서가 본인이 진술한 그대로인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검찰은 한 원장이 진정성립에 대한 답변마저 거부하려 하자 “실체적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다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검찰은 재판 말미에 당초 증인으로 채택된 조 전 장관 아들 조원씨에 대한 증인신청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재판부가 조민의 진술 거부를 인정할 것을 볼 때 조원도 마찬가지로 재판이 진행될 것 같아 증인신청을 철회하겠다”고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자녀를 법정에 부른 것은 ‘망신주기’의 일환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서울대 세미나 영상女' 조민이냐 아니냐 재격돌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조씨의 ‘7대 허위스펙’ 의혹 중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작성과 관련한 조 전 장관의 혐의를 집중 공략했습니다. 검찰은 조씨가 2009년 5월 1일부터 14일까지 한영외고 인권동아리 회원과 한 원장에게 받은 과제를 하고, 다음 날인 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개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학술대회에 참석했다는 조 전 장관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검찰은 조민씨와 3년간 한영외고 유학반에서 함께 공부한 장모씨가 정경심 교수 1심 재판에서 2009년 5월 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학술대회에는 자신 혼자만 참석했으며, 인턴활동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점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장씨는 조씨를 논문 제1 저자로 올려주며 조국 전 장관 부부와 '스펙 품앗이'를 한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의 아들입니다.

검찰은 또 조씨가 검찰 조사에서 장씨를 제외한 같은 학교 유학반 친구 5~10명으로 구성된 동아리 구성원을 기억하지 못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부정수수 관련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사모펀드 의혹 관련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1개 혐의로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함께 기소됐다. 이날 공판에는 조민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부정수수 관련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사모펀드 의혹 관련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1개 혐의로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함께 기소됐다. 이날 공판에는 조민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뉴스1]

그러자 변호인 측은 검찰의 주장은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1심에서 논란이 된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동영상을 다시 꺼냈습니다.

이 영상은 조 전 장관 측이 2019년 9월 '허위 인턴' 의혹이 불거지자 조씨가 실제 세미나에 참석했었다며 공개한 자료입니다. 하지만 정 교수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지난해 12월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씨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이날 국과수 감정서를 제시하며 “심포지엄에 참석한 사람이 조민이 아니라고 하는데 객관적으로 봐도 동영상 여자는 조민”이라며 “이 부분은 다시 한번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국과수 감정서에선 “영상 속 여성과 조민씨의 얼굴 특징과 왼손으로 필기하는 등 일부 특징이 유사해 두 인물이 동일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적혀있습니다. 이에 검찰은 “국과수 감정서는 ‘판정 불가’라는 게 핵심 의견”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변호인의 주장에 따라 재판부는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이 맞는지 다시 한번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외로 조 전 장관이 조씨의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실습 확인서를 허위로 만들었는지 여부도 향후 재판에서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앞으로 법정에 펼쳐질 풍경을 ‘#法ON’에서 생생하게 취재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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