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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면 우리편" vs "우리편만 우리편"…이상한 대선정국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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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승욱 정치팀장의 픽:정권교체 vs 친문결집

 월요일 출근길의 택시 기사님에게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 것 같냐"고 물었다. 그러자 "윤석열,최재형,김동연 중 한 사람일 것이다. 누구든 이기는 사람이 우리 편이다. 무조건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유지론를 압도하는 정권교체론의 공고한 실체가 느껴졌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안철수든 오세훈이든, 누구든"을 외쳤던 이들이 이번엔 "정권교체라면 누구든"이란 목소리를 낸다.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중앙포토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중앙포토

 지지층의 간절함은 대선 주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핵심 인사는 필자에게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윤석열보다 최재형을 더 지지하면 우린 진심으로 도울 것"이라고 했다. 또 최 원장을 지지하는 국민의힘의 핵심 관계자는 "최 원장은 본인이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무조건 정권교체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야권의 호사가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최 총리', '최 대통령-윤 법무장관'의 조합이 벌써 회자되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 주자들도 지지자들의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지난 24일 15개월만에 복당한 홍준표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 지지율이 내년 3월까지 가겠나"라며 싸움닭 명성에 어울리게 ‘윤석열 때리기'로 입당 신고를 했다. 하지만 그가 회견에서 밝힌 "정권 교체를 위한 한 알 밀알이 되겠다"는 겸손한 화법을 두고 '그의 복당이 정권교체의 화근이 될 지 모른다'는 야당 지지자의 우려를 고려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도를 넘어서는 내부총질과 이적행위는 지지자들의 몽둥이질을 부를 것이란 인식을 야권은 대체로 공유하는 분위기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원심력 대신 구심력을 키우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여당쪽 기류는 좀 다른 것 같다. '아웃사이더' 이재명 경기지사와 '친문' '친노' 수식어가 붙은 여타 후보들의 대립각이 선명하다. 25일 겨우 진압된 '경선 연기'논란부터가 그랬다. 흥행을 위해 경선을 연기하자는 주장은 애초에 승산이 없었다. "우리도 가을야구를 해야하니 5위가 될 때까지 정규시즌을 계속하자는 억지"란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결국 주자들간,지지자들간 틈만 더 벌리는 촌극으로 끝났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출마 결단'도 마찬가지다. "결국 윤석열 도우미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촛불정신을 강조하는 친문 결집 방식의 캠페인이 심각한 당 내 후유증을 남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국사태 연장전과 추-윤갈등 시즌 2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도 있다.

여당의 이런 모습 역시 지지층들과 따로 떼 생각하기 어렵다. 정권재창출보다 순혈주의에 집착하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존재가 야당과는 거꾸로 구심력보다 원심력을 키우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단 분석이다.

'이기면 우리편'vs'우리편만 우리편', '정권교체론'vs '친문결집론',대선 정국의 초반은 조금 이상한 모습으로 시작되고 있다.

서승욱 정치팀장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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