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악연' 흑인 검사, 트럼프 잡을 맨해튼 지검장 유력

중앙일보

입력 2021.06.26 05:00

업데이트 2021.06.28 17:26

알빈 브래그가 22일(현지시간) 경선 개표에서 선두를 차지하자 지지자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빈 브래그가 22일(현지시간) 경선 개표에서 선두를 차지하자 지지자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욕시 재판장에 전직 미국 대통령과 할렘가 출신의 흑인 검사가 마주 앉는 장면이 연출될까.

'트럼프 수사' 맨해튼 지검장 민주당 경선
트럼프와 '악연' 알빈 브래그 선두 달려

할렘가 출신의 전 뉴욕주 검찰 부총장 알빈 브래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수사를 이끄는 뉴욕 맨해튼 지검의 유력한 차기 검사장으로 후보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차기 맨해튼 지검장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민주당 경선 결과 브래그는 84% 개표 상황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본선 투표는 오는 11월 치러진다. 하지만 맨해튼 지검장 자리는 1942년 이후 계속 민주당이 차지해 온 만큼 브래그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될 경우 본선에서도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미국 각 주의 검찰총장과 카운티 지방검사는 선출직으로,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직접 뽑는다.

맨해튼 지검은 세계 유수의 금융사가 몰려있는 월가를 관할하는 곳으로, 미국 내 지검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영향력이 강하다. 1년 예산만 약 1억 2500만 달러(약 1410억원)이며, 소속 변호사만 500명이 넘는다. 굵직굵직한 금융 범죄 수사가 이 지검을 거쳐 갔고, ‘미투 운동’의 도화선이 된 하비 와인스틴 사건도 맨해튼 지검이 맡았다. 브래그가 당선된다면 최초의 흑인 맨해튼 지검장이 된다.

특히 미국 주요 언론들이 차기 맨해튼 지검장 자리에 관심이 갖는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이다. 맨해튼 지검은 최근 트럼프 그룹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앞서 2016년 트럼프와 혼외 관계를 주장하는 전직 포르노 배우 등에 회사 자금이 입막음용으로 흘러갔다는 혐의를 놓고 수사를 벌이다 탈세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트럼프 퇴임 이후 본격적 수사가 이뤄지며 지난달엔 형사 기소를 위한 특별 대배심이 소집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배심 소집을 두고 “맨해튼 지검이 범죄를 입장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았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 지검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 그룹에 대한 형사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대배심을 소집했다. 2010년부터 맨해튼 지검장을 3연임한 밴스는 이번 맨해튼 지검장 선거에 불출마했다. [AP=연합뉴스]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 지검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 그룹에 대한 형사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대배심을 소집했다. 2010년부터 맨해튼 지검장을 3연임한 밴스는 이번 맨해튼 지검장 선거에 불출마했다. [AP=연합뉴스]

과거 브래그와 트럼프의 ‘악연’도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WSJ에 따르면 브래그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뉴욕주 검찰 부총장으로 재직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재단을 상대로 100여 차례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트럼프 측이 2016년 대선 당시 비영리 재단의 자금을 선거에 유용했다는 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브래그는 NYT에 “뉴욕주 검찰에서 일하며 트럼프와 그의 자녀를 조사해 트럼프 재단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며 “사실을 가지고 권력자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게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경선의 승자는 부재자 투표가 모두 집계되는 일주일 뒤 확정될 예정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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