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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10명 등쌀에 진 빠진다…코로나 의료진 무슨 일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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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 동두천시 중앙도심공원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지친 모습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경기 동두천시 중앙도심공원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지친 모습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전문기자의 촉: 중복보고 요청에 괴로운 의료진들

"제발 한 군데서만 요청해 주세요. 보고한 것을 공유하면 안 되나요."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1년 5개월 지나면서 전국 의료진의 피로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의료진을 더 힘들게 하는 게 있다.

보고, 보고 또 보고….

허윤정 아주대 의대 교수는 22일 '감염병 위기 대응 필수보건의료자원 통합관리 방안' 토론회에서 의료진의 이런 하소연을 전했다. 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주최했다. 허 교수는 전국 75개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보는 의료기관 담당자를 설문조사 했다. 이들의 61.5%는 2개 이상 기관에 보고한다고 밝혔다.

어디에서 보고를 요청하는 걸까. '시어머니'가 무려 열 군데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질병관리청,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자치단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교육부, 병원협회, 보건의료자원 통합신고포털, 지방의료원, 보건소 등.

응답자의 84.6%가 중수본에 보고한다. 지자체(46.2%), 국립중앙의료원(34.6%), 질병관리청(23.1%) 등의 순으로 보고 요청이 많다. 비슷비슷한 기관들이다. 특히 중수본과 질병청은 거의 한 몸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따로 보고한다.

한 거점병원의 의료진이 도청 주관 회의에 가서 겪은 일이다. 도 담당 간부는 의사에게 "(당신 병원은) 중수본이랑잘하시니까"라고 말했다. 비꼬는 투였다. 소위 '찍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환자 배정 때문에 중수본과 많이 연락한다. 이런 걸 보고 도청이 소외감을 느끼는 듯하다. 중간에서 곤란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안 그래도 눈코 뜰 새 없는 감염 관련 직원들의 업무량이 중복보고 때문에 늘어난다. 그는 "여러 군데 보고하는 것도 문제지만 양식이 달라서 더 힘들다"고 말했다.

중복 보고 업무는 여러 가지다. 환자의 초기입원일, 확진일, 생태 징후, 약물치료 등 기본 정보는 거의 빠짐없이 중복 보고해야 한다. 환자의 호전·사망, 격리해제 여부, 격리해제일 등의 환자 최종 상태도 중복 보고한다. 중환자실 확보 병상 수, 입원 병상 수, 치료 가능 확보 병상 수 등의 병상 정보도 마찬가지다. 중증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인공호흡기 치료 가능 병상,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 병상, 지속적신대체요법(CRRT) 병상도 그렇다.

이런 중복 보고에 시달린 담당자는 감염관리실이나 감염관리팀이 가장 많았다. 중환자실·중증전담병상 등의 병동 담당자도 적지 않았다. 수기로 입력하거나 전화로 응답하거나 카톡 등 SNS로, e메일로 보고한다.

허윤정 교수는 "지난해~올 초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 때 중환자 병상이 빠르게 고갈됐다. 병상 관리가 통합적으로 안 돼 20여명이 병상 배정 전에 집에서 숨졌고, 병상을 대기하던 재택 확진자가 1074명까지 간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성호경 운영센터감염병연구개발팀장은 "감병병 전담병원이 압원환자 중증도 정보를 중수본, 질병청, 지자체에 중복 보고했고, 병상 정보를 중수본에 보고해도 환류되지 않아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어떤 준비를 할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1074명이 병상을 대기해도 (전국 병원의) 병상을 파악하는 보건 의료 시스템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허윤정 교수는 "올가을이 지나면 필수자원 통합관리 등의 논의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 이전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필수보건의료 범위를 정하고 통합 수집 방안을 만들어야 다음 감염병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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