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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 이르면 28일 사퇴”…대선 출마 결심 굳힌 듯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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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호 04면

최재형 감사원장이 다음주 초 감사원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 확실시된다. 최 원장 측 인사는 25일 “최 원장이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굳혔다”며 “이르면 28일 자신의 결심을 적절한 방식으로 공식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 측 “적절한 방식으로 발표” #윤석열 전 총장은 29일 정치 선언 #야권 대선 레이스 속도 붙을 듯

당초 7~8월 사퇴설이 나돌았던 최 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에서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 밝히겠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고, 직후 지인들과 논의 끝에 ‘6월 중 감사원장 사퇴’를 결정했다. 다만 감사원장 자리가 갖는 중립성을 의식해 다음주 초 사퇴와 동시에 대선 출마까지 선언할지는 아직 유동적이라고 한다. 2018년 1월 감사원장에 취임한 최 원장은 임기 4년을 6개월가량 남긴 상태로, 정치권에서는 감사원장 중도 사퇴를 그가 대선 출마 결심을 이미 굳힌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최 원장 주변은 “더 늦기 전에 정치 행보를 본격화해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쪽과 “감사원장 임기를 마친 뒤 차기 정부에서 대법원장이나 총리를 맡는 게 좋다”는 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애초에는 최 원장도 후자에 가까웠지만 정치권 일부 인사를 중심으로 “최 원장이 직접 나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정치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최 원장 측 관계자는 “최 원장이 정치 참여에 부정적인 아버지(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를 주말에 찾아뵙고 자신의 의지와 향후 계획을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 원장의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야권 대선 레이스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당장 29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선언이 예정돼 있다. 만약 최 원장이 이보다 하루 먼저 감사원장직을 던질 경우 국민의힘 바깥의 ‘야권 잠룡’ 두 명이 샅바 싸움을 시작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최 원장을 향한 야권의 주목도가 커진 것은 ‘윤석열 X파일’ 논란이 본격화한 시점과도 맞닿아 있다. 만에 하나 야권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이 흔들릴 경우 최 원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대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동시에 두 사람 중 한 명이 경쟁에서 패하더라도 공정과 원칙이란 가치를 공유하며 문재인 정부에 맞선 만큼 대선 이후에도 호흡을 맞출 것이란 기대도 적잖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여권은 이재명 경기지사로 굳어가는 모양새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은 극히 작아 보인다”며 “반면 야권에선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이 경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의 정치 참여가 임박하면서 견제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장을 지내다 정치에 뛰어드는 데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출마 등 정치적 행위를 위해 임기를 채우지 않는 건 조직에 마이너스”라며 “최 원장은 사회의 큰 어른으로 남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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