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문 정부 손놓은 사이 골든타임 놓친 연금개혁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26 00:21

업데이트 2021.06.26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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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호 30면

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국민·공무원·사학·군인 등의 4대 공적연금의 병이 깊어지고 있다. 어느 하나 성한 데 없지만 수술은커녕 항생제 처방도 없다. 연금 개혁에 미래가 달렸는데도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은 폭탄 돌리기에 여념이 없다.

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 폭탄 돌리기
노무현·박근혜 달리 문 정부는 개혁 외면
대선후보, 후세대 위해 연금개혁 공약해야

보다 못한 전문가의 독한 충고가 나온다. 이창수 한국연금학회 차기 회장(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은 최근 연금학회·인구학회 학술대회에서 “저부담·고급여 체계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보험수리적 수지상등 원칙 위배이며 이로 인한 잠재부채가 누적되고 있고 후세대에 부담 전가가 이어진다”며 “연금정책 관련 컨트럴타워가 부재해 종합적 처방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공적연금 주무부처는 복지부(국민연금)·인사혁신처(공무원)·교육부(사학)·국방부(군인)로 흩어져 있다.

이날 학술대회 발표 논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5년, 사학연금은 2044년 기금이 고갈된다. 공무원·군인연금은 벌써 고갈돼 2001년, 1973년부터 매년 국고에서 각각 1조~3조원을 메워주고 있다. 선망의 직업이 된 공무원의 노후까지 팍팍한 삶을 사는 국민이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나. 연금은 ‘70년 후 생존’을 따진다. 논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내년에 당장 9%에서 19.68%로, 사학연금은 18%에서 32.4%로 올려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10.3~13.4%포인트, 군인연금은 7.2~12.7%포인트 더 내야 한다.

안 그러면 부모보다 못한 첫 세대라는 청년들에게 모든 부담을 떠안겨야 한다. 국민연금이 2055년 고갈되면 소득의 약 30%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그 이후 방치하면 2088년까지 1경 8000조원의 적자가 쌓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지급 부채가 1004조원으로 나랏빚의 절반이 넘는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장은 “국민연금 미적립부채가 1500조원에 달한다”고 말한다. 이창수 교수는 “4대 공적연금 적자를 메우려면 2065년 예산의 24%를 써야 한다”며 “이게 가능하겠느냐. 어느 시점에서 미래세대의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국민연금 재정재계산을 해서 사지선다형 방안을 국회에 제출하고는 그걸로 끝이다. 공무원·사학·군인연금은 지난해 재정재계산을 하고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떨어졌고, 인구 자연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 때는 국민연금 개혁을 반대했다가 취임 후 미래를 보고 개혁에 착수했다. 재임기간 내내 “하루 800억원의 잠재부채가 생긴다”며 국회와 국민을 설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과 야당을 설득하며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그 덕분에 공무원·사학연금 환부가 덜 확대됐다.

문 대통령은 2018년 복지부 개혁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은 이후 연금 개혁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10개월 남짓한 임기에 손댈 리가 없다. 연금 개혁은 대선 이슈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기본소득 공약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다. 포퓰리즘 공약은 너무 식상하다. 기본소득을 얘기하려면 실현 가능한 재원조달 방안을 같이 내야 한다.

진정한 지도자는 나라의 미래를 본다. 스웨덴·일본 등의 선진국은 출산율·성장률과 연금을 연동해 ‘걱정 제로’가 됐다. 오늘 태어나는 아기는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4800만원의 잠재적인 연금 부채를 안게 된다. 안 그래도 힘든 젊은 층에 너무 잔인한 짓이다.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50세 전후의 기성세대가 경제현장에서 퇴장하기 전에 좀 더 부담해야 한다. 보험료 부담을 늘리거나 국민연금 균등 부분과 기초연금을 통합하거나 4대 공적연금 통합 지도를 그려야 한다. 어느 후보가 이런 그림을 그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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