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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테마주’ NE능률 793%, 이스타코 455%…정책·연줄 묶여 하이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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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호 08면

[SPECIAL REPORT]
코스피 미스터리, 왜 돈 번 개미 없을까

상반기 주가 상승률이 높은 기업은 대기업도, 실적이 좋은 기업도 아니었다. 상반기 국내 증시 상승률 상단은 대선 테마주 차지였다.

상반기 상승 종목 대부분 테마주 #회사 “아무 관련 없다” 잦은 공시 #내부자 지분 매도 등 경계해야

내년 3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잠룡들과 관련된 기업의 주가가 급등세를 탄 것이다. 일부 기업은 대선 후보와는 직·간접적 관련이 없는 데도 테마주로 묶여 급등했다. 이런 현상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 심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실체가 없는 주가 상승인 만큼 투자 때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전체 종목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상위 종목 대부분이 정치 테마주였다. 15일 종가를 기준으로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코스피 종목은 이스타코로 455.39%에 달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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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코는 부동산매매업과 교육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업체로 지난해 실적은 매출 58억9250억원에 영업이익 3억4532만원 정도였다. 그나마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14억5262억원, 영업이익 1696만원으로 코로나19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보다 되레 줄었다.

그럼에도 주가가 급등한 건 집권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테마주로 묶이면서다. 이 지사의 정책 브랜드 1호인 기본주택 사업에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였다. 이스타코가 “이재명 지사와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정책 연관성을 이유로 테마주로 묶인 건 그래도 그나마 낫다. 실체를 알 수 없는 학연·혈연으로 묶여 급등한 기업도 있다.

코스피시장 주가 상승률 4위를 차지한 덕성은 합성피혁·수지를 판매하는 회사로, 올 들어서만 주가가 238.22% 올랐다. 이 회사 이봉근 대표이사와 사외이사인 김원일 변호사가 야권의 대선 후보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코스닥시장 주가 상승률 1위인 NE능률은 최대주주인 윤호중 회장이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만으로 급등했다. NE능률은 공시를 통해 “당사의 사업과 윤 전 총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실적을 동반하지 않은 테마주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테마주 자체가 위험성이 높기도 하지만, 내부자의 배만 불리는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이다. 3월 윤 전 총장 테마주로 꼽혔던 성보화학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회사의 윤정선 대표는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올해 초 4000원 선이었던 성보화학의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해 3월 6000원대에 달했다.

그러자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들이 4월까지 129만5000주가량을 매도해 약 75억원을 현금화했다. 회사 내부자들의 대량 매도 속에 성보화학은 4월 말 4000원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NE능률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윤석열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하자 회사 측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자사주 매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NE능률은 173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한국거래소 측은 “정치 테마주는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오르내리기 때문에 언제든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대선이 다가오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테마주를 제외하면 상승률 톱5를 차지한 기업은 효성티앤씨와 포스코강판 정도다. 의류 소재인 스판텍스 세계 1위 기업인 효성티앤씨는 코로나19 이후 운동복 수요가 늘면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21%가량 급증했다. 이 덕에 주가도 연초보다 275.8% 올랐다. 포스코강판 역시 조선·건설업황 개선 덕에 실적이 늘면서 주가도 연초 대비 247%가량 상승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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