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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펀드 평균 수익률 29%…MMF 설정액 165조, 31% 성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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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호 09면

[SPECIAL REPORT]
코스피 미스터리, 왜 돈 번 개미 없을까

지난해 말 한 차례 차익 실현 뒤 주식시장을 떠났던 이모(38)씨. 올해 초 다시 주식 투자를 고민하다가 직접투자를 포기했다. 코스피가 연초 3000선을 넘으면서 대부분의 종목이 최고가를 경신하면서다. ‘주식 초보’인 이씨는 덜컥 겁이 났다. 그렇다고 여윳돈을 놀리기도 못해 고민 끝에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입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수익률만 놓고 보면 꽤 성공적인 선택이다. 이씨는 “미국 주식과 연계된 ETF인데 연초 대비 수익률이 11%가량 된다”며 “최종 수익률은 아니지만 연초 직접투자를 고수하다 대형주를 샀다면 속이 좀 탔을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의 귀환, 시장 반년 새 11% 껑충 #뉴딜·소부장 덕 공모형 펀드 열기 #S&P 에너지섹터 ETF 73% 수익 #“ESG·우량 배당주 펀드 투자 늘 것”

상반기 펀드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주요국 증시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펀드 수익률이 상승하고, 주가가 급등하자 이씨와 같이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돌아선 투자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신영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국내 펀드시장 전체 설정액은 총 77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2%인 77조9786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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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상품 전반이 고루 성장했다.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13.4% 늘었다. 반기별로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2연속 증가세다. ETF 역시 개인투자자가 몰리면서 상반기에만 1조1800억원이 순유입 됐다. 월별로 살펴보면 3·4월을 제외하고 매월 순유입을 기록했다. ETF는 적은 돈으로도 다양한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고, 수수료가 저렴해 지난해부터 펀드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초단기 펀드) 설정액 역시 기업공개(IPO) 열풍에 힘입어 상반기에만 31%가량 성장, 165조원에 달했다. 세계 금융시장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초단기 투자처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한동안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공모형 펀드에도 돈이 몰렸다. 정부 정책 펀드인 뉴딜·소부장펀드 영향 덕이라는 분석이다. 뉴딜·소부장펀드 외에 민간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뉴딜·소부장 관련 펀드에도 꾸준히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처럼 상반기 펀드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수익률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상반기 평균 수익률은 12.39%에 이른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유럽, 미국 주식에 투자한 펀드의 상반기 수익률은 각각 29.46%, 15.27%, 12.44%에 이른다.

‘한국투자KINDEX블룸버그베트남VN30선물레버리지’ ETF는 상반기 수익률이 72.53%이고,  ‘NH-Amundi베트남레버리지’ 펀드는 수익률이 59.8%에 이른다. 베트남 대표 주가지수인 VN은 한국처럼 개인 투자자가 대거 늘어나면서 지수가 급등세다. 지난달 25일엔 사상 처음으로 1300선을 넘었고, 6월 들어선 최고점을 두 번 경신했다. 24일 종가 기준 VN은 1376.48포인트다. 정성인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팀장은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베트남 기업의 대미 수출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이는 베트남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며 실적 성장에 따른 주식시장 상승에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해외주식형 에너지섹터 역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원유와 가스 탐사·생산 업종 지수를 추종하는 ‘KBKBSTAR미국S&P원유생산기업증권ETF’는 연초 대비 수익률이 73%대다. ‘삼성KODEX미국에너지증권ETF’는 50.92%, ‘블랙록월드에너지’는 33.81%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2차전지, 전기차, 테크놀로지 등 테마형 펀드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투자자가 대거 몰렸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중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수익률이 개선되자 펀드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MMF로의 투자금 유입은 둔화하겠지만 대신 사모펀드와 공모펀드 시장이 확대하면서 이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본다. 오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ESG펀드나 실적을 바탕으로 한 우량 배당주를 대상으로 한 펀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국내주식형 펀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ETF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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