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 막바지, 하반기엔 실적 성장 기업 주목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26 00:20

업데이트 2021.06.26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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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호 10면

[SPECIAL REPORT]
코스피 미스터리, 왜 돈 번 개미 없을까

국내 증시가 올해 반환점을 돌면서 큰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가능성에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고, 내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역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다. 상반기 매도세로 일관하던 기관 투자자 역시 언제든 다시 국내주식 비중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들은 하반기 증시를 가를 핵심 포인트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하반기는 어느 때보다 기업 실적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Fed, 내년 초 긴축 전환 가능성 시사
한국은행도 연내 금리 인상 밝혀

PER 11.4배, 3600P까지 상승 여력
올해는 기관보다 개인 수급 살펴야
연말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 조심

하반기를 앞둔 현재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화두는 유동성 장세의 마무리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는 물론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덕분에 세계 증시는 유례없는 반등을 이끌어 냈다. 국내 증시 역시 코스피가 3300선을 넘어설 정도로 호조를 보였는데, 일등공신은 풍부한 유동성이다. 그러나 ‘유동성 파티’는 이제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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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신호는 없었지만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22년 초부터 테이퍼링에 들어가고 2023년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 보다 빠른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수차례 보낸 바 있다. 정부 정책보다 언제나 한발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은 이미 유동성 장세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2014년의 사례를 들어 하반기 국내 증시에 조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이 가장 최근에 긴축으로 전환한 사례기도 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향후 테이퍼링에 나선다면 당시 방식을 따를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던 시기다. 연준은 2013년 5월 테이퍼링을 언급한 뒤, 2014년 1월부터 매월 100억 달러씩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12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긴축 우려 속에 코스피에서는 조정이 나타났고 2017년 상반기까지 1800~2000포인트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횡보했다.

시야를 조금 더 넓혀 보면, 지금 상황은 2004년과 유사하다. 연준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대유행 이후 1년 6개월 만인 2004년 여름 금리 인상에 나섰다. 2004년 6월 1%였던 미국 기준 금리는 2006년 6월 5.25%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상승으로 화답했다. 코스피는 2004년 8월 729포인트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우상향하면서 2006년 1465포인트까지 상승했다.

2014년과 2004년 두 번의 사례에서 국내 증시가 전혀 다르게 반응한 원인은 실적이다. 경기에 거품이 있었고 과잉 생산이 나타났던 2014년과 달리, 2004년은 전염병에 의한 충격에서 벗어나는 시점이었다. 따라서 과잉 생산설비의 구조조정 없이 전염병 우려가 잦아들자 본격적인 ‘실적장세’로 이어졌다. 과거의 흐름이 미래에도 꼭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유동성 파티가 끝나는 자리에서는 기업 실적이 부각된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는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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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코스피가 3300선을 넘어선 현 시점에서도 상장 기업들의 향후 실적을 바탕으로 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4배 수준이다. 2000년 이후 코스피의 평균 PER은 13배인데, 이를 적용하면 3600포인트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 실적이 시장을 주도할 핵심 요인이라면 종목 선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동성 장세에서는 모든 종목이 함께 상승했지만, 이제는 실적이 성장하는 기업만이 주가 상승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에서 3위로 뛰어오른 카카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부터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온 카카오는 주요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 속에 계속해서 주가가 강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종목 선정과 함께 수급 측면에서도 눈여겨 봐야할 시기가 있다. 매년 연말이면 국내 증시에서는 수급적 요인으로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조정이 나타나곤 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울 수 있다. 그러나 하반기 증시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은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국내 증시의 주도 세력은 기관이 아닌 개인 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올해 상반기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3000선을 지켰다. 개인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시장에서 이탈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불안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연말 대주주 양도세 회피를 위한 개인들의 매도 물량은 눈여겨봐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는 한 종목당 10억원을 넘게 보유한 투자자를 양도소득세 상 대주주로 간주해 20~25%에 이르는 세금을 부과한다. 과도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연말에는 종목별 보유 물량을 10억원 미만으로 줄이려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곤 했다. 대주주 여부를 가리는 기준 시점은 매년 연말이지만,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기 전 미리 보유 물량을 줄이려는 투자자들은 3개월 전부터 행동에 나선다. 지난해에도 10월 말을 기점으로 매도 물량이 나왔기에 올해도 동일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에 주의가 필요하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통령 선거 이슈도 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미국 증시에서는 대선을 기점으로 누가 당선되더라도 증시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한국은 의미 있는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각종 테마주가 나오면서 시장이 혼탁해질 확률이 높다. 대선 테마주는 실제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박세익 체슬리자문 대표
1994년 대유투자자문 펀드매니저를 시작으로 신한BNP파리바운용, KTB운용, 한화운용 주식운용팀장 등을 거쳤다. 인피니티투자자문에서 최고투자책임자(전무)를 역임하며 ‘동학개미들의 멘토’라는 별명을 얻었고, 지난 5월 독립해 체슬리자문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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