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금·채권 인버스 ETF…수퍼 리치들이 움직인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26 00:20

업데이트 2021.06.2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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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호 11면

[SPECIAL REPORT]
코스피 미스터리, 왜 돈 번 개미 없을까 

‘차익 실현하고, 안전성 위주의 투자 상품으로 유턴’. 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시중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가 최근 자산가에게 권하는 투자 전략이다. 실제로 고액 자산가들은 이 같은 추세에 맞춰 투자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당분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이 때문에 금리 인상을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빠른 경기 회복세로 금리 인상에 앞선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해서다. 이날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과 관련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아예 연내 국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PB들의 금리 인상 대비 투자 조언
달러 예금, 5개월 새 10% 늘어
금값은 작년 8월보다 10% 저렴

금융주 ETF, 경기 민감주도 관심
“분할 매수 등 리스크 관리 병행을”

주명희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장은 “국내외 거시경제 여건 변화를 염두에 두고 (부자들이) 주식과 펀드 등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에서 차익을 실현해 투자 비중을 낮추는 대신,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金) 비중을 높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국내 달러 예금 잔액은 554억700만 달러로 지난해 말(490억5500만 달러)보다 10% 이상 늘었다. 주 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일 때 달러를 분할 매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20원대로 이에 부합하는 조건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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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직후 최고점을 찍고 많이 내려간 상태다. 따라서 지금을 저점 매수 기회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최근 금을 찾는 고액 자산가도 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최근 국제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1700달러대 후반으로, 지난해 8월 고점(2000달러대 중반) 대비 10% 이상 낮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인플레이션 헤지(방어) 효과가 있는 안전자산인 금에 자산의 일정량을 투자하는 게 좋다”며 “현장에서도 금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이 무조건 위험자산 투자를 꺼리는 건 아니다. 금리 인상의 수혜 업종인 은행 등 금융 관련 주식·펀드처럼 길게 보고 투자할 만한 분야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경민 미래에셋증권 갤러리아WM 전무는 “금융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장기 수익률을 기대하기 괜찮은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이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콘텐트·미디어 업종에 대한 장기 투자를 추천했다. 건설·화학 등 경기 회복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 업종으로 볼 수 있는 경기 민감주도 투자할 만한 분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분할 매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PB들은 강조한다. 조현수 팀장은 “조정 시점에 분할 매수하고,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을 때 환매하는 등 리스크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장기 관점에서 성장성이 유효한 글로벌 기술주, 위험자산이면서도 안전성을 챙길 수 있는 고배당 섹터에 대한 투자를 권했다. 부동산 리츠(REITs)도 PB들이 현 시점에서 추천하는 투자 분야다. 경기 회복기에서 물가 상승세는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의 임대료 상승을 이끄는 경향이 강해서다.

반대로 통상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낮아지는 채권은 PB들이 추천하지 않는 투자 분야다. 그런데 역발상으로 채권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는 채권 인버스 ETF 투자는 권할 만한 시점이라는 게 PB들의 분석이다. 인버스 ETF는 일반 펀드와 달리 하락장에서 수익률이 오르는 상품이다. 국내에 상장된 채권 인버스 ETF는 이달 현재 11종이라 선택의 폭이 좁지 않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채권의 가격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다. 다만 이들 상품은 아직 거래량이 많지 않아 유동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매도할 때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향을 갖는 전환사채(CB) 등 이른바 ‘메자닌’ 상품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PB들은 분석한다. 김현식 메리츠증권 강남프리미엄WM센터 상무는 “우량 상장사의 CB 등 메자닌은 발행 회사의 신용도에 대한 위험성은 크지 않은 대신, 요즘 같은 때 수익을 올릴 기회를 줄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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