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0만원짜리 명품시계, 99% 재활용 소재로 만든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2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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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호 13면

패션업계도 ‘필환경’ 바람

재활용 티타늄, 재활용 야광 물질 등으로 구성된 파네라이의 ‘섭머저블 eLAB-ID’. [사진 각 브랜드]

재활용 티타늄, 재활용 야광 물질 등으로 구성된 파네라이의 ‘섭머저블 eLAB-ID’. [사진 각 브랜드]

올해 모든 제조업의 화두는 ‘필(必)환경’이다. ‘친환경’보다 절대적인 개념이다. 패션업계도 다르지 않다. 특히 몇천만 원대를 호가하는 럭셔리 시계 업계의 혁신 소재 개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무브먼트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나섰던 럭셔리 시계 산업이 최근 몇 년 새 골몰한 것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재활용 기반의 신소재 연구다.

케이스·다이얼 등 재활용 소재 써
지속가능 미래 위해 친환경 앞장

프라다, 재생 나일론 가방 론칭
멀버리, 식용 불가 식품 활용까지
펜디, 재활용 PVC 소재로 백 제작

올해 4월 처음 공개된 파네라이의 신제품 ‘섭머저블 eLAB-ID’는 7800만원대의 고가임에도 재활용 소재가 사용돼 큰 화제가 됐다. 케이스·다이얼과 브랜드의 상징인 크라운 보호 장치에 재활용 티타늄 합금을, 페이스와 핸즈 부분에는 100% 재활용 슈퍼루미노바(야광 소재)를 사용했다. 무브먼트에 사용되는 실리콘도 100% 재활용 소재다. 사파이어 크리스털과 골드 핸즈에 이르기까지, 시계 총 중량의 98.6%를 재활용 소재로 사용했다. 이를 위해 파네라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공급망을 새로 구축해야 했다. 시계 제작에 필요한 재활용 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파트너를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161년 전통의 스위스 워치&주얼리 명가 쇼파드의 경우 2019년 2000만~3000만 원대 스포츠 시계 ‘알파인 이글’을 출시하면서 전혀 새로운 스틸 소재 루센트 스틸 A223을 선보였다. 브랜드가 4년간의 자체 연구 끝에 개발한 소재로, 70%가 재활용 금속이다. 일반 스틸의 반짝임과 견고함은 물론 항알레르기 특성까지 갖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새로운 변화의 신호탄 쏘다

재활용 PVC로 만든 펜디의 ‘바스켓’ 백. [사진 각 브랜드]

재활용 PVC로 만든 펜디의 ‘바스켓’ 백. [사진 각 브랜드]

전체는 아니지만 스트랩이나 케이스 등 부분적으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도 꾸준히 늘고 있다. IWC가 최근 선보인 ‘팀버텍스 스트랩’은 80%가 종이 소재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질감이 부드럽고 유연한 것은 물론 뛰어난 내구성과 방수성을 자랑한다. 스트랩 내부는 재활용 마이크로 파이버로 채우고, 재활용 실을 이용해 꼼꼼히 마감했다. IWC는 럭셔리 시계 브랜드로선 최초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2018년 발간한 바 있다. 2020년 두 번째 보고서를 발간할 때는 영화배우 케이트 블란쳇과의 지속가능성 대담을 공개하기도 했다. 15년째 이 브랜드의 홍보 대사를 맡고 있는 블란쳇은 4~5년 전 입었던 드레스를 다시 입거나 새로 고쳐 입은 모습으로 시상식에 등장해 레드 카펫을 친환경 취지의 ‘그린 카펫 챌린지’로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직관적 디스플레이와 건강 관리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워치 ‘서밋 라이트’를 선보인 몽블랑 역시 43mm 케이스를 만들면서 재생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다. 또 포장하는 상자와 상자 속 동그란 시계 거치대까지 100% 종이 포장재를 사용했다.

쇼파드의 ‘알파인 이글’은 재활용 금속을 이용해 제작됐다. [사진 각 브랜드]

쇼파드의 ‘알파인 이글’은 재활용 금속을 이용해 제작됐다. [사진 각 브랜드]

가죽과 패브릭을 주로 사용하는 패션 의류&액세서리 브랜드들의 소재 혁신 노력 또한 진일보했다. 프라다는 낚시 그물, 방직용 섬유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얻은 재생 나일론 ‘에코닐(ECONYL)’을 사용한 ‘리나일론(Re-Nylon)’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6가지 클래식 스타일(벨트·숄더·토트·더플 그리고 2개의 백팩)로 구성된 가방 컬렉션이다. 프라다는 올해 말까지 브랜드가 사용하는 모든 나일론을 에코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코닐 1만 t이 생산될 때마다 7만 배럴의 석유를 덜 쓰고, 이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5만 7100t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펜디가 최근 출시한 ‘바스켓’ 백은 재활용 PVC 소재로 제작됐다. 구두·신발 깔창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품질 플라스틱 폐기물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영국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 멀버리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아예 색다른 소재의 ‘에코 스카치 그레인’ 백을 선보여 이슈가 됐다. 폐기 처리에 놓인 식용 불가능한 식품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바이오 합성 소재다. 멀버리는 2030년까지 모든 공급 체인을 재생할 수 있고 순환하는 모델로 비즈니스를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환경위기 극복 위해 세계적 노력 필요”

IWC의 종이 소재 ‘팀버텍스 스트랩’. [사진 각 브랜드]

IWC의 종이 소재 ‘팀버텍스 스트랩’. [사진 각 브랜드]

루이 비통도 오는 7월부터 판매되는 2021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서 ‘펠트 라인’을 선보인다. 오가닉 코튼과 재활용한 양모 소재인 자카드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 친환경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들이다. 체인 및 모서리 장식도 재활용 플라스틱이 적용됐다. 루이 비통은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을 100%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하겠다는 정책이다.

식용 불가능 식품을 활용한 멀버리의 ‘에코 스카치 그레인’ 백. [사진 각 브랜드]

식용 불가능 식품을 활용한 멀버리의 ‘에코 스카치 그레인’ 백. [사진 각 브랜드]

럭셔리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는 기본 컨셉트는 “좋은 물건을 구매해 버리지 않고 오래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필환경 소비 트렌드의 주요 실천 방법 중 하나로 부상했다.

재생 나일론 ‘에코닐’로 만든 프라다의 ‘리나일론’ 프로젝트 백들. [사진 각 브랜드]

재생 나일론 ‘에코닐’로 만든 프라다의 ‘리나일론’ 프로젝트 백들. [사진 각 브랜드]

특히 엄청난 고가의 럭셔리 시계·패션 브랜드들이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다는 건 아주 신선한 발상이자 새로운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흔히 ‘재활용’ 소재라고 하면 둔탁하고 유치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지속가능한 소재를 고민하던 초기에는 기술도 부족했고, 디자인보다는 ‘재생산된다’는 의미를 되살리는 데 급급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수준 높은 품질과 디자인에 공을 들여온 럭셔리 브랜드라면 소비자에게 필환경 소비를 이해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업계에 ‘낙수효과’를 끼치는 좋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파네라이의 CEO 장-마크 폰트로이는 “다가온 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는 시계 분야를 주도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 일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혼자 행동해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헌 티셔츠 리폼 등 업사이클링 제품 체험 공간 등장
티셔츠로 만들기

티셔츠로 만들기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RE;CODE)’가 18일부터 7월 24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 옆 공간인 ‘미술관옆집’에서 ‘통스 아뜰리에(TONG’S ATELIER)’를 운영한다. 래코드의 리폼·수선 서비스인 ‘박스 아뜰리에’와 ‘D.I.Y 워크숍’을 각각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대림미술관은 7월 25일까지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개최 기념으로 ‘TONG’s VINTAGE: 기묘한 통의 만물상’ 전시를 열고 있다. P4G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가속화하기 위해 2017년 출범한 글로벌 기구다. ‘통’은 대림미술관이 위치한 통의동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에선 친환경·탄소중립 등의 주제에 맞게 국내 영 아티스트 23팀이 참여해 유리·플라스틱·나무·종이 등 다양한 소재의 헌 물건들을 창의적 발상으로 변신시켰다.

‘박스 아뜰리에’와 ‘D.I.Y 워크숍’은 우선 네이버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한다. 1시간 동안 고객 한 사람씩 디자이너와 1:1 상담으로 진행되는 ‘박스 아뜰리에’에선 고객이 가져온 티셔츠를 리폼해준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래코드는 리폼 기본 스타일 3가지를 준비했다. 두 장의 티셔츠를 해체해 한 장의 티셔츠로 만들기(사진), 반팔 크롭 티셔츠 만들기, 슬리브리스 티셔츠 만들기다. 이중 하나를 선택하면 티셔츠의 총 기장, 끈·조임쇠 등 부속 장식물의 컬러, 래코드 통스 아뜰리에 한정판 레이블을 붙이는 위치까지 고객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전혀 다른 스타일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달라진 셔츠 길이, 고무줄 조임 디테일, 작은 레이블 위치 변화만으로도 새 티셔츠를 장만한 듯한 느낌은 물씬 난다.

‘D.I.Y 워크숍’에선 자동차 인테리어 소재인 카시트 재고 원단과 준비된 키트를 이용해 나만의 동전 케이스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100원짜리 동전 4~5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작은 사이즈인데, 원단의 컬러가 알록달록해서 동전 지갑이 아니라 가방에 매달고 다니는 참 장식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무료.

서정민 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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