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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 찾는 인간 욕심…개·고양이는 멍든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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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호 20면

순종 개, 품종 고양이가 좋아요?

순종 개, 품종 고양이가 좋아요?

순종 개,
품종 고양이가 좋아요?
엠마 밀네 지음
최태규·양효진 옮김
책공장더불어

크고 동그란 눈, 솜사탕 같은 복실한 털, 아장아장 짧은 다리…. 이런 외모의 개와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우와’ 혹은 ‘어머’와 같은 반응을 본인도 모르게 내뱉곤 한다. 온몸에 흘러넘치는 ‘귀여움’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충분하다. 개와 고양이에게 중요한 요소는 여전히 ‘기승전-외모’다.

하지만 이러한 반려동물의 생김새는 사실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외모다. 어떻게? 바로 근친교배를 통해서다. 수의사이자 동물복지 활동가인 저자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품종주의’가 가져올, 아니 이미 반려동물과 반려인에게 닥친 비극을 전한다. 사전적 의미에서 품종은 물품의 종류를 뜻하지만 생물 분류상에서는 인위적인 선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개체를 말한다. 즉, 아담하고 앙증맞은 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아담하고 앙증맞은 개끼리의 교배가 필수다. 근친교배에 따른 순 혈통 유지가 관건인 셈이다.

문제는 근친교배로 태어난 아이들이 평생 유전적 질병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납작한 얼굴이 상징인 불도그와 치와와는 대표적인 단두개종(種)이다. 자연법칙에 따르면 당연히 긴 코를 가지고 태어났어야 한다. 하지만 인기 있는 외모를 위해 개량된 종인 만큼 코가 절대적으로 짧게 태어났다. 이들은 호흡기관이 짧다 보니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폐쇄성 호흡기 증후군을 만성질환처럼 앓는다. 코만큼이나 주둥이도 짧으니 치열도 고르지 못하다. 소화 장애에 쉽게 걸리는 이유다. 하지만 보호자는 호흡 문제를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그저 ‘약한 아이’로 태어났겠거니 생각하며 동물병원 문턱을 드나들곤 한다.

고통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품종으로 태어난 개와 고양이를 입양하지 않는 게 변화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간이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외모를 중요시하는 한, 품종은 지금처럼 무한번식하기 때문이다. 견종·묘종마다 겪는 질병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반려인과 예비 반려인들을 위한 지침서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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