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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의 매끈하고 사무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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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호 21면

나비가 숨은 어린 나무

나비가 숨은 어린 나무

나비가 숨은 어린 나무
김용택 지음
문학과지성사

섬진강 김용택(73) 시인의 통산 열세 번째 시집이다. 그런데 이전 시집들과 비교해 어딘가 다르다. 그런 느낌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내는 첫 시집이어설까. 차면 기우는 대자연의 이치에 따라 절로 가벼워진 듯한 얇은 시집 안에는(50편이 채 안 된다!) 뭔가 매끈하고 그러면서도 사무치는 대목이 자주 눈에 띈다.

‘일어설 수 있는 길’ 같은 작품에 눈에 밟히는 문장이 많다. “오래된 길들은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알고 있다” “나뭇가지에 얹혔다가 자유를 누리며 다시 떨어지는 수긍의 눈송이들”, 이런 것들이다.

‘지금이 그때다’ ‘하루의 강가에 이른 나무’ 같은 시편들은 이를테면 ‘지금, 여기’를 날카롭게 인식할 수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들.

‘사람들이 버린 시간’은 눈물의 시로 읽힌다.

“사람들이 버린 시간 속에 산다/ 담요로 무릎을 덮고/ 강 쪽으로 앉아 시를 읽는다/ 지붕에는 눈이 쌓이고/ 눈을 안고 물속으로/ 가라앉는 돌이 되어”.

전문이다. 여기서 ‘눈을 안고 물속으로’는 결국 눈물이라는 소리 아닌가.

시인은 “이튿날이 없는 이별이, 시”라고 했다. 시집 뒤표지 표사글에서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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