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많이 산 우량 대형주 길 때, 중소형주는 뛰어…‘청개구리 시황’ 못 읽어 울상

중앙선데이

입력 2021.06.26 00:02

업데이트 2021.06.2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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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호 08면

[SPECIAL REPORT]
코스피 미스터리, 왜 돈 번 개미 없을까

25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외환딜링룸 전광판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이날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25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외환딜링룸 전광판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이날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적어도 개인 투자자(개미) 입장에선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시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코스피·코스닥은 사상 최고치지만 정작 개인 투자자가 많이 산 삼성전자·현대모비스 같은 대형주의 주가는 연초 대비 내렸다.

상반기 수익률 ‘극과 극’
외국인, 삼성전자 등 17조 순매도
기관도 34조어치 팔아치워 찬물

개인들, 52조 사들여 떠받쳤지만
대량 매수 종목 연초 대비 떨어져
대형주 외 업종별 골고루 상승

‘10만전자’ 기대감을 높였던 삼성전자는 상반기 ‘7만전자’에 머물다 이달 말에야 겨우 8만원대로 올라섰다. 그래도 연초 대비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올해 초 삼성전자를 산 개인 투자자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라는 얘기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인 데도 말이다. 도대체 지수는 누가 올리고, 돈은 누가 번걸까.

#외국인·기관

연초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3000선을 뚫자 곧바로 ‘코스피 4000 시대’ 대한 기대감이 확산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외국인은 상반기에만(6월 18일까지) 17조420억원을 순매도했다. 4월과 6월을 제외하고, 매달 주식을 내다 판 것이다. 외국인이 내다 판 종목은 삼성전자(10조9329억원)·현대모비스(2조266억원)·LG전자(1조4341억원) 등이다. 안지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아시아 전반에서 외국인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MSCI(신흥국 지수) 반기 리밸런싱 이슈와 1년 이상 금지됐던 공매도의 재개 등도 외국인 이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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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코스피는 흔들렸다. 여기에 기관까지 가세하면서 코스피는 방향성을 잃고 횡보하기 시작했다. 기관은 상반기 34조1903억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기관의 매도는 외국인과는 결이 달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3월 12일까지 51일 간 순매도 행진을 벌였는데, 내부 규정(국내주식 보유 한도)으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증시에 돈이 몰리자 기관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의 총액도 상승했고, 이로 인해 보유 한도를 넘겨 버린 것이다. 그렇더라도 모처럼 활짝 핀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국민연금은 내부 규정을 바꾸고 나서 매도를 중단했다.

#개미

외국인·기관 매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3000선에서 횡보세를 한 건 순전히 개미 덕이다. 개인은 상반기 52조6235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개인의 순매수액이 1년 간 47조5000억원 정도였는데, 반년 만에 이를 뛰어넘은 것이다. 그 뒤에는 기업실적이 있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12월 결산법인) 593곳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9조107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61%나 늘었다. 영업이익도 44조39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1000선을 돌파하던 1989년, 2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에도 강세장을 이끈 것은 개인 투자자였다”며 “다양한 업종에서 실적이 좋은 기업이 늘어났고, 주식 투자의 저변이 넓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경기가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지난해 주가 급락 이후 급등한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동학개미’(지난해 상반기 주가 급락 때 뛰어든 개인 투자자의 별명)가 적지 않은 수익을 내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증시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처음으로 4000만 개를 돌파했다. 이후에도 가파르게 증가해, 17일 현재 4820만4320개에 이른다. 통계청 기준 만 19세 이상 인구가 4312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인 1명당 1개 이상의 증권계좌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7만전자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어쨌든 개인 투자자 덕에 코스피·코스닥은 외국인·기관의 매도 공세에도 급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의 상반기 수익률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개인은 상반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모비스와 같은 대형주 위주로 사들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컴투스·알테오젠·셀리버리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선택했다. 이들 종목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데 정작 돈을 번 개인은 없는 것이다.

연초 ‘10만전자’ 기대감을 키웠던 삼성전자는 이달 초까지 ‘7만전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 수퍼호황 기대감이 컸고 실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이 이미 지난해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른 우량주도 마찬가지다. 기대감 속에 올해 증시에 뛰어 든 ‘신규 개미’의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중소형주의 반란

대형주의 주가가 대부분 연초보다 빠졌는데, 코스피·코스닥은 어떻게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걸까. 과거엔 삼성전자 등 대형주 주가가 지수를 끌어올렸다면, 상반기엔 중소형주가 코스피·코스닥을 끌어 올린 때문이다. 연초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했을 때 시가총액 3~6위는 LG화학·삼성전자 우선주·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였다. 그러나 지금은 24일 기준 카카오·네이버·LG화학·삼성바이로직스 순이다. 연초 37조원대였던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현재 7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코스피를 지배하던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시가총액 507조원에서 485조원으로 22조원 줄었다.

대형주의 주가가 빠졌는데도 지수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이유다. 이 외에도 중소형주가 골고루 상승한 것도 지수 상승에 영향을 줬다. 코스피에서는 상반기 섬유·의복(36.39%), 기계(26.17%), 통신(17.12%), 철강·금속(14.46%) 등이 상승했다. 코스닥 역시 금융(13.22%), 운송(29.56%), 제약(10.19%) 등의 업종이 연초보다 크게 올랐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네이버 등 신흥 기업의 몸값이 급등하면서 지수 전체를 밀어 올리고 있다”며 “다만, 기존 주도주의 투자심리가 개선되면 시총 순위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황건강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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