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리뷰] 남산 아래 움튼 ‘지속 가능한 습관’의 씨앗, 서스테이너블 해빗

중앙일보

입력 2021.06.25 18:46

업데이트 2021.06.28 11:17

지속가능함은 무엇일까? 단순히 유행처럼 번지는 하나의 트렌드인 걸까. ‘서스테이너블 해빗’은 지속가능함에 대한 고민을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공간이다. 먹고 마시는 행위에서부터 입고, 쓰고, 버리는 행위까지 지속가능한 모든 방법이 있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습관 하나씩만 발견해도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이를테면 텀블러를 사용한다거나, 대나무 빨대를 쓴다거나, 플라스틱을 되가져와 재활용함에 넣는 일들이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낭만적인 남산 뷰를 즐기기에도 좋은, 나만의 지속가능한 아지트를 소개한다.

제로 웨이스트 공간
서스테이너블 해빗

지속 가능한 복합문화공간 '서스테이너블 해빗'. 이름 그대로 지구를 위한 '지속 가능한 습관'을 만들게 하는 공간이다. [사진 이현우]

지속 가능한 복합문화공간 '서스테이너블 해빗'. 이름 그대로 지구를 위한 '지속 가능한 습관'을 만들게 하는 공간이다. [사진 이현우]

서스테이너블 해빗은 어떤 공간인가요.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이곳은 제로웨이스트 카페&바와 책, 공예품, 런드리숍, 세제 리필스테이션 등 지속 가능한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소셜벤처기업인 ‘케이오에이(K.O.A)’에서 지속 가능한 습관을 만들자는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공간에 관심이 많아 자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이걸 알고 지인이 이런 공간의 ‘끝판왕’ 격인 이곳을 소개해줬습니다. 날씨가 유난히 화창한 4월 마지막 주말에 다녀왔어요. 첫인상이 좋아 자주 찾게 될 것 같아요. 혼자 가면 심심하고 ‘지속가능성’에 관심 있는 친구와 방문해 커피뿐만 아니라 여러 콘텐츠를 즐기고 싶은 공간입니다.

이곳을 리뷰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제로웨이스트 카페 또는 지속 가능한 제품을 소개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둘 다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카페와 제품 두 가지를 모두 소개하는 이곳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하지만 다른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공간에 비해 덜 알진 게 아쉬웠습니다. 많은 사람이 다녀가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하게 되었어요.

이런 공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분명 일반적인 카페에 비해 낯선 공간이잖아요. 그런 낯섬에 대한 경계나 의구심을 가장 빠르게 내려놓는 방법은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겉보기에만 그럴싸하고 콘텐츠는 비어있다면 안 되겠지만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가 많진 않다. 하지만 곧 지속가능한 삶에 관심 있는 많은 MZ세대들이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가 많진 않다. 하지만 곧 지속가능한 삶에 관심 있는 많은 MZ세대들이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카페 옆으로 마련된 지속가능한 제품을 모아놓은 매장 전경. 수세미, 나무 숟가락, 손수건, 의류 등 꽤 다양한 제품을 모았다.

카페 옆으로 마련된 지속가능한 제품을 모아놓은 매장 전경. 수세미, 나무 숟가락, 손수건, 의류 등 꽤 다양한 제품을 모았다.

그 중 가장 사용해보고 싶었던 대나무 빨대와 대나무 칫솔.

그 중 가장 사용해보고 싶었던 대나무 빨대와 대나무 칫솔.

이곳에 대한 만족도는 얼마나 되나요.

첫 방문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8점을 주고 싶습니다. 우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디자인적 요소가 충분했어요.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든 포인트가 많았어요. 건물 외관부터 ‘아, 저기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카페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는 사용하지 않아요. 입구에 고객의 텀블러를 맡겨둘 수 있는 ‘키핑 스테이션’이 있고, 스테인리스와 대나무 빨대만 사용해요. 디저트 메뉴는 유기농, 글루텐프리, 비건 같은 건강에 좋은 것들이에요. 제로웨이스트 카페가 갖춰야 할 기본이 탄탄했어요. 또 카페로서 가장 중요한 ‘커피 맛’도 훌륭했습니다.

비용적인 측면은 어땠나요.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는 적당을 넘어 살짝 저렴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아메리카노 4000원, 라테 4500원, 모카 5000원 선이에요. 텀블러를 가져오면 500원을 할인해 줍니다. 이곳엔 멸종 위기 동물이 된 북극곰을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든 시그니처 음료가 있어요. ‘바닐라 베어’인데, 저는 이날 언덕을 걸어 올라 달달한 게 마시고 싶어 카페 모카를 마셨어요. 뒤늦게 시그니처 음료를 발견해 아쉬웠지만 다음에 꼭 와서 마셔봐야겠다 싶었어요.
반면 매장 안에서 판매하고 있는 ‘르 캐시미어’ 제품은 제 기준에서는 비싸게 느껴졌어요. 이 공간을 운영하는 케이오에이에서 전개하는 ‘르 캐시미어’란 브랜드는 생산자나 자연에게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캐시미어’를 사용하고, 수명이 다한 제품은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시켜 버려지는 옷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요. 이런 브랜드 가치를 생각한다면 가격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 부분이 공간 만족도에는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에요.

커피 카운터 앞에 마련된 텀블러 스테이션.

커피 카운터 앞에 마련된 텀블러 스테이션.

단골이라면 굳이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 않고, 선반에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컵 앞의 이름표는 자신이 직접 적는다.

단골이라면 굳이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 않고, 선반에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컵 앞의 이름표는 자신이 직접 적는다.

'르 캐시미어'의 머플러는 자그마한 원통 박스에 담아 판다. 커다란 쇼핑백에 비해 종이 사용량을 확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르 캐시미어'의 머플러는 자그마한 원통 박스에 담아 판다. 커다란 쇼핑백에 비해 종이 사용량을 확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세척&분류 습관 캠페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재활용해 가방, 의류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캠페인이다. 누구든지 여기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져오기만 하면 참여 완료!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세척&분류 습관 캠페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재활용해 가방, 의류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캠페인이다. 누구든지 여기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져오기만 하면 참여 완료!

이 공간에서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한 공간에 많은 것들이 집약된 건 아닌가 싶었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명확한 콘셉트를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녀와서 친구에게 설명할 때 1~2줄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공간이 좋은 공간이죠. 이곳은 ‘지속가능한 습관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한 줄 요약이 가능하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제로웨이스트 카페인데 친환경 제품도 팔고, 아 거기 르 캐시미어 매장이기도 해. 그리고 한쪽엔 코인 세탁기가 있는데….”란 식으로 설명이 길어지죠. 다행히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어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만 개선을 한다면 조금 덜어내고 싶어요.

이 공간 기획자를 칭찬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옥상에 올라가고 싶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반려동물이 타고 있음을 표시해주는 버튼이 있더라고요. 제가 좀 촌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놀랐어요.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인간과 동물, 둘 다를 함께 배려한다는 부분에서요.

 엘리베이터 안에 반려동물이 타고 있음을 알려주는 표시가 신선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반려동물이 타고 있음을 알려주는 표시가 신선했다.

맑은 날 서스테이너블 해빗 옥상에서 바라본 남산 뷰. 남산과학관과 N서울타워가 한눈에 보인다.

맑은 날 서스테이너블 해빗 옥상에서 바라본 남산 뷰. 남산과학관과 N서울타워가 한눈에 보인다.

이곳에서 꼭 해야 할 게 있을까요

옥상에 꼭 다녀오세요. 1층에도 워낙 볼거리가 많으니 옥상을 잊는 것 같아요. 옥상에 올라가 남산이 만들어낸 풍경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갈 때는 꼭 엘리베이터는 타세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지향점이 같은 부분이 있다면요.  

좋은 공간일수록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좋은 공간 자체가 지속 가능해진다는 단순한 논리에서요. 이곳이 정확히 어떤 수익 구조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자세히 알진 못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쇼룸이 아닌 진짜 ‘지속가능’을 위해 많은 것을 시도해주길 기대합니다. 매장 한 켠에는 폐플라스틱을 수거 후 재생해 다른 제품을 만드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세척&분류 습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더군요. 이런 부분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방문 후 생활이 달라졌다고요. 

작은 부분인데, 텀블러 사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집에 누구나 텀블러 한 두 개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걸 가지고 다니며 쓰기엔 번거롭다는 사람이 많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인지라 반성하게 됐어요. 이렇게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 사용을 유도하는 공간이 꾸준히 생기는 것 자체로 감사해요. 오늘은 반드시 텀블러를 꺼내 볼 생각입니다.

민지리뷰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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