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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최저임금 인상폭보다 업종별 차등 적용부터 결론내야"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편의점 매대. 뉴스1

서울의 한 편의점 매대. 뉴스1

최저임금 인상률 23.9%라는 카드를 받아든 경영계가 논의 주도권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경영계는 2022년도 최저임금의 액수를 정하기 전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제’를 먼저 관철시키겠다는 복안이었지만, 노동계가 전격적으로 시간당 1만800원 카드를 꺼내들면서 핵심 논의가 금액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25일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심의가 끝나기도 전에 노동계가 최초 금액 요구안을 발표하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와 과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하루 전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을 발표해 기존에 진행하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의가 묻히게 됐다는 위기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노동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24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800원을 최저임금위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근로자위원들은 1만800원 요구안을 실제로는 최저임금위에 제출하지 않았지만, 공식 발표를 하면서 최저임금위의 가장 큰 논의 대상은 인상폭이 돼버렸다.

업종별 차등 원하는 경영계

5차 회의에서는 경영계의 차등 적용 주장과 인상폭을 둘러싼 논의가 섞여서 이뤄졌다. 류 전무는 “누군가의 소득은 또 다른 누군가의 비용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나, 일부 업종의 이야기일 뿐 실제 최저임금을 부담해야 하는 이분들에게는 하루하루가 한숨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측 주장의 상당 부분을 금액 인상 요구 반박에 쓴 것이다.

최저임금 변동 추이

최저임금 변동 추이

추가 대면 논의 없이 표결로

결국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결론은 29일 회의에서 위원 30명의 표결로 결정하기로 했다. 경영계는 숙박·음식점·운수·창고업 분야 사용자의 임금 지불능력이 코로나19 뒤 급락했다며 이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자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어긋난나고, 업종 구분의 기준이 불분명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한다. 경총 관계자는 “차등 적용이라는 관행을 33년만에 살릴 수 있는 기회인데, ‘얼마냐’는 문제가 먼저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묻힐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영계의 최저임금 요구안은 29일 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공식 발표된 것은 없지만 동결을 제시할 거란 관측이 경총 안팎에서 나온다. 류 전무는 “(그동안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려워졌고, 구하더라도 근로시간이 짧아 이곳 저곳 다시 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어려움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대출을 받아 생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하지 못하고 혼자 일하게 되거나 가족을 동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근로자위원들은 “코로나19로 경제 불평등 및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 소득 증대 및 소비 진작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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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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