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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떠나자 중국인들이 위험해졌다···中정부 '아프간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능한 한 빨리 아프간을 떠나라”

중국 시노팜 백신을 들여온 아프가니스탄 [신화=연합뉴스]

중국 시노팜 백신을 들여온 아프가니스탄 [신화=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결국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자국민에게 '떠나라'는 지침을 내렸다. 미군 철수로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세를 불리며 여러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관이 지난 19일(현지시각) 아프간 주재 자국민과 기관들에 상황 악화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하며 “아프간 내 안보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아프가니스탄 딜레마’가 점점 중국 정부를 옥죄고 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국의 '아프간 딜레마'

정세가 불안한 아프가니스탄 [AFP=연합뉴스]

정세가 불안한 아프가니스탄 [AFP=연합뉴스]

중국의 고민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한 이후 시작됐다.

미국이 오는 9월 11일까지 철군을 완료한다고 발표하자 중국에 불똥이 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해 안보 불안이 커진 중앙아시아 5개국이 일제히 중국을 바라보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일대일로’의 핵심인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크게 키운 중국 입장에선 모른 척하기가 힘들어졌다. 중국이 아프간에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개입할 것이냐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중국은 정치ㆍ안보ㆍ경제 등 전분야에 걸쳐 중앙아시아에서 떠오르는 강대국이 됐다”며 “지난 5월 시안에서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장관 제2차 회의’를 여는 등 점점 더 밀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간 정국을 모른 척하기 힘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얼마 전 치러진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장관 제2차 회의’ [신화=연합뉴스]

얼마 전 치러진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장관 제2차 회의’ [신화=연합뉴스]

더 큰 문제도 있다. 아프간의 불안한 정세가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평화유지군 파견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이럴 경우 탈레반을 비롯한 이슬람 무장 세력들이 중국을 ‘완전한 적’으로 삼을 수 있다. 더 디플로맷은 “중국은 이 지역에 미국이 발 딛기를 바라지 않지만 동시에 아프간의 불안한 상황을 잠재울 마땅한 묘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카드’로 내밀 수 있는 것은 역시 경제적 지원이다.

두 나라는 지난 2015년 중국-아프간 경제ㆍ통상위원회를 설립한 이후 직항 화물 항공편을 열고 열차를 개통하는 등 경제적으로 조금씩 가까워져왔다. 양국 간 무역은 지난 2013년 3억 3800만 달러에서 2019년 6억 2900만 달러로 약 2배 증가했다. 중국의 최종 목표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이 나라를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이다.

2019년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PA=연합뉴스]

2019년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PA=연합뉴스]

때문에 중국이 러시아ㆍ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ㆍ키르기스스탄ㆍ타지키스탄과 함께 만들어 정치ㆍ군사ㆍ경제 등 다방면에서 협력하고 있는 ‘상하이 협력기구(SCO)’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센터(BESA) 측은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란 유혹은 아프간에서도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며 “아프간에서 어떤 정부가 집권하든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는 하지 못했던 다른 방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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