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치는 '윤석열 x파일' 뿌리는···'장모와 원한' 동업자 주장

중앙일보

입력 2021.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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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후보자의 장모를 상대로 여러 차례 고소·고발을 해서 상당히 괴롭혔던 정○○이라는 사람 혹시 아십니까.”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들어 봤습니다.”

2019년 7월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나눈 대화 중 일부다. 당시 박 의원은 “(제가) 정○○라는 사람이 그의 사무실에서 나눴던 대화 관련 녹취록을 제보받았다”며 “박근혜 정부 말기 청와대가 윤 후보자에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정보를 취득했고, 그중 하나로 정○○이라고 하는 사람을 접촉해서 자료를 받아 갔다, 이런 (내용의) 녹취록”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의 주장은 당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던 윤 전 총장의 약점을 캐기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정모씨를 접촉했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이런 사실을 혹시 알고 있었느냐”는 당시 박 의원의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尹 'X파일'은 정○○ 주장의 파생본"

22일 오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캠프 후보지 중 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사무실이 공사중인 모습. 뉴스1

22일 오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캠프 후보지 중 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사무실이 공사중인 모습. 뉴스1

오는 29일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정치권에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그의 가족 관련 의혹이 담긴 X파일은 24일 중앙일보가 존재를 확인한 것만 여섯 가지 정도다. 이 중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직접 본 뒤 파기했다는 2개 문건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버전을 직접 봤다는 한 국민의힘 보좌진은 “전부 정○○ 주장의 파생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씨는 원래 윤 전 총장의 장모인 최모씨와 2003년 즈음부터 동업자 관계였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 송파구의 한 스포츠센터를 둘러싼 금전 관계로 인해 최씨가 정씨를 고소했고, 이 일로 기소된 정씨는 강요죄 등의 혐의로 2년가량 옥살이를 했다. 최씨와 다른 이의 위증 등으로 인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이러한 개인적 원한에서 시작된 정씨의 의혹 제기는 2009년부터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하자 정씨가 제기한 관련 의혹도 덩달아 확산했다. 정씨가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의원실을 광범위하게 접촉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씨 측과 접촉했던 또 다른 국민의힘 소속 보좌관은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을 제보하겠다며 의원실로 걸려온 전화에 혹해서 이후 정씨의 동생과 수차례 만났다”며 “다만 의혹을 하나씩 검증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청문회에서 질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이어 “윤 전 총장 및 그의 장모와 관련한 의혹이 검증 과정에서 하나씩 먹히지 않자 정씨 측이 윤 전 총장 부인과 관련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씨 측은 여야 의원실에 두루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정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은 지금 떠도는 얘기는 결혼(2012년 3월) 전에 있었던 얘기고, 결혼 후에는 청렴결백하게 살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X파일.pdf' 친여 성향 유튜버가 작성

‘열린공감TV’가 23일 “방송용 취재노트”라고 한 ‘윤석열 X파일’ 중 일부. 문서 캡처

‘열린공감TV’가 23일 “방송용 취재노트”라고 한 ‘윤석열 X파일’ 중 일부. 문서 캡처

정치권에선 현재 인터넷과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문건 대부분이 정씨의 주장 그대로이거나, 또는 이를 따로 정리해 발전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윤석열 X파일.pdf’란 제목의 6쪽 분량 문건이다. 윤 전 총장과 아내, 장모 등과 관련한 의혹을 단순 나열해 놓은 문건인데, 상당수의 내용이 정씨가 과거부터 자신의 블로그에서 주장해 온 내용과 일치한다. 이 문건은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의 대표 정모씨가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9년 개설된 이 채널은 친여 성향 지지자 사이에서 최근 급격히 인지도가 커진 유튜브 채널로 구독자 24만명을 보유 중이다. 이 채널은 한때 열린민주당 서포터스를 표방하는 등 여권 강성 지지층 입맛에 맞는 콘텐트를 주로 내보내고 있다.

‘열린공감 TV’는 23일 오후 긴급 생방송을 통해 “최근에 돌고 있는 윤석열 X파일 중 목차가 담긴 6페이지 부분을 우리가 만들었다”며 “우리가 앞으로 녹화할 방송에서 대본으로 쓰려고 만든 취재 노트로 확인됐다. 1년 동안 취재한 내용을 근거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체 분량이 300쪽에 달한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방송 대본을 위해 300쪽 분량의 의혹 정리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외에도 윤 전 총장 가족 관련 사진 및 문건 수십 개가 담긴 ‘진행_윤석열 마누라’란 제목의 압축파일(97.90MB)과 ‘[하권]2. 윤석열 누가 죄인인가 원문.hwp’이란 제목의 문서 파일(238.47MB)도 유포되고 있다. 또 윤 전 총장의 ‘공(公)’과 ‘실(失)’, ‘핵심 리스크’ 등 세 가지 목차로 나뉜 2쪽짜리 문건도 존재한다. 이 문건은 윤 전 총장의 과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당시 야당 의원실이 청문회 대비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X파일이라며 떠도는 여러 가지 버전의 파일을 받아서 읽어봤다”며 “대부분 정씨가 과거부터 악의적으로 제기해 온 음모론 수준의 의혹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與 "야권 내란" vs 野 "친여 유튜버 작성"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관계자가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최초 작성자와 X파일의 존재를 처음 언급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관계자가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최초 작성자와 X파일의 존재를 처음 언급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이날 정치권은 윤 전 총장 관련 X파일의 출처를 놓고 또 한 번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X파일의 한 가지 버전을 제작한 주체가 친여성향의 유튜버로 확인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주장한 ‘야권 인사가 정리했을 것’이란 추측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앞으로 대선을 앞두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민주당에 정중히 부탁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상대 당이나 상대 세력을 지목할 때는 육하원칙에 맞게 의혹을 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 측에서 이명박 후보를 향해 BBK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격한다”며 “2021년 윤석열 X파일이라는 게 등장해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두 파일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두 파일은) 야권의 후보 경쟁 과정에서 야권 스스로 촉발시킨 것이다. 내란(內亂), 즉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인한 어지러움”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MBC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야당 스스로 지뢰를 밟고 폭탄을 터트린 것”이라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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