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과잉 유동성 줄이려면 금리 인상 불가피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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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결국 금리 인상이 현실로 닥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회견에서 “현재 완화적 통화정책을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경기) 회복세에 맞춰 (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현재에서 한두 번 올리더라도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을 명확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 총재 ‘연내 금리 인상’ 첫 언급
충격 최소화하고, 현금 살포 자제해야

‘연내 금리 인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저금리와 재정 확대가 맞물리면서 유동성이 넘치고,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저금리를 유지하면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전방위적인 부작용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최근 소비자물가는 숨 가쁘게 오르고 있다. 5월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해 9년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미국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5%를 기록했다. 오피넷에 따르면 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L당 1591.42원까지 올랐다. 경기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한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장바구니 물가도 심각하다. 수퍼마켓에 가면 15개들이 계란 한 판이 9000원에 육박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계란은 1년 전보다 84.4%나 올랐다. 전·월세 등 부동산 가격 급등의 폐해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한은의 이번 결정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문제는 금리 인상의 충격이다.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가계부채+기업부채) 규모가 216.3%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에 따르면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 연체가 최대 0.3%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도 한은이 돈줄을 조이는 것은 유동성이 한계상황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30조원이 넘는 돈을 또 풀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주자고 주장해 왔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들이 시중의 유동성을 거둬들이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선 표심 잡기용 현금 살포를 더 하겠다는 모습이다.

민심은 결국 경제에 달려 있다. 여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사실을 벌써 잊었는가. 임계치를 넘어 버린 경제는 회복도 쉽지 않다. 금리 인상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정부·여당의 현명한 대책을 촉구한다. 민간도 금리 인상의 파장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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