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정용진…3조4400억 베팅, 이베이 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25 00:05

업데이트 2021.06.2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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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용진 부회장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된다. 이마트는 3조4400억원에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24일 코스피 시장에 공시했다. 이베이코리아의 나머지 지분 20%는 미국의 이베이 본사가 그대로 갖는다. 이마트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단순히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기회를 사는 거래”라고 설명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경쟁했던 롯데그룹은 지난 16일 사실상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이마트는 조만간 이베이와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마트, 이베이 지분 80% 인수
신세계, 이커머스 단숨에 2위로
“온라인 비중 50% 사실상 제2 창업”
동맹 네이버, 3위 쿠팡과 본격 경쟁
국내 온·오프 유통시장 대지진 예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으로선 올해 들어 두 번째 대형 인수합병(M&A)이다. 올해 초에는 SK그룹에서 프로야구단(SSG랜더스)을 사들였다. 국내 전자상거래 1위인 네이버와는 올해 초 주식 교환으로 ‘동맹’ 관계를 맺었다. 유통업계에서 ‘진격의 정용진’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앞서 “(인수 금액이) 얼마냐가 아니라 (인수 후)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선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교보증권]

한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교보증권]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 2위로 부상한다. 기존 2위였던 쿠팡을 제친다. 신세계는 유료 고객 270만 명과 국내 최대 규모의 판매자를 동시에 얻는다. 네이버·쿠팡 등과 경쟁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를 마련한 셈이다. 이베이코리아에서 숙련된 정보기술(IT) 인력도 확보한다. 지난해 신세계 온라인 부문인 SSG닷컴의 거래액은 3조9200억원에 그쳤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연간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24조원으로 증가하고 시장 점유율은 15% 수준으로 높아진다.

업체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보증권]

업체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보증권]

이마트의 판매에서 온라인 비중은 약 50%로 올라간다. 이마트는 “더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래 사업의 중심축을 온라인과 디지털로 전환한다”며 “그룹으로선 사실상 ‘제2의 창업’을 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온라인뿐 아니라 유통의 전체 판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난해 161조원 규모였다. 2025년에는 27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커머스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마트가 넘어야 할 고비도 있다. 업계에선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2016년 국내 전자상거래 1위(시장 점유율 18%)였던 이베이코리아는 이후 3위까지 밀렸다. 이베이코리아에 입점한 우수 판매자의 상당수는 네이버와 쿠팡 등에도 들어가 있다. 이마트로선 이베이코리아와 진정한 의미의 통합을 끌어낼 수 있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요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요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세계는 그동안 거액을 쏟아부으며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세 확산을 추진했다. 하지만 네이버·쿠팡은 물론 전통의 라이벌인 롯데온(7조6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세계와 네이버는 서로 동맹을 맺긴 했지만 여전히 경쟁자다. 당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공동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던 네이버는 막판에 불참을 통보했다. 결국 신세계와 네이버는 각자 입장에 따라 협력과 경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백화점·대형마트·슈퍼 등의 전자상거래 관련 업무를 롯데온으로 넘기기로 했다. 각 사업부는 상품 조달 업무만 유지하고 상품의 전시·마케팅과 배송 서비스는 롯데온이 맡는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추가 M&A도 언제든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호텔과 스타필드 경기도 안성 등을 잇따라 방문하기도 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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