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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의 반란, 롤링스톤 휠체어컬링 국가대표선발전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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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끝난 2021~22시즌 휠체어컬링 국가대표선발전에 우승한 롤링스톤 선수들. 윤은구(왼쪽부터), 장재혁, 백혜진, 정성훈, 고승남. 가운데는 김승민 코치 이천=김효경 기자

24일 끝난 2021~22시즌 휠체어컬링 국가대표선발전에 우승한 롤링스톤 선수들. 윤은구(왼쪽부터), 장재혁, 백혜진, 정성훈, 고승남. 가운데는 김승민 코치 이천=김효경 기자

신예의 반란은 매세웠다. 의정부 롤링스톤이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했다. 사실상 2022 베이징 패럴림픽행이 유력하다.

내년 3월에는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이 개최된다. 김정훈 대한장애인컬링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3년간의 랭킹포인트를 더해 패럴림픽 출전국을 가린다. 현재까지 쌓은 포인트가 많아 세계선수권에서 최하위를 해도 베이징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선수촌 내 컬링장에서 열린 2021~22시즌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발전은 사실상 패럴림픽 티켓이 걸린 대회였다.

휠체어컬링은 남녀로 구분된 비장애인 컬링과 달리 휠체어컬링은 혼성 8엔드 경기로 열린다. 스위핑(빗자루질)이 있는 비장애인 컬링과 달리 휠체어컬링은 휠체어를 타고 경기를 치러 허리를 숙이기 어렵기 때문에 딜리버리 스틱이라고 불리는 긴 장대를 써서 스톤을 밀듯이 하우스로 보낸다. 투구를 하는 선수 뒤에선 다른 선수가 붙어서 휠체어를 잡아준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됐다. 우리 나라는 2010년 밴쿠버 대회에 처음 출전해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2018 평창 대회에선 예선 1위를 차지했으나 아쉽게도 결선에선 4위에 머물렀다. 평창 대회 당시 한국은 단일팀이 아닌 여러 팀 선수를 모았고, 다섯 명의 선수 성(姓)이 달라 '오성 어벤저스'로 불리기도 했다. 5명의 선수는 각자의 소속팀으로 흩어져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다섯 명의 선수는 모두 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서순석이 소속한 서울시청은 3위, 방민자·정승원 선수가 포함된 한전 KDN은 2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다는 대신 상비군으로 뽑혔다.

우승을 차지한 건 평창 멤버가 한 명도 없는 롤링스톤이었다. 롤링스톤은 19일 끝난 경기도지사배 대회에서 스킵 장재혁, 서드 고승남, 세컨 정성훈, 리드 백혜진, 후보 윤은구의 활약에 힘입어 6승2패를 기록했다. 롤링스톤즈는 한전KDN, 서울시청과 6승2패 동률을 이뤘으나 DSC에서 앞서 우승했다. 이어 22~24일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플레이오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롤링스톤은 한전 KDN과 결승에서 1엔드에 승리한 데 이어 2엔드 스틸에 성공하며 2-0으로 앞섰다. 하지만 3엔드에서 1점을 내주고, 후공인 4엔드에서도 2점을 빼앗겨 역전을 당했다. 그러나 5엔드, 6엔드에서 고승남과 장재혁의 멋진 샷이 나오면서 재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7엔드를 다시 스틸하면서 7-4 승리를 거뒀다.

롤링스톤은 2010 밴쿠버 패럴림픽에 출전한 전통의 명문이다. 하지만 현재 멤버는 모두 젊은 선수들이다.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고, 경력도 3년~7년으로 10~15년에 달하는 다른 팀보다 짧다. 국가대표도 전원 처음이다. 최고령인 장재혁이 50세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30~40대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끈끈한 팀웍으로 정상에 올랐다.

윤은구는 "팀원들이 너무 잘 해줬다. 단합이 잘 된게 승리의 이유인 것 같다"며 "뒤늦게 합류했는데 기왕 패럴림픽에 나가게 됐으니 (평창에서 한국을 이긴)중국을 넘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재혁은 "론볼 국가대표 경력은 있으나 컬링으로 전향한 뒤에는 처음이다. 본격적으로 한 건 3년 정도 됐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울음이 나오는 걸 참고 있다"고 말했다.

홍일점인 백혜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1위를 차지해 놀랍고 기쁘다. 젊은 팀이라 체력적으로도 좋았고, 식사나 생활까지 잘 맞아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배드민턴 선수였던 백혜진은 "다른 종목을 알아보다 컬링이 맞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떨리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훈은 "우리 팀은 서로 의논을 많이 한다. 좋은 팀웍이 우승의 이유인 것 같다"며 "사실 이번 대회 목표는 4강이었다. 예선 1위를 한 뒤, 상비군(3위 입상)까지만이라도 하자고 했는데 우승까지 해서 국가대표가 돼 꿈만 같다"고 말했다. 고승남은 “국가대표가 된 게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제일 어린데 팀원들이 내 의견도 많이 들어줘서 고맙다. 컬링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자부심을 갖고 베이징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도록 훈련하겠다”고 했다.

롤링스톤의 우승 뒤엔 비장애인 국가대표 출신 김승민 코치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김 코치는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컬링선수권에서 실업팀을 물리치고 우승한 경기도컬링연맹 현역 선수였다. 하지만 고심 끝에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전임지도자로 채용되면서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김승민 코치는 "대회 전부터 상대팀 분석, 장애인 선수들에게 맞는 훈련법을 많이 연구했다. 선수들이 훨씬 어린 코치를 믿고, 잘 플레이를 해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내서 기쁘다. 우리 팀의 장점이 드로우샷인데,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잘 해줬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내년 10월 세계선수권을 제외하면 해외 경기 출전 및 훈련이 어렵다. 상비군 팀들과 집중훈련을 통해 더 실력을 끌어올려 패럴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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