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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의 전설, 최후는 쓸쓸했다···맥아피 구치소서 극단선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컴퓨터 백신의 선구자로 불린 존 맥아피가 스페인의 한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컴퓨터 백신의 선구자로 불린 존 맥아피가 스페인의 한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AP=연합뉴스

한때 컴퓨터 작업을 하다보면 자주 볼 수 있었던 백신 프로그램 맥아피(McAfee)의 개발자가 23일(현지시간)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 백신 개발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던 존 맥아피(76) 얘기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그가 이날 스페인 카탈루냐의 한 구치소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탈세 혐의를 받아 미국 송환을 앞둔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PC 백신의 선구자’로 통했지만 각종 기행으로 논란을 빚었던 억만장자의 쓸쓸한 최후였다. 카탈루냐 당국은 “교도관과 의료진이 생명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PC 백신프로그램 개발로 억만장자 #탈세 혐의로 스페인 공항서 체포

맥아피는 스페인 법원이 미국 송환을 결정한 직후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맥아피는 스페인 법원이 미국 송환을 결정한 직후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맥아피가 사망한 건 스페인 법원이 그의 미국 송환을 결정한 직후였다. 영국 가디언은 “맥아피는 미국에서 최고 징역 30년형을 선고 받을 수 있는 조세 범죄 혐의를 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맥아피의 변호인은 “그동안 맥아피는 불필요하게 수감됐고 더는 갇히는 것을 참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맥아피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21만달러(약 47억8000만원) 상당을 탈세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암호화폐 홍보, 기업 컨설팅, 연설 등으로 번 수입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검찰은 지난해 6월 맥아피를 재판에 넘겼고, 그는 4개월 만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체포됐다.

2016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인터넷 보안 컨퍼런스에 참여한 맥아피. 그는 기업 컨설팅, 연설 등으로 번 수익을 신고하지 않아 탈세한 혐의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2016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인터넷 보안 컨퍼런스에 참여한 맥아피. 그는 기업 컨설팅, 연설 등으로 번 수익을 신고하지 않아 탈세한 혐의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올해 3월엔 가상화폐 시세를 조작하기 위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허위 글을 올리는 수법으로 200만달러(약 22억7000만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도 적용됐다. 맥아피는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스페인 법원은 혐의 중 상당 부분이 인정된다며 송환을 결정했다.

1945년에 태어난 영국계 미국인인 맥아피는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2013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학대하던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가 내가 15세 되던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수학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로어노크대에 진학해 수학을 전공했다.

 미국 뉴욕에 걸린 맥아피의 광고 모습. 존 맥아피는 자신의 성을 딴 회사를 1987년 설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에 걸린 맥아피의 광고 모습. 존 맥아피는 자신의 성을 딴 회사를 1987년 설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졸업한 뒤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제너럴일렉트릭, 지멘스, 제록스 등 전자·기술 관련 기업에서 일했다. 이후 8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회사를 설립했는데, 그가 개발한 ‘맥아피 바이러스 스캔·클린’은 사실상 최초의 컴퓨터 보안 소프트웨어였다.

몸값이 한껏 오른 회사의 주식을 판 그는 벼락 거부(巨富)가 됐다. 당시 이로 인해 그가 얼마를 벌었는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맥아피는 2011년에 인텔에 77억달러(약 8조7000억원) 상당에 인수될 정도로 전망이 좋은 회사였다.

2012년 과테말라에서 체포된 맥아피의 모습. EPA=연합뉴스

2012년 과테말라에서 체포된 맥아피의 모습. EPA=연합뉴스

하지만 부자가 된 뒤 그는 기행을 거듭했다. 정부가 자신을 지나치게 탄압한다고 주장하거나, 총을 지니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엔 남아메리카 벨리즈에서 살인 사건에 연루됐는데, 당시 경찰의 과잉 수사를 주장하며 과테말라에서 은신 생활을 하기도 했다. 몇 년 뒤 그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9년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군사용 무기로 무장한 채 요트 여행을 하다가 체포됐고, 2016년과 2020년엔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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