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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축구 한일전, 2012년 승리 재현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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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흔히 하는 말로 ‘가위바위보라도 지면 절대 안 되는’ 승부가 눈앞에 다가왔다. 특히 이번에는 적지 한복판에서 맞붙기 때문에 승리의 쾌감도, 패배의 아픔도 더 클 수밖에 없다. 도쿄올림픽에서 펼쳐질 종목별 한일전 얘기다.

역대급 대결 예고 올림픽 한일전 #베이징 금 야구도 치열한 메달경쟁 #여자 배구·핸드볼 조별리그 격돌 #일본 자존심 걸린 유도 관심종목

이번 도쿄올림픽은 한일 양국 간 관계가 최고조로 냉랭한 시기에 열린다. 가뜩이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방류 논란에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 탓에 한국 선수단의 일본 행 자체가 께름칙하다. 그런 가운데 악재가 계속 불거진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회 홈페이지에 일본을 소개하면서 슬그머니 독도를 자국 지도에 포함해 도발했다. 또 일본 골프대표팀은 욱일기를 딴 유니폼 디자인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한국 측은 이들 사안에 대해 즉각 시정하라고 요구하지만, 일본 측은 묵묵부답이다.

중립적 위치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독도 표시 문제는 “지정학적 표시일 뿐, 정치적 선전으로 볼 수 없다”며 일본 편 들기에 나섰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한국이 독도가 표시된 한반도기를 제작하자 “정치적 의도가 담겼으니 (독도를) 삭제하라”고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오랜 라이벌 의식에 경기 외적인 갈등 요인까지 더해져 도쿄올림픽 한일전은 대회 개막 전부터 이미 치열한 신경전 양상을 보인다. IOC는 올림픽 헌장에서 정치와 스포츠의 분리를 선언했지만, 한일 양국의 정치적 갈등은 자국 대표팀의 승리에 대한 더욱 강한 염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요컨대 선수와 팬 모두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하나 더해진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한일전은 남자축구 맞대결이다. 조별리그에서 다른 조에 속한 양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할 경우 8강전 이후에 만난다. 각 조 1, 2위가 8강에 오르는데, A조 일본과 B조 한국이 조 1위와 2위로 순위가 엇갈릴 경우 8강전에서 만난다. 만약 8강전에서 만나지 않으면 결승전 또는 동메달 결정전(3~4위전)에서 만난다.

한국이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2012년의 재현’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일본을 3~4위전에서 만났고, 2-0으로 이겨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축구의 올림픽 도전사에서 가장 빛났던 장면이다. 팬들은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이 같은 장면을, 그것도 도쿄에서 재현하기를 기대한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의 한일전도 축구 한일전 못지않은 관심 이벤트다. 조별 라운드에서는 양국이 서로 다른 조에 속해 만날 일이 없다. 하지만 조별 라운드 순위에 따라 경기 수와 상대가 달라지는 결선 라운드에서는 최대 두 차례까지 만날 수 있다. 일본은 안방에서 올림픽 야구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물론 한국도 목표는 금메달이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꺾었다. 그리고 결승에서 쿠바까지 잡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음 올림픽(2024년 파리)에서 야구가 다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는 만큼, 양국 모두 이번 대회 금메달에 대한 집념이 남다르다.

여자 배구와 여자 핸드볼은 조별리그부터 한일전이다. ‘월드 스타’ 김연경이 선봉에 서는 여자배구의 경우, 한국은 다음 달 31일 오후 7시 40분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리는 A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일본과 격돌한다. 여자 핸드볼의 경우, 한국은 다음 달 29일 오후 2시 15분 도쿄 요요기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서로서로 1승 제물로 여기고 있어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개인 종목 중에는 유도가 한일전의 치열한 전장이다. 종주국 일본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만약 한국이 한일전에서 승리할 경우 그 파급 효과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일본은 안방에서 ‘전 종목 석권’을 노린다. 한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가장 주목하는 선수는 재일동포 3세인 남자 73㎏급 안창림(세계 4위)으로, 일본 오노 쇼헤이(13위)와 금메달을 다툴 전망이다. 또 남자 66㎏급 안바울(3위)은 일본 아베 히후미(5위)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다는 각오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노 골드’ 충격에 휩싸였던 한국 유도는 지난 5년간 와신상담했다. 그간 흘린 땀과 눈물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부터 넘어서야 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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