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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르다는데…주담대 4억, 고정금리 갈아타면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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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면서 영끌ㆍ빚투족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대출 상황별 똑똑하게 빚을 줄이는 방법을 살펴본다. 셔터스톡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면서 영끌ㆍ빚투족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대출 상황별 똑똑하게 빚을 줄이는 방법을 살펴본다. 셔터스톡

집을 살 때 보태려고 지난해 말 신용대출 1억원을 낸 직장인 윤모(42)씨는 올 초에 주식계좌를 열고 네이버 등 3개 종목에 3000만원을 투자했다. 두 달 전부터는 암호화폐도 사들이기 시작했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짧은 만기, 고금리 순으로 정리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은 축소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혼합형 #기존 주담대는 수수료 따져 #취약계층 대환상품에 주목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 관련 각종 뉴스가 쏟아지자 '빚투(빚내서 투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윤 씨는 “주식투자 규모를 1억원까지 늘리고 싶은데 대출금리가 오를까 봐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빚투'족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매달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는 이미 오르고 있다. 대출 금리의 선행지표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1일 연 1.351%로 연초(0.954%)보다 0.397%포인트 오르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23일 현재(연 1.338%)도 1.33%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은행 대출 금리도 지난해 8월 저점을 찍고 상승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 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2.91%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2.9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 진입했다”며 “영끌 투자자는 대출 만기가 짧고, 카드론 등 대출 금리가 높은 상품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빚 다이어트’에 들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15개월 만에 최고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15개월 만에 최고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①신용대출 받아서 암호화폐 샀다면

다이어트를 할 때 무턱대고 살을 빼는 게 능사가 아니듯, 빚 다이어트를 할 때도 무작정 빚을 갚거나 대출 갈아타기를 했다간 손해를 볼 수 있다. 대출 상황별 똑똑하게 다이어트하는 요령을 살펴보자.

사례 속 윤씨처럼 올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열풍 속에 빚내서 투자에 뛰어든 사람이 많다. 주명희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 지점장은 “금리가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을 때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며 “지금은 가계의 빚 규모를 점검하고, 줄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주 지점장은 “더욱이 각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암호화폐는 물론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은 당분간 줄여놓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 구매 자금으로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는 예외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는 “각종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예전만큼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는 게 쉽지 않다”며 “아파트 잔금 등 목돈이 단기간 필요한 경우에는 대출상환 계획을 무리하게 앞당기지 않는 게 낫다”고 했다.

②주택담보대출 받았다면

11일 서울시내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11일 서울시내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회사원 김모(39)씨는 지난해 말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4억원가량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았다. 33년 만기에 연 2.6% 변동금리형 상품이다. 당시에는 대출 금리가 급격히 오르지 않을 듯해 이자비용이 낮은 변동금리를 택했지만, 시장금리가 들썩이니 불안해졌다. 김씨는 “연말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고정금리로 갈아탈지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기에 신규 대출자는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형보다 가입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형 상품을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하지만 김씨처럼 이미 변동금리형을 택했다면 혼합형(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정답은 아니다.

변수는 중도상환수수료다.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약정기간(3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대출로 갈아타면 수수료(중도상환수수료)를 1~1.5%가량 부담해야 한다. 자칫 배꼽(수수료)이 배(이자 절약분)보다 클 수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은 “주담대 상품에 가입한 지 3년 가까이 됐고, 대출 만기가 3년 이상 장기간 남았을 때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연내 출시되는 ‘금리상한형 주담대’도 고민해볼만하다. 5년간 대출 금리 상승 폭을 2%포인트로 제한하는 상품이다. 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더라도 금리 상한선이 설정돼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③빚 갚을 여력이 없는 고금리 대출자라면

소득이 낮은 다중채무자는 정부정책금융 등 대환대출로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게 급선무다. 사진 Unsplash.

소득이 낮은 다중채무자는 정부정책금융 등 대환대출로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게 급선무다. 사진 Unsplash.

금리 상승기에 가장 약한 고리는 소득이 낮은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사람)다. 빚 부담이 커지며 원금과 이자를 갚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금리 상승기(2016년 4분기 말~2019년 1분기)에 취약차주의 연체율(8.4%)은 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0.3%)에 변함이 없었던 비취약차주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처럼 빚 갚을 여력이 없는 취약차주는 최대한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게 급선무다. 눈여겨볼 상품은 다음달 7일 법정 최고금리(연 24%→20%) 인하 시행에 맞춰 금융당국이 하반기에 선보이는 대환상품(안전망 대출2)이다. 기존 연 20% 넘는 고금리 대출을 연 17~19% 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법정 최고금리 이전 연 20% 초과 고금리 대출을 1년 이상 이용 중인 저소득자와 저신용자(연 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연 소득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 평점이 하위 20%)가 대상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영하는 맞춤대출 서비스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저소득자·저신용자에게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도권의 대출 상품 중 금리가 낮은 상품을 중개해주는 서비스다. 새희망홀씨와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까지 180여개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다. 지난해 이뤄진 맞춤대출의 전체 평균 금리는 연 11.5%였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정책금융상품 정보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며 “대환대출이나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적극적으로 갈아타서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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