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긴 한데 결단력 없다"…임원들 질리게한 구글CEO 행동

중앙일보

입력 2021.06.23 15:32

업데이트 2021.06.24 21:11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가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AP=연합뉴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가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인도 출신으로 구글과 모회사인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순다르 피차이(49)가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다. 수년째 매출·수익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IT 공룡 기업 구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내부에서 터져 나온 불만을 요약하면 “피차이가 사람은 좋은데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햄릿형 리더십이라는 비판이다.

구글 CEO 피차이, 리더십 내부 논란
시간 끄는 스타일에 임원들 엑소더스
쇼피파이 인수 고심, 장고 끝에 포기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피차이의 리더십 때문에 구글 내 분열과 반발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주요 사안마다 지나치게 고민하고 결정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NYT와 익명으로 인터뷰한 전·현직 구글 임직원 15명은 “무기력한 관료주의와 대중의 인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 등으로 고통 받았다”고 털어놨다.

구글 내부에선 "피차이는 착하지만 결단력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AP=연합뉴스

구글 내부에선 "피차이는 착하지만 결단력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AP=연합뉴스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2018년 구글 부사장급 임원 12명은 “중요한 결정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임원들의 피드백이 무시되는 것 같다”는 취지의 e메일을 보냈다. 좀 더 단호한 리더십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고 이들 중 몇 명은 회사를 그만뒀다.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크(SNS)인 링크드인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구글을 떠난 부사장급 임원은 전체 400여 명 중 최소 36명에 이른다고 한다. 2013년 구글이 지도 서비스를 위해 ‘웨이즈(Waze)’를 인수할 때 입사했다는 노암바딘은 지난 2월 회사를 떠난 뒤 “왜 구글을 떠나느냐는 질문보다 왜 이렇게 오래 머물렀느냐는 질문이 더 적절하다”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할수록 혁신과 도전은 악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자 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는 구글이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인수를 검토한 회사다. AP=연합뉴스

전자 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는 구글이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인수를 검토한 회사다. AP=연합뉴스

내부 불만이 집약적으로 나타난 건 전자 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 인수 건이었다. 구글 경영진들은 오랫동안 아마존에 대항할 열쇠로 쇼피파이 인수를 검토했다. 하지만 피차이는 장고 끝에 쇼피파이의 값이 너무 비싸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 사이 쇼피파이의 주가는 10배 이상 올랐다.

NYT는 인사 결정 역시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18년 법률 고문이었던 켄트 워커를 글로벌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1년 뒤에야 채웠다. 그것도 새로운 인물이 등판한 게 아니라 1년 전부터 후보 목록에 올랐던 구글 법무팀 소속 직원이었다.

순다르 피차이(가운데) 구글 CEO는 잭 도시(왼쪽) 트위터 CEO,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함께 3대 IT 대표 CEO로 꼽힌다. AP=연합뉴스

순다르 피차이(가운데) 구글 CEO는 잭 도시(왼쪽) 트위터 CEO,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함께 3대 IT 대표 CEO로 꼽힌다. AP=연합뉴스

다만 피차이가 CEO가 된 뒤 구글 직원 수가 14만여 명으로 약 두 배로 늘고, 알파벳의 가치가 세 배로 오르는 등 큰 성장을 이룬 만큼,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가 불가피하단 의견도 있다. 피차이와 15년간 일했다는 시저 센굽타 전 구글 부사장은 “그가 더 빨리 결정을 내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의 생각은 대부분 옳았다”고 말했다.

1972년 인도 타밀 나두에서 태어난 피차이는 인도 공과대 카라그푸르 캠퍼스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컴퓨터를 접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산업을 알게 된 뒤, 자신의 전공보다 컴퓨터 공학에 더 흥미를 갖게 됐고, 독학으로 체스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기까지 했다.

인도 출신의 피차이는 구글에 입사해 툴바와 크롬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임원 자리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출신의 피차이는 구글에 입사해 툴바와 크롬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임원 자리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반도체 물리학 석사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졸업한 뒤 컨설팅 회사 맥킨지를 거쳐 2004년 구글에 합류했다. 구글 검색 툴바와 크롬 등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사장에 올랐고, 2015년 8월 구글이 모회사 알파벳을 설립하면서 기존 구글 경영진들이 자리를 옮기자 구글의 CEO가 됐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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