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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용 지원금 면접날, 첫마디가 "전 문준용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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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 6900만원 대상에 선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38)씨가 1차 심사에서 평점(평균) 1위를 차지했고 2차 면접은 이름을 밝히는 것으로 소개를 시작했다고 국민의힘 곽상도(재선·대구 중구 남구) 의원실이 밝혔다.

곽상도, 문준용 채점표와 면접기록 입수 #1차에서 88점 얻어 1위, 95점 준 위원도 #2차 면접에선 "문준용"밝히고 작품 소개 #33명중 이름 밝힌 이는 문 포함 4명 불과 #2차에선 14위…신청액은 거의 다 받아 #모 심사위원 "기억남을 수준은 아니었다" #한 위원은 1차 85점→2차 54.5점 낙폭 커 #심사위원 7명중 2명이 SK 그룹 관련,눈길 #5시 유튜브 '강찬호 투머치토커'상세보도

의원실은 문화예술위로부터 '2021년 예술과 기술 융합 지원 2 유형 (기술 개발및 창제작 사업)'에 지원금을 신청한 102건에 대한 채점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문준용씨가 1차 심사에서 평점 88점(1백점 만점)을 얻어 1위를 기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준용씨는 심사위원 6명으로부터 각각 85~95점을 얻어 그 총합을 평균한 점수(평점)가 88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고 위원실은 밝혔다. 심사위원은 원래 7명이지만 1명은 준용씨와 면식 있는 사이란 이유로 제척(기권)해 6명이 심사했다고 한다.

한편 1차를 통과한 33명을 대상으로 한 2차 인터뷰 심사에서 자기 이름을 밝히고 작품(사업)을 소개한 사람은 4명인데 그중 1명이 문준용씨였다고 곽상도 의원실은 2차 심사 회의록을 인용해 밝혔다.

의원실 관계자는 "인터뷰 심사는 진행자가 '다음은 000씨 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먼저 소개를 해주기 때문에 지원자들은 대개 이름을 밝히지 않고 바로 작품 설명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회의록에 따르면 11번째로 인터뷰한 문준용씨는 진행자가 '다음은 000(문준용)씨 인터뷰 진행하겠다'고 했음에도 '저는 000(문준용)입니다. 미디어아트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다'라는 말로 사업 설명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준용씨 외에 '나(저희)는 000이다'란 말로 작품 설명을 시작한 사람은 3명이었고, 나머지 29명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바로 작품 설명에 들어갔다"고 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집권 직후부터 공공 부문에 블라인드 채용 전면 도입을 지시하는 등 '스펙 없는 이력서' 정착을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어긋나는 행태 아닌가"라고 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준용씨는 2차 심사에서는 평점 79.25점을 얻어 14위를 했다. 그러나 지원금은 신청액(7000만원)에서 1백만원이 모자라는 6900만원을 배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준용씨의 순위 하락은 1차 심사에선 85점을 줬던  A 심사위원이 2차에서는 54.5점을 준 것이 영향을 미친 요인의 하나로 분석됐다. 그러나 1차에서 A 위원과 같이 준용씨에게 85점을 줬던 G와 E 심사위원은 2차에서 각각 85점과 75점을 줘 낙폭이 없거나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위원이 왜 1차에서 준용 씨에게 같은 점수를 줬던 다른 위원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점수를 2차에서 줬는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C 심사위원은 1차와 2차 모두 준용씨에게 95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사위원은 "(준용씨를 봐달라는) 외압은 없었다"며"(준용씨가) 내 머리에 남을 정도의 (우수한) 지원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편 심사위원 7명 가운데는 SK 그룹 관련 인사 2명이 포함돼 있었다.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부인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우란(友蘭) 박계희 여사의 뜻을 이어받아 설립된 우란문화재단 관계자와 SK 텔레콤 현직 부장이 그들이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두 사람은 해당분야 전문가로서 각각 참여한 것뿐 SK그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