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족쇄 될까 백신 될까…“불법사찰” 입에 올린 尹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2021.06.23 05:00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처가 관련 의혹이 담긴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을 봤다는 정치권 인사들의 커밍아웃이 늘어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중에는 다양한 버전의 괴문서까지 유포되는 상황이다. ‘X파일’ 유포 사태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윤 전 총장도 22일 “집권당이 개입됐다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며 강공으로 돌아섰다.

장성철 "4월 문건은 기관, 6월 문건은 여권이 작성했다 들어" 

‘X파일’의 존재를 공론화한 보수 진영 평론가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2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각각 출연해 ‘X파일’을 작성했다고 의심되는 출처도 공개했다.

장 소장의 인터뷰 발언을 종합하면 ‘X파일’은 두 가지 버전으로 존재하며, 각각 올해 4월 말과 6월 초에 작성됐다. 두 문건 모두 10페이지 분량이다. 4월 문건은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장모 최모씨의 신상과 의혹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6월 문건은 세 가지 챕터로 나뉘어 윤 전 총장과 김씨, 최씨 관련 의혹들을 항목별로 소개하고 각각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제시했다는 게 장 소장의 주장이다.

장 소장은 특히 4월 문건에는 "금융기관과 본인(윤 전 총장)만 알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며 “그걸(금융정보) 살펴볼 수 있는 곳, 어떤 기관의 힘이 개입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6월에 작성된 문건은 여권에서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4월에 작성된 문건은 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두 문건을 “정치권에서 정보에 능통한 10년 이상 된 분에게 일주일 전에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TBS 인터뷰에서 문건 공개 의사를 묻는 질문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생태탕 논란'을 언급하며 “생태탕처럼 3일만 달라. 법적으로 문제없게 해주면 여기서 까겠다”라고도 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진행자가 '윤석열 X파일을 민주당이 작성한 것이냐'고 묻자 "확실히 아니다"라며 "뒤집어씌우기 전략의 일종"이라고 일축했다.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74)가 3월 18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74)가 3월 18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장진영 "두 페이지 분량…찌라시 수준에 불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장진영 변호사 역시 ‘X파일’을 봤다고 했지만 장 소장과 다른 버전이었다. 장 변호사는 21일 오후 CBS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지금 돌아다니고 있는 또는 송영길 대표가 얘기하는 것과 같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X파일을 받아봤다”며 “별 내용이 없어 오히려 지지율만 올려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문건 내용에 대해서는 “소위 찌라시라는 그런 수준으로 장모나 배우자에 관한 내용으로 시기적으로 보면 윤 전 총장과는 관련이 없는 결혼 이전의 얘기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정도의 풍설을 가지고 압도적 1등하고 있는 대선 후보를 낙마시킬 수 있겠냐”며 “잘못 공격하면 더 날개를 달아주는 그런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 변호사는 2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가 본 건 2페이지 분량의 짧은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괴문서를 가지고 논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의혹과 해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의혹과 해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온라인 괴문서 유포도…장모 측 변호인 "저급한 정치공작 의심"

이날 6페이지 분량의 ‘윤석열 X파일(목차)’란 제목의 PDF 파일이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되기도 했다. 해당 문건에는 구체적인 의혹 부분은 빠진 채 ‘윤석열 성장 과정’ ‘부인 김건희’ ‘장모 최은순’ ‘검사 윤석열’ ‘윤로남불’ 등의 목차가 주로 담겨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이날 ‘윤석열 마누라’, ‘윤석열 누가 죄인인가’ 등의 제목으로 된 괴문서와 파일들이 온라인상으로 유통됐다. 이를 본 한 법조계 인사는 “근거 없이 윤 전 총장을 비방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윤 전 총장의 장모가 도이치모터스 등기임원과 주가조작 의혹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장모 최씨 측 손경식 변호사는 이에 대해 “최씨는 도이치모터스 관계자는 물론 그 누구와도 주가조작을 공모하거나 이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윤석열 X파일' 등 괴문서가 유포된 것에 바로 연이어 ‘검찰발 허위 기사’가 보도된 것에 대해 검찰이 ‘저급한 정치공작’에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집권당서 작성했다면 명백한 불법사찰"

그간 무대응을 고수하던 윤 전 총장은 이날 이상록 대변인을 통해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윤 전 총장은 “출처 불명 괴문서로 정치공작 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그래서 진실을 가리고 허위사실 유포와 불법사찰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처럼도 말하던데, 그렇다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며 역공을 펼쳤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윤 전 총장의 대선 가도를 위한 예방 주사를 맞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부정적 프레임에 발목을 잡혀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이 엇갈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먼저 ‘X파일’에 담긴 정보를 누가 만들었고, 어떤 근거를 토대로 만들어진 건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 작성 주체가 허위 사실 유포와 불법 사찰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윤 전 총장 측이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서도 최초 문건 생산자에 대해선 허위사실유포 등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들이 나온다고 한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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