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 생각과 같다" 尹,운동권 상징 함운경에 꽂힌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21.06.23 05:0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주변에 80년대 학생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함운경(57)씨를 거론하면서 그가 "문재인 정부 정책은 사기"라고 한 인터뷰 내용에 공감을 나타냈다고 윤 전 총장 측 관계자가 22일 전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인 함씨는 1985년 결성된 전국학생총연합 산하 투쟁조직인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삼민투)' 공동위원장으로 그해 5월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하다가 투옥(징역 6년 6개월)됐다. 1988년 특사로 석방됐지만, 이후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두 차례 더 수감됐다.

이런 함씨에게 윤 전 총장은 어느 대목에서 호응했던 걸까. 윤 전 총장 측에 따르면 함씨는 지난주 “소득 주도 성장을 말하는 자들은 다 사기꾼”이라고 언론 인터뷰를 했는데, 윤 전 총장은 이를 접하고는 지인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함씨는 “최저임금 올린다고 성장이 되나”, “가게 매출이 늘어야 직원들 월급도 올라가지 월급이 올라간 다음 매출이 오르는 게 아니다”, “사람 고용해 월급 주는 사람이 진짜 애국자”라는 등 자영업자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윤 전 총장 역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지난달 8일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해 4시간가량 토론하면서 권 원장에게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윤 전 총장은 함씨의 과거 학생운동 및 여권 후보 출마 이력(2006년 지방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군산시장 후보) 등에도 주목했다고 한다.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내세우는 윤 전 총장은 보수·중도는 물론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탈진보 세대까지 아우르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뒤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과 함께 이동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뒤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과 함께 이동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우상조 기자

윤 전 총장은 다음주 초 공식 대선 출마선언을 하면서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경제 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윤 전 총장 측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원칙 하에 시장경제 수호라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각론을 채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지난 21일 영입 1호(대변인 제외)로 발표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도 눈여겨 보고 있다. 이 전 실장은 최근 전직 고위관료와 함께 『경제정책 어젠다 2022』를 출간했는데, 이 책에서 주장한 핵심 개념은 '부(負)의 소득세'다. 전 국민에게 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기본소득(이재명 경기지사 등)과 달리 저소득층에게만 세금의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다만, 이 전 실장은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윤 전 총장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27일 출마일정 연기= 윤 전 총장은 광화문 인근 이마빌딩에 캠프 사무실 임대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경복궁·청와대와 가깝고, 1997년 대선 때는 이회창(당시 한나라당 소속) 전 총재가 이 빌딩에 캠프를 꾸렸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대선 캠프로 광화문 외에 별도 단위 팀을 위한 소규모 사무실 마련을 함께 검토 중”이라며 “당초 27일로 예정했던 출마 선언은 실무적인 이유로 며칠 순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날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최지현 변호사를 부대변인으로 선임했다. 윤 전 총장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캠프엔 아주 훌륭한 분들이 많다. 계속 공개가 될 것”(CBS라디오)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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