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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춘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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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부 기자

유성운 문화부 기자

오리지널 작품에서 새롭게 파생되는 ‘스핀오프’는 21세기 문화 콘텐트에서 중요한 먹거리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이언맨’ ‘토르’ 등은 마블코믹스 ‘어벤져스’의 스핀오프 작품들이다. 관객들이 오리지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 자유로운 변용과 참신한 해석이 시도되는데, 기존 작품에서 악역으로 다뤄진 인물들에게 ‘해명’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뮤지컬 ‘위키드’는 스핀오프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데,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일행을 위협하던 초록 마녀 엘파바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큰 성공을 거뒀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크루엘라’도 디즈니 만화로 익숙한 ‘101마리의 달마시안’의 스핀오프다. 달마시안 강아지들을 괴롭히는 악녀 크루엘라 드 빌의 젊은 시절을 다뤘다.

춘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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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스핀오프가 활발한 작품은 판소리 ‘춘향전’이 꼽힌다. 2010년 나온 영화 ‘방자전’은 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방자보다는 비중이 작았지만 재해석이 돋보였던 것은 변학도였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안락하고 보장된 삶을 누리고자 하는 ‘범생이’로 등장했다.

‘춘향전’에서 변학도는 음서로 관직을 얻은 무능한 인물로 그려졌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남원부사는 종3품의 고위직이었다. 조선에서는 음서로 이런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 그는 성실하고 능력을 인정받은 공무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성(性) 비위 문제는 다른 문제다. 아무리 스핀오프라도 고위직에 오른 인사가 ‘기습추행’을 벌이다가 패가망신 당하는 것은 재해석이 어려울 것 같다.

유성운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