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혁신하는 젊은 보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중앙일보

입력 2021.06.23 00:04

■ “젊은이들 참여하는 정치 영역 만들어내는 데 힘쓸 것… 할당제는 여성의 성취 축소시켜”

■ “영남 몰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지막… 앞으로 지역 아닌 세대·계층 구도가 좌우할 것”

■ “2030세대 지지 연속적이지 않아… 윤석열, 젊은 세대 바라는 ‘공정’ 의미 공부했으면”

■ “탄핵 찬성했지만 발탁해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사… 감당할 세대교체 무게 두렵기도”

“공정한 경쟁이 뭐냐고? 정치인도 자격시험 합격해야 공천받는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인맥이 아닌 실력에 근거한 정치 환경을 갈망한다. 자격시험·토론 배틀로 청년에게 문호를 열어 당의 혁신을 시도할 생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인맥이 아닌 실력에 근거한 정치 환경을 갈망한다. 자격시험·토론 배틀로 청년에게 문호를 열어 당의 혁신을 시도할 생각이다.

제1 야당 대표의 국가 의전서열은 7위다. 국회 의석 102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은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 경력이 ‘1도 없는’ 미국 하버드대학 출신 36살 정치인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4년 전,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빼앗겼던 보수 정당은 오매불망 정권교체를 위해 전인미답의 파격과 혁신을 선택했다. 제1 야당의 대표가 된 뒤 이준석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더 강력한 이슈를 발산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구상하는 보수 재건의 콘텐트는 무엇일까. 이에 관한 단서는 꼭 1년 전인 2020년 월간중앙 7월호에 게재된 이 대표의 특별 기고문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대한민국 보수의 비극은 탄핵 이후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떤 근본적인 변화도 거부해왔다는 점에 있다. (…) 지금까지 영남·호남의 지역 구도에서 나오던 덩어리 표가 이제는 세대와 경제 계급에 따라 나오기 시작한다. 수도권과 젊은 세대 위주의 젊은 당원들이 더 많이 보수 정당에 가입하고, 젊은 인재들이 당의 주요 지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 공정한 선발 과정이 보장된다면 젊고 능력 있는 유망주들이 보수 정당으로 몰려들 것이다.”

정치권에 태풍을 몰고 온 ‘이준석 현상’의 핵심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공정한 경쟁’이다. 그동안 ‘너무 짜서 마실 수 없는 소금물’과 같았던 국민의힘에 신선한 샘물을 섞어(영남과 전통적 보수 일색의 당원 구조를 2030세대 참여로 개혁해서)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마실 수 있는 간편한 생수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45.36%를 기록했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6월 14일 리얼미터 발표)은 39.1%로 민주당(29.2%)을 10% 가까이 앞선다.

선거 승리하려면 지역 구도보다 세대 구도에 주목해야

2021년 6월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첫 출근했다.

2021년 6월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첫 출근했다.

월간중앙은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지지율 1위를 질주하던 5월 말, 서울 서소문 중앙빌딩에서 그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차량과 수행원 없이 혼자 타박타박 걸어와 기자와 마주 앉았다. 8층 중앙일보S 스튜디오에서 수트 차림으로 ‘간지 나게’ 사진도 찍었다.

기자는 그의 당당한 눈빛에서 자신감을 발견했고, 당연히 당대표 당선을 전제로 질문을 퍼부었다. 이준석 후보 역시 굴하지 않고 당선을 전제로 책임 있게 답했다. 이후 국민의힘 대표에 취임한 뒤 6월 14일 추가 인터뷰를 했다.

평소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나?

“2년 정도 운전을 안 한 것 같다. 이동 수단은 지하철 정기권과 따릉이(서울시 공공 자전거)다. 그전에는 퀵보드로 다녔는데 (도로교통법 규제 강화로) 타기 힘들게 만들어서(웃음)….” (그는 6월 13일 국민의힘 대표 취임 뒤 첫 국회 출근 때도 예의 백팩에 따릉이를 타고 들어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준석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

“그런가. 우리 당이 스타가 없는 상태이다 보니, 나에게 특이한 순간이 온 것 같다. 이렇게 큰 정당에서 별이 없다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중진 정치인들이 없진 않지만 대중성을 갖춘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다. 개인 경쟁력이 뛰어난 정치인들은 수도권에 불어닥친 큰 바람 (2020년 4월 총선을 지칭) 앞에서 몰살당했다. 생전의 정두언 의원처럼 캐릭터 강하고 말씀 잘하셨던 분들이 그립다.”

국민의힘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당은 지금까지의 관성을 잊어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소위 당 전략가에 속하는 사람들이 ‘영남 몰표 플러스 충청권과 수도권 선전을 바탕으로 50%를 넘기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서 영남 몰표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이었다고 본다. 앞으로 다시는 영남 몰표를 규합할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 전략 전체를 수정해야 한다. 앞으로는 지역 구도보다는 세대 구도(혹은 계층 구도)를 목표로 삼는 것이 낫다. (일례로) 경제 규모로 봤을 때 대구와 광주는 뒤에서 순위를 다툰다. 그 지역의 과거 정치적 성향만 보고 정책을 내서는 안 된다.”

이준석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가수 임재범의 노랫말을 패러디했다.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 우리의 이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칠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이다.”

위험 회피적으로 살아가는 정치인은 발전 없다

새로움의 이면에는 불안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보 시절, 두 번의 경선(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나경원 후보와의 당내 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외로운 세력으로 싸웠다. 알다시피 처음에 대세론은 나경원 후보 쪽이었다. 심지어 안철수 후보를 돕는 우리 당 중진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오세훈 캠프에 굉장히 빈 공간이 많았다. 그 자리를 별 경험 없는 젊은 사람들이 채웠는데, 그래도 아무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일을 수행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정치하는, 나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위험 회피적이라고 본다. 반면에 위험 선호적이었던 오세훈 시장은 믿기 어려운 두 차례의 경선 승리를 만들어냈다. 앞으로 우리 당도 그렇게 진화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웰빙정당’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위험 회피적인 사람들은 보통 논쟁적인 이슈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말로는 ‘내가 5선이요, 4선이요’ 이러지만 인지도는 바닥이다. 그러니 전국 단위로 술 사고 밥 사고 3년 넘게 다녀도 지지율은 2%를 넘지 못한다.”

36살 젊은 대표가 노회한 정치인들을 컨트롤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그런가. 하하. 적어도 이준석이 10년 동안 정치판에서 굴러온 덩어리가 있다. 누군가가 이준석을 막말 프레임으로 걸고 넘어지려 해도 ‘이준석이 막말하는 사람은 아닌데’라고 대중이 생각할 정도의 버퍼(buffer, 완충 장치)는 생겼다. 예를 들어 페미니즘 논쟁에서 진중권 교수가 나에게 여성혐오 이미지를 씌우려 해도, 내가 쉽게 (여론이) 넘어가지 않는 버퍼가 생겼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 큰 무기가 됐다.”

나이 때문에 텃세를 겪었다고 생각하나?

“예전에는 그런 것도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말을 빨리하느냐면 (예전에는 내가 어리다고) 상대가 말을 끊어먹는다. 그러니 나의 기승전결을 다 이야기하려면 말을 빨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진들이 나를 견제한다면) 나 스스로 체감할 만큼 중량감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젠더 이슈 문제로 들어가보자. 지금의 이 대표를 추동한 동력도 젠더 이슈였지만, 앞으로 돌파해야 할 허들도 젠더 이슈가 아닐까.

“우리 당이 젠더 및 청년, 호남에 대해 소수자 보호 취지로 접근을 많이 했다. 나는 예를 들어 경쟁에 있어서 여성이 불리한 환경이 있다면 보정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음에도)결과에 대해 특정 퍼센트를 할당한다든지 해서 보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불합리한 차별이 없으니까 외무고시만 해도 여성 합격자가 50%를 상회한다. 나는 경쟁이 공정해지기만 바랄 뿐이다. 소수자 보호 취지로 할당하는 것은 결과의 왜곡이라고 본다.”

언뜻 듣기에 2030 여성이 반길 소리는 아닌 것 같다.

“그것도 분리해서 봐야 한다. 능력 있는 여성의 경우, 본인의 성취가 할당제에 의해 포장되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여성계가 (할당제를 매개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놓은 게 아니냐는 약간의 우려도 있다.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찍부터 여성의 진입이 활발했던 분야, 예를 들어 은행이나 항공사에서는 여성 승진 비율이 굉장히 높다. (여성 임원 증가는)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지 역보정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이 대표는 이 사안을 놓고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온라인 토론을 벌인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배척한 진 전 교수에 대해 “여성이 절대 불리했던 위치에 있었던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그동안 조국, 문재인을 비판하면서 열정적인 지지를 보냈던 2030 남성이 상당히 황당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제1야당 국민의힘 대표 신분이다. 젠더 이슈에 대한 이 대표 발언의 무게감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텐데.

“나는 오히려 이 논쟁을 (당내에) 학습시키고 싶다. 내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 문제를 전면으로 꺼내서 이야기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학습이 안 된 상태에서 중진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거의 가족오락관 남성팀 대 여성팀 구도로 갈 확률이 높았으니까.(웃음) 그래서 공정 이슈부터 시작해서 (젠더 이슈가) 어떻게 첨예화하는지에 관한 논의를 선행해야 하는데 아직은 당내 인식이 부족하다.”

일부 2030 여성층의 비토 정서가 피부로 체감되나?

“나에 대해 보편적 여성 사이에서 반감이 있다고 한다면, 여성 지지율이 특출나게 낮아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내가 래디컬 페미니즘의 과도한 행동을 비판하는 맥락을 여성들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대다수) 여성들은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본다. 젠더 논쟁 한가운데 뛰어든 이후로 온라인상 말고는 특별히 여성들의 미움을 접한 상황은 없었다.”

자격시험·토론 배틀로 청년정치 영역 개척할 것

2021년 6월 13일 국회에 출근한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만나 당직 인선 등을 논의했다.

2021년 6월 13일 국회에 출근한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만나 당직 인선 등을 논의했다.

전통적 보수의 가치와 이 대표가 추구하는 새 보수의 가치 사이에 접점은 있을까?

“그래도 경제·안보·교육에서는 보수가 낫다는 인식이 90년 대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완전히 사라졌다. 철학의 빈곤 속에서 선거를 치렀다. 박근혜라는 카리스마 지도자의 영도 이후에는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경쟁이란 단어에는 부정적 수식어가 붙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 앞에 ‘공정한’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면, 나는 경쟁이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을 해소하고 공정성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에서 대변인과 광역의원 비례대표를 토론 배틀로 선발해봤는데 여대생이 대변인으로 뽑혔고, 경기도 광역의원에서도 여성의원이 탄생했다. 토론이 우리 당의 경쟁 언어가 된다면 여성이 불리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 이것이 내 가설이고 실험이다. 이를 검증하겠다는 것이 당대표로서의 포부다.”

이 대표는 6월 11일 당 수석대변인으로 황보승희 의원을 임명했다.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은 김재원 의원을 제외한 3명의 여성(조수진 의원, 배현진 의원, 정미경 전 의원)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청년 최고위원은 31살인 김용태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뽑혔다.

아무리 공정해도 경쟁에서는 패자가 나오는 법이다. 애당초 출발선 자체가 다를 수도 있다.

“정치권 언저리에서 경쟁에 패한 사람보다 더 서러운 것이 뭐냐면, 시키는 대로 가방 들고 다녔더니만 20년 뒤에 아무것도 얻는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런 ‘투자’를 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 경쟁의 깔끔함이다. 과거시험 떨어지면 다시 농사 지어야지. 헛된 희망을 품게 만드는 청년위원회 조직, 유력 정치인에게 발탁될 것을 기대하며 집사처럼 일하는 사람들, 개인에게 굉장히 가혹한 행위다. 경쟁은 그런 것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윤석열·안철수 입당 환영, 홍준표 복당도 통 크게

당장 내년에 지자체 선거가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으려면 자격시험을 봐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공천 물갈이나 새로운 인물을 선보일 때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가 모호했다. 일례로 기초의원들은 지자체 감시라는 본래의 목적과 기능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의 조직관리용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금 기초의원은 평균 연봉 3000만원 정도인데, 정치에 꿈을 가진 젊은 사람들이 도전해볼 만한 자리다. 그러나 현실에서 기초의원의 주력은 60대 동네유지 분들이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격시험이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이 되려면 자격시험을 봐야 한다? 객관적 평가가 가능할까?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다. 공무원은 자료 해석·독해·논리·컴퓨터활용능력 등 피셋(PSAT) 평가를 본다. 공무원을 감사하는 지방의원이 그런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이 지방의회는 3000명 이상을 동시에 공천한다. 한 명 한 명을 공천심사위원회가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직무 능력에 도달한 사람부터 검증하는 편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화제를 돌려보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국민의힘으로 데려오는가?

“윤석열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정치를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국민의힘에 가입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 적어도 본인의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을 못 내리는 사람이라면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누가 당기면 들어오고, 이준석이 당기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윤 총장을 누가 끌어들였다’ 이런 소리는 솔직히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의 자기 장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대표는 6월 13일 윤 전 총장에게서 당선 축하 문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정권 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자”며 8월까지 윤 전 총장이 입당할 것을 우회적으로 권유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공정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 어찌 보면 둘이 결합해서 정권 교체를 위한 시너지를 발휘하라는 기대가 이 대표를 당선시킨 것 아닐까?

“2030세대의 지지는 연속적이지 않다. 윤석열 전 총장이 공부하는 내용 안에 2030세대가 말하는 공정의 의미가 포함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호환성이 나온다. 이상한 소리 해버리면 서로 싸우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가령 갑자기 ‘할당제 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유력한 대선주자에서 무너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큰 숙제다.

“나는 안철수 대표가 좋은 대선주자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안 대표가 절차를 통해서 우리 당과 함께한다면 대환영이다.”

이 대표는 후보 시절 “소값은 완벽하게 쳐 드리겠지만, 그 나머지 값은 어렵다”며 국민의당의 당세 확장을 견제했다. 그러다 국민의힘 대표가 된 다음 날인 6월 12일과 16일 안 대표와 만나 합당에 대한 논의를 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최재형 감사원장도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군으로 꼽힌다.

“김동연 부총리는 정치적 준비를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최재형 감사원장은 임기가 내년 1월 1일까지다. 문 정부에 대해 세밀한 감사를 하는 분이라 정치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최 감사원장이 현직 신분인 한) 아무리 대선이 급하더라도 언급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준표 의원 복당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홍 의원 복당 문제는 선거 때마다 으레 있는 공천 불복 후 탈당 사례 후 복당이다. 홍 대표가 대단한 설화를 일으켜서 탈당한 것도 아니고, 으레 있는 탈당이라면 좋게 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 허물도 못 덮어줄 것이면, 보수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검사 윤석열은 어떻게 할 것이며, 진보 진영에 있으면서 보수를 그렇게 공격했던 안철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홍 의원에 대한 부분은 통 크게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싶다.”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과의 관계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

“나를 싫어하는 분들의 주장을 다 합치면, 박근혜 키즈에, 김무성 따까리면서, 유승민을 돕는, 김종인 빵셔틀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자기들 머리로 설명이 안 되는 현상 앞에서 ‘전부 다 유승민의 계략’이라고 생각하는 그 버릇을 빨리 고쳐야 한다. 유승민계가 그렇게 힘이 있어서 아무것도 아닌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드는 조직이라고 한다면, 유 의원은 그 능력을 본인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

김종인에 정치 스타일 배워, 유승민과는 철학 공유

유승민 전 의원과 정치적 지향점이 비슷한 것은 맞지 않나?

“나는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박근혜 대통령께 발탁돼서 그분께 감사하고, 김종인 위원장과 2012년 같이 일하면서 정치적 스타일을 배웠다. 근래에는 유승민 의원과 철학을 공유해서 정치적 행보를 한다는 것뿐이다. 이 셋은 이종(異種) 간 결합이지만 실제로 나는 그렇게 느낀다. 일례로 내가 하는 화법이나 정책적 관점은 김종인 위원장의 영향을 받았다(실제 그는 당대표 선출 직후 김종인 위원장과 통화하며 조언을 구했다).”

정치를 안 했어도 하버드대 졸업생 신분으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정치를 하나?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사하다. 그분이 나를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배부른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바닥을 기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비대위원이라는 상당히 좋은 직위로 영입했다. 그 안에서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기 때문에 참여했다. 그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다만 개인의 고마운 감정과 공적인 사람으로서의 감정은 분리돼야 한다. 그래서 탄핵에 찬성했다. 내가 그분에게 사적 고마움을 갚는 길은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이준석을 영입한 것’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다. 나의 개인적 목표다.”

이 대표는 6월 3일 대구·경북 지역 연설에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제가 탄핵에 관한 이야기를 굳이 꺼내 드는 이유는, 세상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준석의 이런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주실 수 있다면, 우리 사이에서는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부패와 당당히 맞섰던 검사는 위축되지 않을 것이며, 더 큰 덩어리에 합류하여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로부터 시작된 세대교체라는 쓰나미, 감당해낼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인적 부채’가 없는 정치인이다. 계파가 없다는 점은 불확실성이자 가능성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인적 부채’가 없는 정치인이다. 계파가 없다는 점은 불확실성이자 가능성이다.

10년 동안 정치하면서 돈 문제로 힘든 적은 없었나?

“2011년 12월 26일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종편과 함께 탄생했다.(웃음) 그때 초대를 많이 받았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든 살길은 있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비트코인 투자로 돈을 많이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 2~3번 치를 정도는 벌었다고 말한 적은 있다. 대중은 선거에 얼마 드는지를 모르니까 수십억, 수백억원을 이야기하는데 서울에서 선거를 치르면 공식 선거운동으로 쓸 수 있는 액수가 2억이 안 된다.”

부의 사다리가 끊어진 2030이 코인 시장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

“젊은 세대가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보니 ‘상속밖에 없다’는 ‘수저 계급론’이 나오는 것 같다. 자산불평등은 감내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갈 수 있다. 대책을 세워야겠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철도 덕후’로 알려져 있다.

“어릴 때 상계동에 살았다. 당시 제복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상계동에 제복 입은 사람은 지하철 기관사밖에 없었다. 어릴 때 지하철 기관사가 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교통 쪽으로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대중교통 환승제 설계를 보면서 ‘정치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구나’라는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공학도 출신이다 보니까 시스템에 대한 부분을 믿는다. 그런 맥락에서 교통환경 인프라에 관심이 많고, 자료도 접하고, 공부를 많이 했다.”

제1야당 대표가 된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가볍게 개인으로 움직였지만, 당대표가 됐으니 우리 사회에 세대교체가 신호탄 정도가 아니라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그랬을 때 그 쓰나미를 제어할 수 있는 정도의 역량이 나에게 필요하다. 그 시험대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자신감을 가지는 부분은?

“공정한 경쟁의 장을 통해서 선발된 중간급 관리자들에게 권위가 생긴다. 지금까지 영입한 정치 인사는 권위를 얻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야 했지만, 토론 배틀 1등으로 들어온 사람이라면 실력에 대한 권위가 존재한다. 그 체계를 잡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무스(smooth)하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 36살에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2021년 6월 1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첫 일정으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희생자를 위로했다.

2021년 6월 1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첫 일정으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희생자를 위로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생년월일 : 1985년 3월 31일, 서울 성수동 출생
■ 현 거주지 :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 학력 : 서울과학고 졸업, 미국 하버드대 컴퓨터과학·경제학과 졸업
■ 병역 : 산업기능 요원 복무(2007년 11월~2010년 9월)
■ 정치 이력 :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2011년 12월)·새누리당 혁신위원장(2014년 7월)·바른미래당 최고위원(2018년 9월)·미래통합당 최고위원(2020년 2월)·서울 노원병에서 세 차례 출마해 낙선(2016년 총선, 2018년 보선, 2020년 총선)·국민의힘 당 대표 (2021년 6월~)

글 김영준·조규희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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