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수호 용사묘역 조성 큰 보람”

중앙일보

입력 2021.06.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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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19년 서해수호 용사 묘역에서 만난 권율정 당시 국립대전현충원장. 그는 “국민의 피땀인 세금은 1원이라도 아껴써야 한다”며 2000원짜리 흰 장갑을 4년째 쓰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9년 서해수호 용사 묘역에서 만난 권율정 당시 국립대전현충원장. 그는 “국민의 피땀인 세금은 1원이라도 아껴써야 한다”며 2000원짜리 흰 장갑을 4년째 쓰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안장식에 사용하는 2000원짜리 일회용 장갑을 4년간 사용했다. 공직생활 중 업무추진비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직원 회식을 해도 밥값은 ‘각자 내기’를 해왔다.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등 서해수호 용사 묘역 관리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최장수 국립대전현충원장 권율정
부산보훈청장 끝 36년 공직 마감
안장식엔 한번도 안 빠지고 참석
“세금 아껴야” 2000원 장갑 4년 써

오는 30일 공직생활을 사실상 마감하는 권율정(59) 부산지방보훈청장 이야기다. 전북 장수 출신인 권 청장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85년 국가보훈처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공직생활 기간은 총 36년 3개월이다. 그는 오는 7월부터 1년간 공로연수 기간을 거쳐 내년 6월 말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공로연수 기간은 출근하지 않아 공직 생활은 사실상 오는 30일까지다.

권 청장은 국립현충원장을 가장 오래 한 공직자다. 2009년 10월 이후 2차례 국립대전현충원장을 지냈다. 재임 기간은 총 6년 3개월이다. 2019년 7월부터 부산지방보훈청으로 일하는 권 청장은 “현충원 근무는 내 공직 생활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위해 일하면서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권 청장은 “서해수호 용사 묘역을 참배가 편안한 곳으로 옮긴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사망한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묘역을 처음 안장된 곳에서 접근이 쉬운 데로 옮기고 참배 구역도 넓혔다. 권 청장은 또 2015년 9월에는 윤영하 소령 등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에서 전사한 해군 6명을 ‘서해수호 특별묘역’에 안장하고, 2개월 뒤 서 하사와 문 일병도 이곳으로 옮겼다. 윤 소령 등은 그 전까지만 해도 현충원 곳곳에 흩어져 안장돼 있었다. 권 청장은 “미국 등 선진국일수록 전사자에 대한 예우는 대통령이 직접 챙길 정도로 특별하다”고 했다.

그는 근검절약을 실천한 공직자로 알려져 있다. 권 청장은 안장식이나 참배 시 착용하는 2000원짜리 일회용 흰 장갑을 2015년 4월부터 2019년 7월 부산지방보훈청장으로 부임할 때까지 4년 넘게 사용했다. 또 공직생활 내내 각자 내기(N분의1)를 실천했다고 한다. 권 청장은 “직원들과 식사를 하면 무조건 내 몫은 내가 냈으며, 나머지는 각자가 알아서 하도록 했다”며 “어떤 사람은 이런 나를 보고 정이 없다고 하지만, 요즘 붐이 일고 있는 ‘이준석 현상’ 핵심이 공정이고,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각자 내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전현충원에서 있었던 일 가운데 아쉬운 점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 교체를 꼽았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5월 29일 국립대전현충원 현판을 안중근 의사 서체로 바꿨다. 현판 교체비용은 약 1000만원이다. 당초 대전현충원 현판은 1985년 대전현충원 준공을 기념해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 글씨를 받아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권 청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 현판도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역사는 과오를 떠나 그대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청장은 또 “백선엽 장군 묘 안내판을 철거하려 하거나 다른 묘를 훼손하려는 것은 반인륜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권 청장은 “은퇴 뒤에는 전국의 호국 보훈 현장을 답사한 뒤 보훈과 관련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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