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당 10만원 로또"…7년전 진주 뒤집은 운석 1호 '깜짝 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8면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대곡면의 한 파프리카 비닐하우스. 2014년 3월 10일 진주 운석 1호(9.36㎏)가 발견된 주변엔 적막감이 감돌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이곳은 진주 운석이 첫 번째 발견된 곳’이라는 입간판이 당시의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7년 전 진주시에 운석 4개 떨어져 #‘g당 10만원’ 소문에 전국적 화제 #정부서 1만원 제시하자 거래 불발 #1호 소유주 부부, 반지 만들어 착용

2014년 3월 대곡면 에서 발견된 진주 운석 1호.

2014년 3월 대곡면 에서 발견된 진주 운석 1호.

당시 진주 운석 1호 외에도 미천면 오방리 콩밭(4.1㎏, 3월 12일), 미천면 오방리 504 묘지 근처 밭(420g, 3월 16일), 집현면 덕오리 한 농수로(20.9㎏, 3월 17일)에서 진주 운석 2~4호가 발견됐다.

7년여 전 운석이 떨어졌을 당시만 해도 ‘진주 운석’은 전국적인 화제였다. 특히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강원기(64)씨가 처음 발견한 진주 운석 1호가 그랬다. 이 운석은 다음날 인천시에 있는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연구소로 보내졌다. 이후 파악된 진주 운석 1~4호의 이동 과정은 더욱 흥미를 유발했다. 운석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떨어져 나와 우주를 떠돌다 지구의 인력에 끌려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한국 수도권 상공에서 대기권에 진입한 뒤 경남 함양·산청군 인근 상공에서 폭발해 진주시 곳곳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하늘에서 떨어진 좋은 기운을 얻고 싶다”며 직접 진주 운석 발견지로 찾아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해 운석을 찾겠다며 나선 ‘운석 사냥꾼’들도 나타났다.

모두 “진주 운석의 가치가 g당 10만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소치 겨울올림픽 메달에 사용된 운석이 g당 236만원에 팔렸다는 이야기도 보태졌다. 진주 운석이 하늘에서 떨어진 로또로 불린 사연이다. 특히 진주 운석은 발견된 지 8개월여 만인 2014년 12월에 국회에서 ‘진주운석법’(우주개발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이 통과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정부도 “태양계의 기원과 생성 등 우주과학 연구에 소중한 정보를 줄 수 있고, 관광자원으로도 가치가 있다”며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에서 g당 1만원을 제시했고, 소유주들은 이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후 현재까지 답보상태다. 현재 진주 운석은 한 은행 금고에 7년 가까이 보관돼 있다.

소유주가 진주 운석으로 만든 반지. 송봉근 기자

소유주가 진주 운석으로 만든 반지. 송봉근 기자

이런 가운데 진주 운석 1호 소유주인 강씨는 부부가 함께 ‘운석 반지’를 만들어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당시 극지연구소에 보내진 1호 운석은 실험을 위해 200g 정도를 절단했다. 이 중 100g은 실험 용도로 사용됐고, 나머지 100g은 진주 운석 1호와 함께 다시 강씨에게 되돌려졌는데 이것을 반지로 만들었다.

강씨는 “진주 운석에 관심이 많은 한 광물 전문가의 제안으로 운석 반지 7~8개 정도를 만들게 됐다”며 “정부에서 더는 진주 운석을 매입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되면 현재 보관된 진주 운석도 운석 반지 같은 다른 활용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석 반지를 만든 서울 청룡귀금속상가 광협 박현철 대표는 “진주 운석은 보석·희소성·역사성 가치 등으로 볼 때 크기에 따라 최대 수억 원의 가치가 있다”며 “그래서 국내외에서 관심이 많지만, 운석 국외반출 금지·운석 등록제 등을 골자로 한 ‘진주운석법’이 만들어져 판매가 자유롭진 못하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