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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수술 털어놓은 독수리 최용수 “다신 쓰러지지 않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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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심장 수술 후 방송에서 활약 중인 최용수 전 감독. 최종 목표는 그라운드 복귀다. 김경록 기자

심장 수술 후 방송에서 활약 중인 최용수 전 감독. 최종 목표는 그라운드 복귀다. 김경록 기자

최용수(50) 프로축구 FC서울 전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스타였다. 2012년 사령탑에 오른 그는 같은 해 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이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15년엔 축구협회(FA)컵 우승을 일궜다. 2016년 중국 장쑤 쑤닝으로 팀을 옮겼다. 그는 후임자인 황선홍(53)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사퇴하자, 2018년 10월 다시 서울 극적으로 1부 잔류를 성공시켰다. 이어 2019시즌에는 팀을 리그 3위로 끌어올렸다. 별명인 독수리처럼 펄펄 날던 그에게 지난해 시련이 닥쳤다. 팀은 시즌 초반 11위까지 떨어졌고, 그는 7월에 스스로 물러났다.

작년 말 5시간 대수술 처음 밝혀 #잘 나가다 지난해 성적 부진 사임 #방송서 숨고른 뒤 감독 복귀 할 것

최 전 감독을 16일 서울 목동에서 만났다. 감독직을 내려놓은 지 1년 만이다. 그는 “감독을 그만두고 첫 인터뷰라 낯설다. 지난 1년간 ‘큰 사건’을 여러 번 겪었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심장 수술을 받은 사실을 처음 털어놨다. 부정맥 때문이다. 5시간 반에 걸친 큰 수술이었다. 그는 “호흡이 너무 불안정하고, 가슴 통증이 있어 응급실에 갔다. 급히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서두르지 않았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구에 모든 걸 쏟느라 몸이 곪아가는 건 몰랐다. 수술 사실을 알리지 않아 2002 한·일 월드컵 멤버들도 최근에야 알았다”고 전했다.

수술 후 회복 중이던 최 전 감독은 비보를 전해 들었다. 동갑내기 유상철(50) 전 감독의 별세(7일) 소식이다. 그는 “재능과 열정, 투혼을 갖춘 친구였다. 이제 하늘에서 축구화 끈을 매고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쉬는 동안에도 서울을 잊지 않았다. 청춘을 바친 팀이라서다. 그는 1994년 안양 LG(서울 전신)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일본 J리그에서 뛴 기간을 빼면 2006년 은퇴까지 서울 유니폼만 입었다. 서울은 그가 떠난 뒤 사령탑(대행 포함)이 네 번 더 바뀌었다. 지난 시즌 9위, 올 시즌 10위(22일 기준)다. 그는 “선수 기용, 육성, 영입 등은 전문가인 감독에게 맡겨야 하는데, 구단이 방침을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쓴소리했다. 이어 “강팀 서울이 약해진 책임을 감독에게만 지워선 안 된다. ‘우린 하나’라는 의식을 갖고 신뢰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 전 감독은 최근 방송을 시작했다. 후배 안정환의 권유가 계기다. 지난달 함께 예능 ‘안 싸우면 다행이야’에 출연했는데, 9.1%(닐슨, 수도권 가구)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를 포함해 동시간대 1위였다. 경상도 사투리로 툭툭 던지는 농담이 화제였다. 여자 연예인 축구팀을 훈련해 대회에 출전하는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그는 ‘모델 팀’ 감독을 맡았다. 황선홍·이천수·이영표 등 2002 멤버가 대거 출연한다. 그는 “난생처음 일반인을 가르치며 관점이 바뀌었다. 잊고 있던 칭찬과 격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방송인이 되는 걸까. 그는 “다작 속에 대작이 나온다”고 농담을 건넨 뒤 “방송은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기 전 숨 고르기다. 다신 쓰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준비해 더 높이 날겠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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