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풀려다…스웨덴 ‘용접공 신화’ 총리 낙마 위기

중앙일보

입력 2021.06.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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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스테판 뢰벤 총리에 대한 의회 불신임안이 21일 스웨덴 사상 처음으로 통과됐다. [AP=연합뉴스]

스테판 뢰벤 총리에 대한 의회 불신임안이 21일 스웨덴 사상 처음으로 통과됐다. [AP=연합뉴스]

고등학교가 최종 학력인 용접공에서 일국의 총리 자리까지 올랐던 스웨덴의 자수성가 신화, 스테판 뢰벤(64) 총리가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스웨덴 의회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총리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웨덴에서 총리 불신임안이 의회를 통과한 건 처음이다.

“집 있는 사람만 배불려” 연정 분열
의회서 불신임안 사상 최초 가결

21일 스웨덴 의회는 의원 349명 중 과반인 181명 찬성으로 뢰벤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영국 가디언은 “뢰벤 총리는 일주일 안에 사임하고 의장에게 새 정부를 꾸리는 일을 넘기거나, 조기 총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뢰벤 총리가 위기를 맞은 건 주택 임대료(월세)를 통제하는 사회 관행을 바꾸려 해서다. 지난 1978년부터 스웨덴에선 임대료 인상률은 매년 물가상승률의 1% 내외로 통제하는 임대료 협상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스웨덴을 ‘세입자의 천국’으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주택 공급을 줄어들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새 집을 지어도 이윤이 얼마 남지 않자 주택 임대회사나 건설사들은 점차 주택 공급을 축소해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이에 뢰벤 총리는 신규 아파트 등에 대해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임대료 규제 수위를 낮추는 정책을 내놓자, 연정에 참여했던 좌파당은 “주택 소유자만 배 불리게 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좌파 계열이 분열하는 틈을 타 극우 성향의 스웨덴 민주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뢰벤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상정했고, 결국 통과하게 됐다.

뢰벤 총리는 생후 10개월 만에 고아가 됐다가 벌목공 노동자 집안에 입양돼 성장했다. 1995년부터 스웨덴 금속노조에서 활동했고, 2007년 사민당 복지정책 위원장, 2012년 사민당 당수로 추대됐다. 2014년 스웨덴 총리의 자리에 올라 7년째 재임 중이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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