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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해임→소송→복직→해임…광주과기원 뒤집은 막장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사의와 번복 등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사의와 번복 등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산하 과학기술원 역사상 초유의 총장 해임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사실상 해임당한 총장이 소송으로 복직하자, 이사회가 다시 해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이사회는 22일 서울 서초동 GIST 서울사무소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기선 GIST 총장 해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김 총장은 GIST 설립 이래 최초로 해임당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날 GIST 이사회는 재적이사 15명 중 10명이 참석했다.

GIST 임시이사회서 총장 해임 의결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경. [사진 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경. [사진 GIST]

GIST 학내 내분은 여느 막장 드라마 뺨치는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수면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2월 GIST 노동조합(노조)이 김 총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당시 GIST 노조는 “김 총장이 취임 이후 연구 관련 보직을 겸직하면서 2년간 급여(4억여 원) 외에 별도로 연구수당(2억3900만원)과 연구개발능률성과급(33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GIST 이사회는 3월 30일 김 총장의 사임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해임을 결정했다. 당시 김 총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사회에 ‘총장’이라는 보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결기를 내비친 적은 있지만, 도피성으로 사표를 내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사의 표명이지, 사표 낸거 아니다”

그러자 GIST 이사회는 김인수 GIST 연구부총장을 총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등 김 총장을 해임으로 간주한 인사를 발표했다.

이사회와 총장의 갈등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김 총장은 4월 6일 법원에 자신의 사의를 수용한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보직 해임 강수 김 총장의 ‘13일 천하’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은 자신의 거취를 놓고 이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22일 GIST 이사회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총장을 해임했다. [사진 GIST]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은 자신의 거취를 놓고 이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22일 GIST 이사회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총장을 해임했다. [사진 GIST]

광주지법 제21민사부가 지난 8일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GIST는 일시적으로 ‘1대학 2총장’ 체제가 됐다.

김 총장이 70여 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했다. 그가 총장 직무를 맡자, 총장 직무를 대행하던 연구부총장을 비롯해 이사회가 임명한 주요 보직자가 일부 사의를 표명했다.

임수경 GIST 이사장은 지난 10일 GIST 학내게시판에 “김 총장은 약속한 대로 사직서를 내고 사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러자 김 총장은 “그동안의 공백에 따른 업무를 진지하고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결국 이사회가 해임을 의결하면서 김 총장은 복귀한 지 13일 만에 다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직제순에 따라 교학부총장이 총장의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다.

GIST는 또다시 소송의 격랑에 돌입할 전망이다. 김 총장이 다시 해임무효 소송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변호사를 통해 이사회 해임 의결 무효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IST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함께 국내 4대 과학기술원 중 하나다. 김 총장은 2019년 3월 취임했으며 당초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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