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몸짓으로 사는 광대”…‘호호호 삼남매’의 몸생몸사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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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누가 아니라 각자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몸생몸사 ' 삼 남매. 아래에서부터 남정호, 남긍호, 남영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누구의 누가 아니라 각자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몸생몸사 ' 삼 남매. 아래에서부터 남정호, 남긍호, 남영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무용가 남영호입니다.

프랑스 지중해 몽펠리에라는 도시에서
무용가로 활동하면서
한국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어렵사리 한국에 왔습니다.
코로나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모처럼의 국내 공연과 강연을 위해 귀국한 겁니다.

이 와중에 우연히 중앙일보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난을
보고 이렇게 용기를 냅니다.

제게는 저와 같은 몸짓으로 살아가는 언니와
또 다른 몸짓인 마임으로
살아가는 오빠가 있습니다.

언니 남정호는 국립현대 무용단 단장이고요.
오빠 남긍호는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연극원 교수이자 마임배우입니다.

공연예술계에서는 이렇듯 몸짓으로 살아가는
저희 삼 남매를 ‘남 트리오’라 일컫기도 합니다.

저희 셋이 이 길을 가게 된 건
열 네살 터울 정호 언니 영향입니다.

1978년 언니가 프랑스에서 유학했습니다.
언니의 몸짓을 보고 자란 오빠 또한
1989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요.
저도 언니 오빠의 몸짓을 보고 자란 터라
1990년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막내인 제가 떠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오랜 세월 지나
우린 이제 누구의 누가 아닌
자유로운 개체로
각자의 길에서 각자의 몸짓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니가 늘 말했듯
“우리는 몸짓으로 사는 광대”라는
사실은 잊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제물로 바쳐
남을 즐겁게 하는 광대라는 사실을 늘 품고 삽니다.

이런 광대니 우린 늘 만나면 즐겁습니다.
그런데 만나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각자 떨어져서 살고 각자의 길이 있으니 그런 겁니다.

돌이켜 보니 셋이 사진을 찍은 게 20년이 넘었습니다.
짧은 기간 다녀가야 하는 모국에서
몸짓으로 살아가는
우리 삼 남매의 인생 사진을
찍어 주시길 바라며 사연 올립니다.
무용가 남영호 올림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지않고 ,자신을 재물로 바쳐 남을 즐겁게 하는 광대를 자처하는 삼 남매, 이러니 늘 만나면 즐거운 겁니다. 김경록 기자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지않고 ,자신을 재물로 바쳐 남을 즐겁게 하는 광대를 자처하는 삼 남매, 이러니 늘 만나면 즐거운 겁니다. 김경록 기자

사진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로 온 가족에게
사진의 컨셉이 ‘몸생몸사’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춤과 마임, 결국 몸짓으로 살아가는 남매이니
‘몸생몸사’라고 나름 이름 붙인 겁니다.

다행히도 컨셉을 듣고 모두 흔쾌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아울러 셋 다 공연 감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각자 사진 찍고 싶은 컨셉을 제안하면
그대로 찍어 주겠노라 고요.

남정호씨가 조그만 받침대 위에 셋이 서서 찍자며 제안한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남정호씨가 조그만 받침대 위에 셋이 서서 찍자며 제안한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먼저 남정호 감독이 사각형 받침대 위에
셋이 올라 서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조그만 공간에 셋이 어렵사리 올라섰습니다.
한 뿌리에서 난 남매라는 의미가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남긍호씨가 서로의 발을 살피며 찍자고 제안한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남긍호씨가 서로의 발을 살피며 찍자고 제안한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두 번째로 남긍호 교수가
각자의 발을 살피자고 제안했습니다.
“발이 와 그렇노? 춤추는 사람에게 발이 얼마나 중요한데….”며
스튜디오에서 미리 동생 영호의 발을 살펴본 게 실마리였습니다.
그래서 서로서로 발을 살폈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남매가 아니었으면
상상조차 못 할 제안이었습니다.

남영호씨가 각자의 몸짓으로 찍자며 제안한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남영호씨가 각자의 몸짓으로 찍자며 제안한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마지막으로 남영호 감독이
각자의 몸짓으로 포즈를 취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정호 언니의 몸짓,
긍호 오빠의 몸짓을 보고 자란 영호가
이제 누구의 누가 아닌 각자의 의미로
서 보자는 속뜻이었던 겁니다.

내로라하는 남매들,
사실 1999년 이후 22년 만에 한자리서 사진 찍은 겁니다.
실로 22년 만에 한자리에 서서
서로서로 가치를 인정하고,
각자의 몸짓으로 사진 찍은 삼 남매,
가히 사진 찍는 공간에서도 ‘몸생몸사’ 남매였습니다.

권혁재·김경록 기자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사연을 5월에 이어서
6월에도 받습니다.

어떠한 사연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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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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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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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한 인생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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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보낼 곳: photosto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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