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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물에 발담그고 일해요” 원격근무 전국 확대한 韓회사 [팩플]

중앙일보

입력

메신저 플랫폼 라인 운영사 라인플러스가 다음 달부터 원격근무 장소를 전국으로 넓힌다. 완전 재택부터 주 N회 재택까지 직원이 선택할 수 있게 한 ‘하이브리드워크 1.0’을 시행하면서다. 집으로 제한했던 근무지역은 제주, 강릉 등 전국 방방곡곡으로 넓어진다. 회사 측은 1년간 국내 직원 대상으로 제도 시행 후 이를 글로벌로 확대할 계획. 해외서 원격근무도 허용할 지 검토 중이다.

팩플레터 107호 요약본 #팩플인터뷰, 라인플러스 이현욱 채용총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출근을 재개하려는 가운데 라인은 왜 이런 파격적인 길을 택했을까.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라인플러스 본사에서 이현욱(42) 라인플러스 채용총괄을 만났다. 그는 “근무제도 혁신이 우수 인재를 채용하는 중요한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인플러스는 네이버-소프트뱅크 합작사를 모기업으로 둔 제트(Z) 홀딩스의 자회사. 1억 8700만명이 쓰는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운영(일본 제외 글로벌 전 지역)하고 있다. 이 총괄은 2013년 라인에 합류해 8년째 인사채용을 전담해왔다.

이현욱 라인플러스 채용 총괄. [사진 라인플러스]

이현욱 라인플러스 채용 총괄. [사진 라인플러스]

왜 이런 변화를 택했나.
우리는 태생이 메신저 회사다. 원격근무에 거부감이 없다. 해외 팀원들과는 원래 원격으로 일하기도 하고. 지난 수년간 여러 시도를 통해 임직원들이 고정된 근무장소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신뢰, 자율, 책임을 바탕으로 업무 생산성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하이브리드워크1.0은 폭넓은 국가와 지역을 대상으로 우수 인재를 채용할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 본다.
어떻게 시행하게 됐나.
지난 5~6월 ‘OOO에서 한 달 일하기’를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한 달 살기’ 여행이 유행이었는데 이를 근무지에 적용해봤다. 지원자를 받아 서울·수도권이 아닌, 원하는 곳에서 한 달간 머무르면서 일하게 했는데 직원들 반응이 좋았다. 첫 시행 당시 200여 명이 신청했을 정도다. 두 달간 추첨으로 26명이 선정됐다. 이들은 제주도, 강원도 양양·강릉 같은 곳에서 각각 한 달씩 살면서 거기서 일했다. 즐거움을 주자는 목적도 있지만, 공간 제약 없이 직원들에게 더 많은 업무 유연성을 주고도 업무성과를 낼 수 있는지 실험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업무성과가 좋아 전 직원 대상 근무제도로 확대하게 됐다.
라인플러스 계열사 개발자인 이영종씨가 지난 5월 '제주도 한달 일하기' 제도를 활용해 제주도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 라인플러스]

라인플러스 계열사 개발자인 이영종씨가 지난 5월 '제주도 한달 일하기' 제도를 활용해 제주도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 라인플러스]

메신저 라인은 일본, 대만, 태국 점유율 1위 메신저이지만 국내 사용자가 많지 않아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IT 개발자 사회에선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로 불리는 취업 최선호 회사 중 하나다. 업계 안팎에선 ‘컨시어지’로 불리는 라인플러스만의 독특한 채용제도도 한 몫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라인 플러스는 지난 4월부터는 세 자릿수 규모 경력 개발자 상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채용 컨시어지 서비스는 무엇인가.  
호텔 컨시어지가 투숙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인사팀 직원이 입사 후보자들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서류 합격 후보자 대상으로 직원을 배정한 다음 후보자들이 필요한 걸 제공한다. 사실 시험 보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시험인지 궁금한데 전화해서 물어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면접에 누가 들어오는지, 몇 명이나 들어오는지 그런 세세한 정보들을 알아서 먼저 설명해준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전화나 메신저로 물어볼 수 있게 관계를 터놓는다.
왜 이런 서비스를 도입했나.
채용팀에게 입사 후보자들은 서비스할 대상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의 경험을 ‘고객만족도’처럼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보자의 경험(Candidate Experience)이 만족스러워야 회사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진다. 무엇보다, 여러 회사에 합격한 우수 인재가 마지막 순간엔 우리 회사를 선택하도록 할 수 있다. 또 지금 당장 입사하지는 않더라도 나중에라도 좋은 인상 덕분에 우리 회사에 다시 지원할 수도 있게 된다.
압박 면접은 하지 않나.
면접관들에게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기재한 ‘두 앤 돈트’(Do & Don‘t)가이드를 사전에 준다. 가족관계를 물어본다든지, 불필요하게 면접자를 압박한다든지 등 면접 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리한 가이드다. 그리고 면접이 끝나고 나선 면접 후기를 꼭 받는다. 만약 후보자로부터 불만이 접수된다면 이를 다음 절차 때 개선한다.
개발자 채용 경쟁이 치열한데 채용과정 외 다른 강점은.
‘글로벌 경험’이다. 라인은 대만과 태국에서 1위 메신저다. 전체 인구의 70~90%가 라인 메신저를 쓴다. 국내에서 이 정도 대규모 이용자를 가진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없다. 또 미국, 콜롬비아 등 10개 지역에 글로벌 오피스가 있다. 현지 직원들과 협업을 통해 직원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라인 스타일북에 나온 라인의 인재상. 그래픽=중앙일보 팩플 정다운 인턴.

라인 스타일북에 나온 라인의 인재상. 그래픽=중앙일보 팩플 정다운 인턴.

대규모 채용 이유는.
현재 직원 수가 글로벌 8700여 명, 한국만 1900여 명이다. 지금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많이 전환됐다. 또 야후재팬(소프트뱅크)과 라인(네이버)이 통합하면서 시너지를 낼 사업분야가 크게 늘었다. 예컨대 핀테크나 이커머스, 지역 기반 서비스들이 굉장히 많이 늘고 있다. 배달서비스도 그렇고 공공분야도 그렇다. 모회사인 Z홀딩스에선 앞으로 5년간 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개발자뿐만 아니라 디자인,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직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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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5월 27일 팩플 뉴스레터로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네카라쿠배의 '라'가 개발자 모시는 법"의 요약 버전입니다. 팩플 뉴스레터 전문을 보고 싶으시면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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