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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루 출퇴근 달랑 1명···한강 수상택시 폐지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6년 운항을 재개한 한강 수상택시. 중앙일보

2016년 운항을 재개한 한강 수상택시. 중앙일보

서울시가 한강 수상택시의 출·퇴근 사업 부문을 접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영사에서 “태울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승객이 거의 없는 데다, 매년 수천만원의 유지보수비까지 들어가서다.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된 사업이지만 ‘적자’‘애물단지’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사업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본부는 한강 수상관광콜택시의 출·퇴근용 부문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운영사인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이하 유공자회)와 구체적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용률 저조로 운영사도 난색을 보여온 데다 지난 4월 오 시장이 사업 존치 필요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다.

당시 오 시장은 한강사업본부 업무보고에서 “외부사업자가 투자해 들어왔는데, 서울시가 운영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서울시 수상택시가 ‘적자다’‘활성화가 안 된다’ 같은 말이 나온다”며 “오해가 없도록 바로잡고, 사업 효율성을 검토해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한강 수상관광콜택시는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2007년 10월 운항을 시작했다. 관광자원 개발과 출·퇴근 교통수단 확보 등이 목적이었다. 2006년 서울시 한강 수상관광콜택시 사업 공모에서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이 사업자로 선정돼 2014년까지 운영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로 운항이 중단된 뒤, 2016년 유공자회가 사업을 이어받았다.

4월 시장 업무보고에서 “존폐 검토” 지시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가 2015년 10월 한강 수상택시 사업을 인수해 수상관광콜택시와 선착장 내 편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서래나루가 메인 터미널이다. [사진 서래나루 홈페이지 캡처]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가 2015년 10월 한강 수상택시 사업을 인수해 수상관광콜택시와 선착장 내 편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서래나루가 메인 터미널이다. [사진 서래나루 홈페이지 캡처]

현재 수상택시는 9대로 잠실~반포~여의나루~망원 구간을 운영 중이다. 관광용과 출·퇴근용을 함께 쓰는데 잠실과 여의도를 오가는 출·퇴근용은 각각 오전 7시 20분~오전 8시 30분과 오후 6시 20분~오후 7시 30분, 관광용은 오전 8시 30분~오후 9시 30분에 운항한다. 요금은 출퇴근용은 1인당 5000원, 관광용은 1인당 2만5000원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사업 추진 당시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고 지하철 등 육로 대중교통이 발달한 데다 배는 속도에 한계가 있어 승객이 적은 듯하다”며 “출퇴근 시간 배를 대기해야 하는 등 운영사에서 유지비가 계속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초기 12억원을 들여 출퇴근용 선착장 16개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출퇴근용 사업을 폐지하면 이 중 일부는 철거할 계획이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매년 수천만원의 유지보수비가 투입되는데 출퇴근용 승객이 거의 없었던 지난해에도 7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출퇴근용 승객은 총 32명이었다. 올해 들어 2~5월 출퇴근용 승객은 6명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2016~2019년)에도 출퇴근용 승객은 연간 200명대에 머물렀다. 최근 5년 동안 하루 평균 출퇴근용 승객은 1명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출퇴근용 승객 1명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관광용은 연간 승객 수도 많은 것은 아니다. 2016년 1183명, 2017년 1만1234명, 2018년 5745명, 2019년 5017명, 2020년 2093명, 2021년 2~5월 1091명이다. 5년 동안 하루 평균 승객 수가 18명 수준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관광용은 코로나가 끝나면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공자회는 2016~2020년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 보트 조종 교육, 편의점 운영 등 부대수입으로 지난해 18억원 흑자를 올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출퇴근용 사업을 같이하는 조건으로 유공자회에 수상택시 사업권을 준 것"이라면서 "사업 폐지 여부와 함께 다른 공공 기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부 교수는 “수상택시가 제 역할을 하려면 도심에서 선착장까지 빠르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연결로를 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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