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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흰레깅스 이후 떴다···민망한 Y존 없앤 쫄바지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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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요즘 레깅스는 운동복이라기보다 일상복에 가깝다. 요가·필라테스는 물론 조깅이나 등산, 심지어 골프를 칠 때도 레깅스를 입는 여성들을 볼 수 있다. 집 근처 카페나 동네 마트에서도 이제 레깅스 패션은 흔하다.

가장 큰 이유는 편안함이다. 피부에 착 달라붙는 듯한 착용감과 어떤 동작을 해도 자유로운 신축성이 뛰어나다. 색상도 과거엔 주로 검은색이었지만 요즘은 고운 파스텔톤으로 다양해졌다. 단순히 잘 늘어나는 검은색 쫄바지에서 운동과 일상을 아우르는 ‘만능템’으로 거듭난 셈이다. 이런 레깅스가 최근엔 한 차원 더 진화하고 있다. 생리 기간에 입는 레깅스부터 ‘Y존(사타구니와 생식기 부위)’에 특화된 설계까지 여성의 신체 특성을 섬세하게 반영하는 추세다.

레깅스 업계가 여성의 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여성 특화 레깅스 출시가 활발하다. 사진 아디다스

레깅스 업계가 여성의 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여성 특화 레깅스 출시가 활발하다. 사진 아디다스

레깅스, 여성 관심 먹고 성장 중

요가나 헬스 등 운동을 할 때 주로 입던 레깅스가 일상으로 파고든 건 지난 2010년도 중반부터다. 2013년 방송인 클라라가 줄무늬 흰색 레깅스를 입고 야구 시구에 나서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은 뒤, 레깅스는 운동복에서 몸매를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운동할 때 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레깅스를 입는 이들이 늘어났고, 남의 시선과 상관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긍정하는 ‘자기 몸 긍정주의’가 확산하면서 레깅스 시장의 성장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운동하는 여성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변화도 한몫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1』는 건강에 관심이 많고 운동을 즐기는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생활 방식을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 바 있다. 젊은 여성들이 운동으로 성취감을 찾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면서 레깅스는 이들에게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됐다.

때마침 기능성과 패션을 동시에 강조하는 국내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면서 레깅스 시장은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2016년 6386억원에서 2018년엔 7142억원, 2020년엔 762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로 추산한다.

국내 레깅스 시장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레깅스 시장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화 설계는 Y존으로 통한다

기능성을 중시하는 운동복 분야는 해외 브랜드의 독무대로 통한다. 하지만 레깅스만큼은 다르다. 2020년 기준 국내 레깅스 전문 기업 3사인 젝시믹스·안다르·뮬라웨어의 매출은 2307억 원으로 전체 레깅스 시장의 30.3%를 차지했다. 비결이 뭘까. 업계에선 여성들의 니즈를 섬세하게 공략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국내 레깅스 브랜드의 성장은 여성들의 니즈를 섬세하게 읽은 공이 크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사진 뮬라웨어

국내 레깅스 브랜드의 성장은 여성들의 니즈를 섬세하게 읽은 공이 크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사진 뮬라웨어

안다르는 레깅스를 입으면 드러나는 민망한 Y존의 봉제선을 없앤 제품을 내놨다. 검은색 일색이던 레깅스 시장에 연보라색·민트색·핑크색 등 화사한 색을 선보이기도 했다. 젝시믹스는 Y존에 원단을 한 겹 더 대고 배가 말리지 않는 밴드를 넣었다. 뮬라웨어는 업계 최초로 키가 160㎝ 이하인 여성들을 위한 ‘노컷’ 레깅스를 개발했다. 레깅스의 길이가 길어 잘라 입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한 결과다. 운동 효과는 물론 몸매 보정 효과의 절개선을 넣는 것도 특징이다. 젝시믹스는 옆 라인과 엉덩이 윗부분에 절개선을 더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덕분에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선 레깅스만큼은 운동복 전문 브랜드보다 레깅스 전문 브랜드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축성은 물론 비침 정도, Y존 특화 설계등 레깅스 업계는 여성친화적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 젝시믹스

신축성은 물론 비침 정도, Y존 특화 설계등 레깅스 업계는 여성친화적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 젝시믹스

생리 기간용 레깅스, 전용 속옷도 나왔다

국내 기업의 여성 특화 레깅스 설계는 글로벌 브랜드도 따라오는 추세다. 지난 17일 아디다스는 생리 기간에도 입을 수 있는 ‘디데이(D-day) 타이츠’를 내놨다. Y존 부분에 흡수력이 뛰어난 3중 레이어(겹)를 덧대 생리혈이 새지 않도록 도와주고, 겹과 겹 사이를 접착 구조로 연결해 움직이는 동안에도 안정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아디다스 측은 “운동하는 10대 소녀들이 생리 기간 운동을 포기하는 이유가 샘 걱정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며 “생리를 타인과 공유하기 불편한 주제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모든 여성의 신체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출시 이유를 밝혔다.

아디다스는 생리 기간 동안에도 불편함 없이 입을 수 있는 '디데이 타이츠'를 출시했다. 사진 아디다스

아디다스는 생리 기간 동안에도 불편함 없이 입을 수 있는 '디데이 타이츠'를 출시했다. 사진 아디다스

레깅스 업계에선 다음 트렌드로 ‘장시간 입고 있어도 편안한 레깅스’를 꼽는다. 레깅스가 운동할 때만 잠깐 입는 옷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늘 입고 있는 옷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엔 레깅스의 발목 끝 부분이 퍼지는 형태로 제작된 ‘부츠컷 레깅스’도 등장했다. 학교나 사무실에서도 입을 수 있는 편안한 핏과 착용감이 특징이다. 전용 속옷 출시도 활발하다. 레깅스를 입었을 때 속옷의 선이 드러나 보이는 것을 불편해하는 여성 소비자들이 늘면서부터다. 주로 무봉제로 레이저로 컷팅해 아예 속옷 선이 드러나보이지 않게 하는 방식이 많다.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희미해짐에 따라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레깅스가 주목받는다. 사진 뮬라웨어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희미해짐에 따라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레깅스가 주목받는다. 사진 뮬라웨어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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