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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남편 덕에 부인도 공무원? 이천 뒤집은 '수상한 특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이천시청. 연합뉴스

이천시청.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가 간부급 공무원 부인들의 취업 문제로 시끄럽다. 공무원의 부인들이 이천시와 시 산하 기관 등에 계약직 또는 임기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시와 당사자들은 채용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그 과정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작은 지자체일수록 공무원이나 권력자 측근의 채용 비리를 단속하기 더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소 5명 계약직·임기제로 근무 #당사자들 “적법 절차 통해 입사”

간부급 공무원 5명의 부인 채용 입길 

21일 복수의 시청 직원 등의 제보와 중앙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이천시 과장(5급) 및 팀장(6급)의 부인들이 시청과 읍면 사무소, 시 산하 기관 및 보조단체 등에 계약직 및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

A과장의 부인은 한 읍사무소에 채용돼 일하고 있다. B과장의 부인은 최근까지 시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모 기관으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 C 과장과 D·E 팀장 부인은 각각 시 본청과 산하기관 등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입길에 오른 사례는 5명 정도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공무원 가족 등이 시청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게 일부 직원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원한 시청의 한 직원은 “A과장 부인은 시청, B과장 부인은 읍면 사무소, D팀장 부인은 산하기관 등에서 일한다. 알만한 직원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남편들이 주요 부서에 있다 보니 불이익을 받을까 봐 직원들끼리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다른 시청 공무원도 “명문대를 졸업해도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데 공정한 채용이었는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서류 등 절차상 문제가 없게 처리했겠지만, 채용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천시 내부에서 이런 논란이 이는 건 성남시의 상황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은수미 성남시장의 측근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인근 지자체에서는 “우리도 (채용비리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천시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당사자와 시는 전면 부인 

제기된 의혹에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C과장의 부인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입사했다”며 “오래전에 입사해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채용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E팀장은 “아내 일이라 아내가 어떤 자격을 가지고 들어왔는지 잘 모른다”면서도 “아내가 특혜를 받고 들어온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가족이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공무원들은 “공고를 보고 절차에 따라 (부인이)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청 관계자는 “100% 공개 채용을 통해 문제없이 입사한 사람들이다. 남편이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영향력을 행사할 순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채용 과정 등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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