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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코로나와 백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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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해리 기자 중앙일보 기자
박해리 정치국제기획팀 기자

박해리 정치국제기획팀 기자

지난 11일 A(36·남)씨는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당일 저녁 미열이 나고 다음 날 본격적으로 열이 났다.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열은 내려갔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체온이 올라 접종 후 이틀째 최고 38.9도를 기록했다. 약간의 몸살 기운 외 다른 증상은 없었다.

흔한 접종 후 반응이라 생각했다. 약을 먹어도 열이 내려가지 않거나 고열이 일정시간 지속하면 병원에 방문하라는 지침에 따라 경과를 지켜봤다. 3일째에도 열이 38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자 백신 접종했던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그냥 내일까지 타이레놀을 먹으며 버텨보라”며 돌려보냈다. 백신 휴가를 쓰고 해열제를 먹으며 지냈지만 접종 후 5일이 지난 16일에도 열은 38도 이상이었다. 뭔가 잘못됐다 싶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코로나 음성이어야 다른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코로나 검사부터 했다. 결과는 양성. 백신 후유증인 줄만 알았는데 코로나 확진이 된 것이다.

접종 전만 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었다. 함께 사는 가족과 회사 동료, 주변인 모두 검사받았지만, 결과는 음성으로, A씨에게서 감염된 이도 없었다. 무증상 감염자가 백신 반응을 계기로 바이러스를 발견한 건지, 접종 직전·후 감염돼 증상이 발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주변에선 백신 접종으로 인한 양성반응이 아니냐는 말도 오갔지만 그런 보도를 접한 적도 없었다.

인류가 처음 당면한 이 신종바이러스와 개발된 지 1년 남짓한 백신 앞에서 사실 의료진도, 정부 관계자 누구도 100% 전문가라 할 수 없다. 대처도 미숙할 수밖에 없다. 대구 혈전증 사망자가 찾았던 첫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된 조처를 하지 못한 사례나 코로나 감염자였던 A씨를 그대로 돌려보낸 병원처럼 말이다.

백신 접종 전 코로나 검사 또한 의무가 아니다. 백신 접종률 높이기 급급한데 증상 없는 이들에게 ‘코로나 검사부터 받고 오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백신을 맞았더라도 자신이 이미 감염자일 확률을 무시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백신 이상증세가 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놔야 신속하고 올바른 의학적 대처가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백신 1차 접종률은 20일 기준 29.2%다. 모두가 안전하게 접종하고 코로나를 이겨내길 바랄 뿐이다.

박해리 정치국제기획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