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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 비핵화 시동 건 한·미·일, 대화의 끈 이어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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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한·미·일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어제 서울에서 열린 세 나라의 북핵 수석대표 회의에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는 발표에 이어 열렸다. 한·미는 북한의 입장 표명을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대결’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대화’에 의미를 더 두고 있는 분위기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김 위원장의 말에 대해 그제 “흥미로운 신호”라며 “더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취하는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 김, 북에 “조건 없이 만나자” 제의 #북한도 비핵화에 진정성 있게 나서야

이번 회담이 북한 비핵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새로운 기회인 것만은 틀림없다. 사실 남북 및 북·미 대화는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이후 거의 단절됐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6월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그 사이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이어지면서 북한 문제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올 1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새 외교안보 진영을 갖췄고, 대북정책도 최근 입안했다. 이제야 한반도 안보를 포함한 북한 비핵화 방안을 논의할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우선 북한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핵무기를 계속 생산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4일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이 올해 1월 기준으로 핵탄두를 40∼50개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보다 10개가량 늘었다고 한다. 미국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50∼100개라고 평가했다. 북핵 위협이 점차 가중되는 추세다. 북한 경제는 매우 심각하다. 유엔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북·중 국경폐쇄로 경제 사정이 엉망이다. 설상가상 북한은 지난해 수해 여파로 식량도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군량미를 풀어 주민에게 나눠준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이런 여건은 한반도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어려운 경제 사정을 탓해 도발하거나 핵무기로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 물론 그럴 경우 북한이 한·미에 의해 파멸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북한이 바이든 정부 내내 한·미와 대결적 국면으로 갈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엔 북한 사정이 너무 취약하다. 이젠 한·미·일이 내민 손에 북한이 화답해야 할 때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한·미도 머리를 맞대 북한과 대화의 끈을 이어나가 한반도에 평화가 올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