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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한해 20만톤 바다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 굴포천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자회사인 워터웨이 관계자들이 굴포천에 설치했던 거름망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인천 굴포천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자회사인 워터웨이 관계자들이 굴포천에 설치했던 거름망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지난 1일 오전 방문한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의 귤현보. 민물가마우지가 떼 지어 앉아 있는 이 보는 인천 부평과 경기 부천에서 흘러온 굴포천이 경인아라뱃길로 유입되는 지점이다.

[플라스틱 어스] ①추적-그 많은 플라스틱은 다 어디로 갈까 #차단막·제진기로 유입 막아도 #해양쓰레기 연간 20만톤 건져내 #80% 이상이 안 썩는 플라스틱

강가에선 10여 명의 작업자가 굴삭기를 동원해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하천을 가로질러 설치했던 거름망을 끌어와 거기에 쌓였던 잡동사니를 건져내 포대에 담았다.

경인아라뱃길로 들어오는 쓰레기를 막기 위해 굴포천에 설치한 부유식 거름망. 쓰레기 수거를 위해 하천변으로 끌어당긴 상태다. 강찬수 기자

경인아라뱃길로 들어오는 쓰레기를 막기 위해 굴포천에 설치한 부유식 거름망. 쓰레기 수거를 위해 하천변으로 끌어당긴 상태다. 강찬수 기자

수거한 쓰레기 더미에는 잡풀과 함께 음료수병, 훌라후프, 스티로폼 조각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었다. 건져내지 않았다면 물길을 따라 서해로 떠내려갔을 쓰레기다. 잠시 망을 걷어낸 사이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가 떠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굴포천 쓰레기 수거. 거름망에 걸린 쓰레기를 포대에 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굴포천 쓰레기 수거. 거름망에 걸린 쓰레기를 포대에 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굴포천 거름망에 걸린 쓰레기 중에는 플라스틱 병과 스티로폼 조각도 흔했다. 강찬수 기자

굴포천 거름망에 걸린 쓰레기 중에는 플라스틱 병과 스티로폼 조각도 흔했다. 강찬수 기자

이날 작업은 경인아라뱃길의 운영을 맡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자회사 워터웨이가 진행했다. 현장 작업자는 “큰비가 내릴 때마다 쓰레기를 걷어내는데, 대략 보름에 한 번 정도 한다”며 “오늘은 커다란 마대자루 70개 분량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망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30~40톤 정도였다. 건져낸 쓰레기는 건조 후 분류해 재활용하거나 소각 처리된다.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 소하천에 설치된 제진기. 굴삭기처럼 생긴 장치가 쓰레기를 건져올려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으면 쓰레기가 한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강찬수 기자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 소하천에 설치된 제진기. 굴삭기처럼 생긴 장치가 쓰레기를 건져올려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으면 쓰레기가 한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강찬수 기자

김포시 고촌읍 소하천에 설치된 제진기. 사진 왼쪽 부분에 쓰레기를 이동시키는 컨베이어 벨트를 볼 수 있다. 강찬수 기자

김포시 고촌읍 소하천에 설치된 제진기. 사진 왼쪽 부분에 쓰레기를 이동시키는 컨베이어 벨트를 볼 수 있다. 강찬수 기자

좀 더 자동화된 설비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굴포천에서 2㎞ 남짓 떨어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인근 하천엔 제진기(除塵機)가 설치돼 있었다. 굴삭기와 흡사한 형태의 제진기는 물 위에 떠 있는 쓰레기를 걷어 올린다. 워터웨이의 김재민 과장은 “제진기가 끌어올린 쓰레기는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고 자루에 담긴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신길역 인근의 신길빗물펌프장에도 쓰레기를 건져올리는 제진기가 설치돼 있다. 강찬수 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 신길역 인근의 신길빗물펌프장에도 쓰레기를 건져올리는 제진기가 설치돼 있다. 강찬수 기자

2000년대 이후 이렇게 하천 수문 등에 제진기를 설치한 곳도 늘고 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의 신길 빗물 펌프장도 제진기 2대가 있었다. 이곳 직원은 “영등포구에 있는 8곳의 빗물 펌프장 모두에 제진기가 설치돼 있는데, 주로 폭우가 쏟아질 때 가동한다”고 말했다.

바다로 가는 쓰레기 20%가 플라스틱

굴포천을 따라 떠내려가고 있는 쓰레기. 강찬수 기자

굴포천을 따라 떠내려가고 있는 쓰레기. 강찬수 기자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쓰레기의 양을 막대하다. 지난해 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간한 ‘해양 유입 하천 쓰레기 관리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약 9만9000톤의 하천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의 71.7%가 유량이 많은 홍수기에 집중됐다.

이렇게 바다로 간 플라스틱 쓰레기 중 일부는 해안으로 되돌아온다. 해양수산부의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안에 쌓인 쓰레기의 80% 이상이 플라스틱이다.

환경부는 하천을 통해 바다로 가는 쓰레기의 70%는 나무와 풀이고, 플라스틱은 20% 안팎으로 추정한다.
KMI 보고서와 환경부의 분석으로는 연간 약 2만톤 정도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연간 400만톤 가까이 되는 국내 생활계 폐플라스틱의 0.5%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2019년 국내 연안에서 실제 건져낸 해양 폐기물이 20만톤 가까이 된다는 점, 바다 쓰레기의 80% 이상이 플라스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만톤은 과소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전 세계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게 연간 8000만 톤인데, 단순히 국내 인구 비례로 본다면 50만톤을 배출하는 꼴이다.
우리가 외국보다 폐플라스틱을 잘 관리한다고 해도, 국내 하천을 통해 바다로 들어가는 폐플라스틱의 양이 2만톤보다는 훨씬 많은 연간 20만톤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예방하려면 하천을 통한 유입부터 막아야 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보고서를 통해 ▶하천 유입 쓰레기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지자체의 쓰레기 관리 강화와 비용 분담 ▶해양폐기물법 등 관련법을 정비하고, 하수도법에 쓰레기 차단시설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205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제로화 추진

굴포천 한쪽에 쌓인 쓰레기. 강찬수 기자

굴포천 한쪽에 쌓인 쓰레기. 강찬수 기자

정부와 지자체도 플라스틱의 해양 유입 차단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해양수산부는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 퇴적물 관리 기본계획(2021~2030)'을 내놨다.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2030년까지 60%로 줄이고, 2050년까지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상수원 댐과 방조제, 하천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하구에 유입 차단막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협력도 강화한다. 장정구 인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은 “지난 2월 해수부와 환경부, 각 시·도 관계자가 모여 하천 유입 쓰레기의 차단 방안을 논의했다”며 “현재는 차단 시설을 설치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을 검토하는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차단 시설로 인한 홍수 피해 우려, 야생동물의 이동 제한 등을 고려해 검토 중이란 설명이다.

특별취재팀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70년.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탄생-사용-투기-재활용 등 플라스틱의 일생을 추적하고,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플라스틱 어스(PLASTIC EARTH=US)’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정종훈·김정연 기자, 왕준열PD, 곽민재 인턴, 장민순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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