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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수술 근절" vs "수술환경 해쳐"..수술실 CCTV 찬반 팽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과 광주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11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에서 한 보호자가 환자의 수술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과 광주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11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에서 한 보호자가 환자의 수술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3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수술실 내 CCTV 설치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 총 3건을 논의한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이 이번에는 과연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4월 열렸던 법안 소위에서는 관련 법안 심사가 무산된 바 있다.

6년 전 첫 발의…21대엔 3개 법안

대한의사협회 박명하 부회장(왼쪽), 전성훈 법제이사가 24일 오후 비의료인 대리수술 의혹을 받는 인천 척추전문병원의 대표원장 등 관련자들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 박명하 부회장(왼쪽), 전성훈 법제이사가 24일 오후 비의료인 대리수술 의혹을 받는 인천 척추전문병원의 대표원장 등 관련자들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란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1월 최동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처음으로 대표발의 했다. 2014년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생일파티를 한 사실이 SNS를 통해 논란이 되고 성형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뇌사에 빠지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여론이 형성되던 시기다.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은 폐기됐다. 이후 2016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 중 과다출혈로 숨진 고(故) 권대희씨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의료진 과실이 드러난 수술실 CCTV 영상이 증거로 제출되며 입법 요구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20대 국회에서도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총 3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민주당 김남국ㆍ안규백ㆍ신현영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우선 김 의원과 안 의원의 개정안은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CCTV 기록을 의무화한다. 반면 신 의원 안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되 설치는 자율에 맡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설치 의무화를 주장한 김·안 두 의원의 경우 촬영 의무화 대상을 두고 입장 차이가 있다. 김 의원은 ‘(모든)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정했다면, 안 의원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 마취’로 한정했다. 여기에 더해 안 의원은 촬영뿐 아니라 녹음도 의무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대리수술·성범죄 방지“ VS “소극적 의료행위 우려”

인천과 광주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11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에서 한 관계자가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카메라로 수술 장면을 영상 녹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과 광주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11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에서 한 관계자가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카메라로 수술 장면을 영상 녹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논의를 앞두고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환자단체에서는 환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취상태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수술실 내에서 무자격자가 의사 대신 수술하는 ‘대리수술’이나 성범죄 등을 막기 위해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 자리에서 “수술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공범 관계이기 때문에 내부자 제보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수술실 CCTV 설치는 오히려 고위험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들이 불필요한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대리수술ㆍ수술실 내 성범죄는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면서도 CCTV 설치가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공청회에서 “2013~2018년 8월까지 대리 수술 적발 건수는 총 112건으로 발생률은 0.001% 수준”이라며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의료기관 내 CCTV 설치 법안은 통과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의료계는 CCTV를 통해 감시 상황이 만들어지면 의료 행위가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환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 등 개인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9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환자와 의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의료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세계의사회(WMA)의 서한을 공개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야 의견 차 극복할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지난 4월 심사가 무산되며 잠자고 있던 법안은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6월 임시국회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히면서 입법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 처리가 시급하다”고 언급하며 야당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신중히 접근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찬반을 굳이 언급하기보다 좀 더 숙성될 필요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국회 복지위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리수술이나 수술실 내 성범죄는 분명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그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수술실 내 CCTV 의무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무조건 강제하는 것보다 자율적으로 설치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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