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기름·쓰레기···네덜란드는 '상어 드론'이 싹 삼켰다

항구 기름·쓰레기···네덜란드는 '상어 드론'이 싹 삼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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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볼티모어의 존스폴 강 도입된 쓰레기 제거 선박 ‘미스터 쓰레기 바퀴(Mr Trash Wheel)’. 볼티모어 선

미국 볼티모어의 존스폴 강 도입된 쓰레기 제거 선박 ‘미스터 쓰레기 바퀴(Mr Trash Wheel)’. 볼티모어 선

2014년 미국 볼티모어의 존스폴 강엔 ‘미스터 쓰레기 바퀴(Mr. Trash Wheel)’라는 이름의 특이한 형태의 배가 등장했다. 커다란 물레방아에 커다란 눈을 가졌다.

[플라스틱 어스] ①추적-그 많은 플라스틱은 다 어디로 갈까 #각국서 플라스틱 오염 막는 신기술 봇물 #"기술 보급·활용 위한 재원 시급" 주장도

이 배가 노리는 '먹잇감'은 물고기가 아니라 플라스틱이다.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물 위에 뜬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킨다'. 강물의 유속을 활용해 물레방아를 돌리고, 태양전지판을 설치해 얻은 에너지로 배를 움직이는 친환경 선박이다. 플라스틱 등 쓰레기 제거에 효과가 입증되자 2016년과 2018년에도 유사한 형태의 선박이 추가 도입됐다.

이처럼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을 인식한 세계 각국에선 플라스틱의 하천·해양 유입을 막거나 이를 조기에 수거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2019년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인 오션 클린업(Ocean Cleanup)은 '인터셉터(Interceptor)'라는 장비를 출시했다.

바지선과 유사한 배가 강에 설치한 그물을 끌어당기고, 그물에 걸린 플라스틱 등 해양 쓰레기를 한쪽 끝의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배 위로 끌어 올린다. 하루 50톤 이상을 처리하는 이 장비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고, 다른 나라로의 보급도 추진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수로에 설치한 공기 방울 장벽(Bubble Barrier). [Waternet]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수로에 설치한 공기 방울 장벽(Bubble Barrier). [Waternet]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수로를 관리하는 워터넷(Waternet)은 2019년 '공기방울 장벽'(Bubble Barrier)이란 방법을 도입했다. 하루 24시간 작동하는 이 장치는 운하 바닥에 구멍이 뚫린 튜브에서 나오는 압축 공기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물 표면으로 띄운다. 인공 물살을 만들어 쓰레기를 수집 탱크로 모아 제거하는 방식이다.

그리스 아테네의 키피소스 강에는 기름 유출 사고 때 사용하는 부유식 펜스를 설치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거름망을 따라 부유식 포집 틀에 모은 플라스틱은 자동으로 운반된다.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인 오션 클린업(Ocean Cleanup)이 만든 쓰레기 제거 장비 인터셉터(Interceptor). 단체 홈페이지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인 오션 클린업(Ocean Cleanup)이 만든 쓰레기 제거 장비 인터셉터(Interceptor). 단체 홈페이지

드론을 활용하는 곳도 있다. 네덜란드의 해양드론기술 업체 랜 마린(Ran Marine)에서 제작한 ‘쓰레기 먹는 상어(Waste Shark)’는 카누 크기 정도의 자율 수상 드론이다. 파도가 없을 때 항구 주변에서 떠다니는 쓰레기와 기름 등을 빨아들린다. 하루 0.5톤의 폐기물을 수집할 수 있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네델란드 해양기술업체 랜마린이 개발한 해양 쓰레기 처리 드론 '쓰레기 먹는 상어'. 회사 홈페이지

네델란드 해양기술업체 랜마린이 개발한 해양 쓰레기 처리 드론 '쓰레기 먹는 상어'. 회사 홈페이지

바닷가 모래에 섞여 있는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캐나다에서 개발된 ' 훌라 원(Hoola One)'이란 장치는 해변 모래를 빨아들인 뒤 물탱크를 사용해 모래는 가라앉히고 미세 플라스틱은 물에 띄운다. 플라스틱은 수거하고 모래는 다시 해변으로 되돌린다.

이처럼 하천과 해양에 투기된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기술은 이미 수십여종이 넘는다.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한 논문에서 플라스틱이 하천 유입을 막는 기술 14가지와 강·바다에 들어온 플라스틱을 수집하는 기술 38가지를 소개했다.

관건은 보다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보급하는 데 드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는 가다. 듀크대 연구팀은 “오염 방지 시설의 처리 효율을 개선하고 비용을 줄이는 연구 뿐 아니라 이런 기술을 지속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며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수수료 등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70년.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탄생-사용-투기-재활용 등 플라스틱의 일생을 추적하고,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플라스틱 어스(PLASTIC EARTH=US)’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정종훈·김정연 기자, 왕준열PD, 곽민재 인턴, 장민순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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